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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우울하네요

조회수 : 546
작성일 : 2010-03-11 09:30:08
제가 올해 마흔됐어요. 71년생.

서울의 4년제 대학 나왔는데 정말로 힘들게 나왔거든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학교 도서관에 가서 자리잡고 공부하다가

학교 정문앞에 있는 회사에서 알바하면서 수업시간되면 수업하고

남는 시간은 그 회사에서 알바하면서 대학 졸업했습니다.

1학년 2학기때 처음 알바했는데 그 회사에서 저를 잘봐서 시간되는대로

와서 일을 해달라고 했거든요. 방학때는 전일로 하고..

그리고 도서관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집에가면 항상 12시.

지금 생각하면 정말로 열심히 산 시간이었어요. 20대때 이쁜 시절도

그렇게 힘들게 흘러갔고.

졸업과 동시에 공무원 붙어서 말단 공무원으로 시작했구요.

제가 대학도 남들보다 늦게 들어갔어요. 상고 나와서 2년 돈벌어서 그 돈으로

1년 공부하고 들어간 대학입니다. 입학금까지는 그 돈으로 해결됐구요.


하여간 졸업할때가 IMF직전이라 동기중에 취직한 애들 별로 없었는데

저는 말단으로라도 그렇게 졸업해서 지금껏 잘 다니고 있었는데.

마흔을 목전에 두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사실 중학교때부터 꿈이 행정고시 패스였는데. 물론 같은 공무원이지만

완전말단에서 이렇게 세월 가는게 아쉽고. 그리고 일하느라  공부는 두번째였던

내 대학시절이 아쉽고 그래서.. 올해 방통대 3학년 편입했습니다.

이제 겨우 편입하고 몇주 안지났는데. 이번주에 출석수업이 있었어요.

일요일부터 며칠동안 수업이 이렇게 있다보니 퇴근후에 수업하고 집에가면

맨날 11시였구요. 오늘이 마지막 출석 수업입니다.

오랜만에 공부같은 수업들으니까 기분이 좋더군요. 성적은 자신없지만

공부한다는건 가슴뛰더군요.

어제 집에가니 난리가 아니네요.남편이라는 사람이 문자로. 그렇게

너하고 싶은대로 살려면 혼자 살라는 악담을 보내왔구.

집에가니 난리를 치더군요. 오히려  초2된 아들녀석은 엄마공부하는거니까

괜찮다고 하는데. 아빠라는 인간이 저러네요.


저 출퇴근 하는동안 평소에도 친정엄마가 아이를 봐주시는데.

아무래도 제가 챙기는만큼 집이 깔끔하지를 못해요.

가스렌지에도 기름때가 덕지덕지.. 밥솥과 오븐 자리도 바뀌었고.

방바닥에는 아이가 먹은 과자 부스러기가 넘치고.


솔직히 맘같아서는 아이 봐주시는 김에  엄마가 좀 그런부분도 챙겨주길

바라는 맘도 있는데. 그걸 요구는 하지 않거든요.


어쨌건 며칠동안 제가 챙기질 못하니 말그대로 집구석이 엉망인거죠.


남편이라는 인간은 소리소리 난리를 치고. 아이 앞에서 싸우기 싫어서 그냥

참고 넘어가긴 했네요.


아침에 엄마한테 오늘 마지막 수업인데 아이 아빠가 뭐라고 한다고 하니까,

말씀이라도. 언제 너 공부하는거 찬성한 사람 있냐  그냥 하는데까지 하라고. 하시네요.


예전엔 아빠가 그랬거든요. 저 공부하는거 못마땅해하시고

중학교도 가지 말고 공장에 가라고 하시던 분이었거든요. 아빠가..


남들보다 2시간 일찍 나와서 방송수업듣다가 괜히 눈물이 납니다.

남편이 뭐란다고 두려워할 나이도 뭐도 아니지만, 그냥 내 설움에 그러네요.

남편이라는 인간.. 저 어떻게 공부한지도 알고 있어요. 대학때부터 CC였거든요

그런데도 이런식으로 저한테 하는 것도 용서가 안됩니다.


결혼할 당시에는 대학원을 보내주겠다..말이라도 그러긴 했습니다.
IP : 203.142.xxx.240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0.3.11 9:33 AM (221.159.xxx.93)

    남자들 이기적인거 정말 화나요
    글쓴님 남편분이 님한테 열등감 있는거 같네요
    그냥 무시 하고 공부 하세요..절대 지면 안돼요

  • 2. 장하세요
    '10.3.11 10:04 AM (203.237.xxx.76)

    저 마흔 넘어 중반 인데요..존경스러워요..힘내시구요,
    아이를 위해서도 잘 하시는거에요..열심히 사는 엄마 모습 보고 배울거구요.
    다만,,좀 더럽고, 지저분한거 참으시구요. 도와주시는 어머님께 말이라도 꼭 감사한마음
    전하시구,,잘 챙겨드리세요..남편요 ? 남자란 생물들은,,여자가 뭔가를
    이루고 성취하는거,,본능적으로 싫어해요..동물적인거죠..뭐.
    이번에 어떤 책을 보니,,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만델라 대통령에 대한 찬사에
    이런말이 있더군요..그사람이 위대한건,,인간 본성에 반하는 행위를 할수 있었다는점이다..
    라구요. 본능을 이기고, 본성에 반하는 삶이란게 어떤건가..
    그게 얼마나 어려운건지..그게 바로 남자란 이기적인 생물을 이해하는 시작 아닐지요.

  • 3. 둘리맘
    '10.3.11 10:13 AM (112.161.xxx.236)

    정말 나쁜 남편이에요.
    오히려 용기를 줘야 할 사람아닌가요?
    그럼 님은 그 집의 가정부인가요?
    남편분은 뭐하신대요?
    님도 맞벌이 하는데 왜 님만 집안일 해야하나요?
    너무 이기적인 남편이네요.
    더구나 아이도 친정어머니께서 봐 주신다면서요.


    님!!
    남편이 뭐라하든 끝까지 해내세요.
    대학원 보내준다고 했다면서요!!
    직장 다니면서 공부 좀 하겠다는데 - 정말 님 남편 욕나와요(죄송)

  • 4. 화이팅!
    '10.3.11 11:09 AM (211.247.xxx.15)

    하시라고 글 남깁니다.
    살다보면 기운빠지는 날들이 꼭 오늘만 있었을까요?
    용감하게 씩씩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다 그러자고 하는 일 아닙니까요.
    남편분하고도 원체 그러려니 해버리시구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원래 그런인간(욕아님-울남편도 똑같아요) 이려니 하면 편해지죠.
    오늘 기분이 업될수 있는거 찾아보세요.
    달콤한 초콜릿도 좋고 맛있고 행복한 점심메뉴도 좋고 어쨓든 아무거나 님이 행복해질수 있는 뭔가를 찾아서 만족감을 느낄수 있도록! 자신을 칭찬해주세요!
    너무너무 자랑스런 님!! 같은 처치로서 사랑합니다!!

  • 5. 자랑스럽네요
    '10.3.11 11:56 AM (119.196.xxx.239)

    자식도 남편도 다 소용없고, 오직 자신만이 자신을 지킬수 있어요.
    남편이 뭐라던 꿈을 이루세요!
    님은 꼭 할 수 있어요.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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