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너무나 맛나게 드시는데, 전, 항상 심통을 부렸습니다.
이게, 뭐야....단무지도 없고, 소세지도 없고, 계란도 없쟎아.....
달랑, 짠지, 시금치, 소고기, 김치로 만든 김밥.....
근데.....저, 늙나봅니다.
할머니 돌아가시고, 이 김밥이 젤 먼저 생각나데요. 싫어하던 들기름과 함께....
외할머니, 저희들 가면
서울서 귀한 손님 왔다고 아끼던 들기름으로 온갖 음식 다 해주셨는데,
울 형제들은 쓰다고 엄청 짜증내고 안 먹었죠.....
근데....저, 지금은, 들기름 매니아인거 아시죠?
음식을 오래 하면서 깨달은건데, 울 할머니 음식 솜씨, 정말 좋았던 거네요.
물론, 동네에서 다 알아줬지만....전, 맛없다고 신경질만 내고...
얼마전부터, 짠지가 너무 맛있어요. 칼칼하고, 깔끔한게....
늙는다고 느끼시는 분들만 따라해보세요.....^^

자, 오늘의 주인공 짠지입니다. 당근, 친정에서 강탈해오죠. 급할땐, 동네에서 사기도 해요.
채 썰어 고춧가루, 설탕, 참기름에 버무려 둡니다. 찬밥에 물 말아 먹으면....쓰~읍~~~

김발 위에 상추, 깻잎, 양념한 밥(참기름, 소금, 설탕) 깔고,
마늘쫑, 짠지, 소고기, (쌈장+마요네즈)를 차례로 올립니다.

깻잎말이는 따라하세요. 단단히 말면 모양 잘 잡히네요.
근데, 상추는 손이 잰 분만 하세요. 엉망이 됩니다.....아님, 깻잎으로 말고 슬쩍 둘러만 주세요.
할머니표 김밥입니다.

재료 - 시금치, 마늘쫑이나 짠지 선택, 김장김치, 소고기 볶은 것...끝.
요즘, 햄이랑 맛살 넣은 김밥이 시로요.....느끼하궁.....

밥위에 계란 넓게 깔고 소고기, 시금치, 짠지, 김치 순으로 놓았습니다.
계란이라도 있어야 애들이 먹을 것 같아서요.....

완성.....애들이 안먹을까봐 (저 어릴때처럼....) 걱정했는데,
너무너무 잘 먹고요. 김밥보다 쌈밥이 더 맛있다고 합니다.
* 쌈김밥 모양 잡기 힘드니까, 그냥 문님 도시락처럼 해서 속재료만 바꿔보세요.....강츄!!!!!
* 누구나 할 순 없는게....나이가 좀 들어야 이 맛이 좋아진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