미국 학제는 5월에 끝나고, 새로운 학년은 9월초 (혹은 8월 중순)에 시작해요.
즉, 요즘이 한국 학제로 치자면 1-2월인 셈이죠.
방학이라 한가한 듯 하지만 새로 입학하는 학생들을 위한 준비로 캠퍼스 곳곳이 분주한 시즌입니다.
하지만 바쁜 중에도 잠시 시간이 남네요.
둘리양 어린이집 픽업 가기 전에 남는 20분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얼른 포스팅 한 개 남기고 떠나렵니다.
지난 번 포스팅에서 잠시 선보였던 웃는 얼굴 팬케익 굽는 요령을 소개해드릴께요.
사실, 누구나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그 원리는 쉽지만, 불 조절이라든지 반죽의 농도 같은 요소를 잘 조절해야 성공 가능한 음식입니다.
1. 강한 불에 후라이팬을 잘 달궈줍니다. 스텐레스 팬은 모르겠으나, 코팅 팬을 쓰신다면 버터나 식용유 등의 기름은 전혀 쓰지 않습니다.

2. 팬을 달구는 동안에 반죽을 준비하는데요, 만일 가스 렌지를 쓰신다면 이렇게 긴 시간이 나지 않으실 거예요. 저는 전기 렌지라서 열이 달아오르는데 시간이 제법 걸리기 때문에 이 시간을 활용한 거예요.
암튼, 반죽은 그냥 파는 믹스를 물과 섞는 것입니다. 제대로 된 반죽 레서피는... 솜씨좋은 누군가가 어딘가에 올려놓으셨겠죠? ㅎㅎㅎ
저는 제미마 아줌마 표 팬케익 가루를 항상 씁니다. 이건 계란이나 우유 필요없이 물만 부으면 되는데, 맛은 다른 상표보다도 월등히 좋더군요. (참고: 저는 제미마 아지매와 인척관계 없습니다. 외모가 조금 닮긴 했나요? ㅋㅋㅋ)
반죽의 농도는 스푼으로 떨어뜨렸을 때 천천히 굵은 줄기로 떨어지는 정도가 좋아요.

3. 그 다음은 달궈진 팬 위에다가 아트, 즉 그림을 그리는 순서입니다. 작고 끝이 뾰족한 스푼으로 원하는 그림을 그리면 됩니다. 스마일리 페이스가 가장 쉽습니다. 저는 배트맨과 파워레인저 헬멧 등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연거푸 실패 중입니다.
참, 화력은 아직도 강한불 상태입니다.

4. 반죽으로 그린 눈과 입이 잘 굳었다 싶으면 화력을 중간불이나 약한 불로 낮춥니다. 그리고 나머지 반죽을 후라이팬에 부어주는데, 이 때 중요한 것은, 얼굴 한 가운데에 반죽을 부어서 반죽이 천천히 퍼져나가 예쁜 동그라미가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눈과 입에 걸려서 반죽이 잘 흘러내리지 않는 경우도 생겨요. 그걸 어떻게 좀 해볼려고, 나중에 붓는 반죽은 물을 추가해서 묽게도 만들어보고, 스푼으로 반죽을 떠서 놓아보고,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보았지만, 반죽이 묽으면 팬케익이 너무 얇아져서 모양도, 먹기에도,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어요. 스푼으로 반죽을 떠넣으면 얼굴이 이상한 모양이 되기 쉽구요.

암튼, 팬케익 윗부분이 뽀글뽀글 거품 구멍이 생겨나고 가장자리가 굳어지기 시작해서, 아랫부분이 완전히 익었겠다 짐작되는 시점이 오면 뒤집어 줍니다.
웃는 얼굴 팬케익
오늘의 성패는...
60초 후에 공개합니다!
ㅋㅋㅋㅋㅋ
5. 제가 뭐랬어요? 공연히 스푼으로 반죽을 건드렸다가는 이렇게 된다고 했죠?
혹부리 영감님의 웃는 얼굴이네요 ㅎㅎㅎ

6. 그래도 이만하면 나쁘지 않은 모양이라 스스로 위로하며 접시에 담아서 아침을 차려줍니다. 제미마 아지매 표 시럽으로 코와 귀와 눈썹 등의 디테일을 직접 추가해서 먹으라고 하면 코난군이 즐거워하죠.

그리고 다음은 작대기 수박 이라는 것을 보여드립지요.

둘리양이 무아지경의 상태가 되어 완전집중해서 먹고 있는 이것은...
바로 수박에 작대기를 꽂은 것입니다.

얼마전에 둘리양 어린이집 반모임이 있었는데, 그 때 한 엄마가 준비해온 간식이었어요.
어느 잡지책에서 봤다며, 수박을 썰어서 캔디 막대기를 꽂아왔는데, 이게 아장아장 걷는 오렌지룸 애기들 먹기에 아주 굿~ 이더군요.
수박 조각을 손으로 잘 잡고 먹기에는 아직 손 힘이 부족하고, 또 수박에서 흘러나온 과즙때문에 손이 미끄러워지기도 하고, 하는 문제가 전혀 없어요.
저 막대기는 종이 재질로 된 것이라, 아이들이 먹다가 얼굴에 긁히거나 할 위험도 없어요.
수박을 좋아하는 둘리양은 수박이 놓인 카트 앞을 떠나지 못하고 저렇게 오래도록 서서 연달아 세 개나 먹었답니다.

아이쿠, 둘리양 이야기 하다보니 둘리양 하원 시간이 다 되어가네요.
그럼 저는 이만 퇴근하겠습니다.
모두들 안녕히 계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