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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한거라고 생각하지만 가슴이.. 방망이질쳐서..

오지랖 조회수 : 2,091
작성일 : 2009-07-07 19:18:51
7살짜리 둘째 데리고 문화센터 다녀왔어요.
거기에서 어떤 아이엄마랑 싸울뻔했네요. ㅠ.ㅠ.

수업끝날때쯤이면 다음수업 할 아이들이 문밖에서 줄서서 기다리고 있거든요.
50분에 수업이 끝나는데 42분쯤 돼서 아이를 데리러 강의실 앞으로 갔더니 대여섯명의 아이(1,2학년정도의 초등생)들이 줄을 서있더군요.
조금 있다 한 여자애과 여섯살정도 돼보이는 남자애가 오더니 한 아이와 실랑이를 시작하더라구요.
내가 여기다 필통을 두고 갔다 왔으니 비켜달라는 거였어요.
남자애도 같이 뭐라고 하니 그말 들은 애가 남자애에게는 넌 끼어들지마 라며 소리를 질러서
저도 그때부터 지켜보기 시작했죠.
애들끼리 계속 실랑이 하는데 저는 사실 줄서있던 아이에게 맘이 기울더라구요.
나는 계속 여기 서있었잖아라며 버티고 비켜주지 않는 애가 당돌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름 야무지네라는 생각도 들었네요. 일행이 있어서 기다려준것도 아닌것같고 앞에 있는애에게 내 자리 지켜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니었나봐요.

근처에는 저 말고 어린 아기를 유모차에 태운 애기엄마와 나이드신 할머니가 몇발짝 뒤에 서 있었어요.
아이들이 말싸움하는데 뭐라고 참견하기도 그렇구해서 가만 있었어요.
요즘 애들은 어찌나 영리하고 말도 잘하는지 서로 자기 입장을 주장하는데 끼어들 틈도 없었네요.
그러다가 비켜달라는 애가 맨앞에 서 있던 애한테 내필통 봤지 라고 묻기도 하고 그러던데 다른 아이들은 특별히 누구편을 드는 애도 없었구요. 한 오분쯤 그리 실랑이를 벌이다가 비켜달라는 애가 남동생더러 하는 말이 " 야, 엄마 불러와" 그러는 겁니다.
그 순간 저 깜짝 놀랐네요.

남동생이 바로 뛰어갔는지 아니면 진작부터 멀리서 보고 있었는지 엄마가 바로 오더군요.
근데, 이 엄마가 오면서부터 큰소리로 "왜, 무슨 일이야!"하면서 오는 게..
그때부터 제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리기 시작했어요.

아이 엄마가 와서 검지손가락 내밀고 아이에게
니가 우리애 필통 던져버리고 여기 서 있는거 아니냐 여기 놔둔 필통이 어디 간거냐
하면서 큰소리를 내는데 그 아이를 보니 아까와는 달리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거예요.
저러다가는 아이가 눈물 떨구며 비켜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제 가슴이 참을수 없이 두방망이치며서 떨려와서요.
도저히 가만 있을수가 없더라구요.
- 아주머니 하고 불러서는
- 애들끼리 알아서 하라고 냅두시는 게 좋지 않겠어요 라고 말을 했네요.
그랬더니 이 엄마가 눈을 크게 뜨며 제게 하는 말.
: 아니 원래 이렇게 했거든요?
- 저는 그런거는 잘 모르구요. 아까부터 지켜봤는데 애들끼리 해결하도록 놔두는 게 좋을거 같아서요. 했더니
: 이애 엄마예요? 하는데 완전 싸울 기세인 거예요.
- 아니예요. 계속 줄서서 기다린 애도 있는데 애들문제에 어른이 나서서 그러는게 보기가 좀 그래서 말씀드린거예요.
: 이애 엄마 아니예요? 또 그럽니다.
- 아니예요. 어른이 그리 큰소리로 뭐라하니까 애가 주눅이 들어서 아무말도 못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이야기한겁니다.
그랬더니 이제 애한테
: 한가지만 알아둬. 어쨌든 니가 얘 필통 저기다 치워버린 것은 잘못한 거야 그지?
그 뒤로 아이 앞에 서서 양손을 허리에 얹은채로 한참을 노려보는데 다시 그 딸이 나서서 그애에게 자기자리를 비켜줄 것을 요구하더군요.
다행히 어른때문에 주눅 들었던 그아이가 제 옹호에 힘입어
"여기서 필통 못봤고 내가 왔을때 너는 없었다. 나는 계속 줄 서 있었다" 라며 제 할 말을 하더라구요.
수업이 끝나 문이 열리는 순간 까지 아이들의 실랑이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저희 아이 먼저 챙기고 교실 들여다봤더니 모두 다 자리에 앉았더군요.

집에 오는 내내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도 계속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무슨 오지랖인지 괜히 싸움할 뻔했어요...ㅠ.ㅠ
만약 주변에 다른 사람이 없었으면 그 아이엄마 제게도 소리지를 것 같았거든요.

좋은 자리도 있기도 하겠지만 열명남짓한 아이들이 교실에서 가베수업 하는건데 뭘 그리 대단하다고
그렇게 어린 아이들이 자리다툼을 하는지 참 씁쓸합니다.

우리 사회는 열살도 되지 않은 아이들이 별것도 아닌 것조차 경쟁하고 이기려 하고 손해보지 않으려하네요.
이렇게 생각하는 제가 너무 과민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남들은 절보고 오지랖이라고 하겠지요.

다른 사람들은 모두들 그냥 모른 척하나요.
IP : 211.210.xxx.104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7.7 7:23 PM (220.70.xxx.98)

    제 생각엔..
    현명하게 아주 잘하신거 같아요.
    그 애 엄마 흥분도 잘하고 자기 애만 싸고 도는 엄마 같은데
    저라면 과연 님처럼 그러게 했을까 싶은데요..ㅡㅡ
    현명하게 잘 하신거 같아요..

  • 2. 오지랖
    '09.7.7 7:33 PM (211.210.xxx.104)

    점두개님. 그리 말씀해 주셔서 고마워요. ^^
    갈등과 반목이란 게 참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거라 웬만하면 다툼은 피하고 싶은데..
    그래도 까칠한 성격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네요. ㅋ

  • 3. .
    '09.7.7 7:36 PM (118.176.xxx.88)

    잘 하셨어요. 그 아이가 얼마나 속으로 억울했겠어요. 님이라도 그렇게 해주신게 다행히예요.
    그 엄마도 참 재수가 없네요. 자기애만 소중하고 남의 애는 그런식으로 대하고...

  • 4. 아주
    '09.7.7 7:53 PM (116.34.xxx.234)

    잘 하셨어요...주눅 들었던 아이 맘속에 ....님같은 어른이 있구나..정의와 희망을 갖도록 해주었네요...오지랖 절대 아니에요...정말 잘하셨어요

  • 5. 기본
    '09.7.7 7:53 PM (121.134.xxx.34)

    상식도 없는 엄마네요~
    뭘 가르치겠다고 아이를 데리고 다닌대요!
    가베보다 중요한건 인성이 아닌가요?
    눈앞에서 산교육을 시키는 엄마 잖아요...
    오지랖이라기 보다 누구나 그렇게 해야 될거 같아요..
    그런사람 발붙일곳 없게요..
    좋은일 하셨네요~ 남에일 귀찮아서 참견도 안하려고들 하는 세상인데요...

  • 6. 윤리적소비
    '09.7.7 7:53 PM (210.124.xxx.22)

    와!,, 원글님 야무지고 똑소리나게 얘기 잘 하시네요.

    전 그렇게 얘기 잘하시는분들 부러워요.

    원글님 덕분에 아이가 어른한테 일방적으로 구박받지 않아 다행이네요.

  • 7. ...
    '09.7.7 8:20 PM (112.148.xxx.4)

    잘 하셨다고 생각되는데요.^^

  • 8. 오지랖파
    '09.7.7 8:25 PM (121.150.xxx.147)

    저도 역시 오지랖파인데요..
    다른점은..
    제가 인상이 ㅇ워낙 그래서..
    애나 다른 엄마들이 못끼어듭니다.인상한번에..

  • 9. ^^
    '09.7.7 8:25 PM (59.19.xxx.85)

    저 같으면 용기도 없고 뭐라 말하지도 못했을텐데 원글님 대단하신 것 같아요. ^^
    문화센터 다녀보면 별의 별 엄마 다 있더라구요.
    수업 끝나자마자 앞 수업 아이들 나오기도 전에 막 비집고 들어가는 엄마들, 그리고 그깟 자리가 뭐 중요하다고 남의 자리 뺏어놓고 자기가 먼저 왔다고 거짓말 하는 엄마도 봤구요.
    안좋은 자리래봤자 한 칸 옆일 뿐인데... 거짓말까지 하면서 자기 아이 좋은 자리 앉힐려는 거 보니 좀 우습더군요. 보란 듯이 그냥 저는 다른 자리 가버렸어요. ㅎㅎ.
    암튼 원글님 잘 하신 것 같아요. ^^

  • 10. ..
    '09.7.7 8:27 PM (203.212.xxx.73)

    잘 하신거예요... 저같으면 그냥 안타까워서 바라만 보고 있었을것같아요...

    잘 하셨습니다..

  • 11. ^^
    '09.7.7 8:35 PM (115.143.xxx.210)

    잘 하셨어요. 왜냐??? 원글님 아이가 아니었잖아요. 남의 아이지만 억울한 거 같아서 바로 잡아주신 거니까 잘하신 겁니다. 그만한 일로 남의 애한테 소리 지르는 엄마, 별로네요.

  • 12. 오지랖
    '09.7.7 8:41 PM (211.210.xxx.104)

    역시.. 정의로운 82네요.
    사실 집에 오는 길에 아는 엄마 만나서 이 이야기 했는데 별 관심도 없구
    그래서 또 한마디했어? 라고 하더군요.

    댓글 다신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제가 혼자 잘난척한 건가.. 오지랖인가.. 내 성격이 모난 건 아닌가 생각될 때
    위로해 주셨네요.

  • 13. 스테파노맘
    '09.7.7 9:12 PM (220.124.xxx.227)

    원글님, 잘하셨어요.
    나중에 같은 상황에 맞닥뜨릴 때가 혹시 있다면,
    저또한 다른 아이를 위해, 용기 내봐야겠어요.
    오늘 그 아이, 참 좋았겠어요.
    원글님같은 훌륭한 어른을 만났으니까요.^^

  • 14. mimi
    '09.7.7 9:17 PM (114.206.xxx.37)

    님이 가슴이 콩닥 거릴상황은 아닌거같은대요....ㅎㅎㅎ 그냥 애들끼리 저러는거니까...그리고 내보기엔 이래저래하다...그냥 그렇게 얘기하심되요....

  • 15.
    '09.7.7 9:31 PM (122.38.xxx.27)

    잘 하셨어요.
    그 엄마 철이 없는건지, 에효.

  • 16. 카리스마
    '09.7.7 9:39 PM (122.34.xxx.175)

    원글님~ 넘 멋진 분이세요~^^

  • 17. ^^
    '09.7.8 12:49 AM (221.139.xxx.55)

    로긴 잘 안하고 올려진 글만 대충 읽는데 원글님 응원할려고 로긴했어요^^
    님,, 정말 고맙습니다.....^^
    그나저나... 저 역시 맘속에 정의는 살아서 요동을 치는데, 그놈의 말빨이 안되고 흥분하면 더 버벅거리고, 얼굴 빨개져서리..ㅠㅠ
    야무지신분들 부럽습니다....
    그리고 님 정말 현명하게 대처하셨네요..
    제가 그 상황에 만약 끼어들게 되었다면.... 줄서있던 아이 편을 들어서 말을 했을것 같아요.
    나름 도와준답시고..ㅠ
    하시만, 만약 그랬다면... 상대방 엄마를 더 흥분시키게 해서리 쌈이 났을것 같네요..
    님이 나름 객관적으로 잘 판단하셔서 대응하셔서 그 이상한 아줌마도 더 뭐라 못했을것 같아요.
    님 말이 맞거든요...
    바라건데, 그나마 그 아줌마가 지금은 자신의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꼈으면.. 하는 조그만 소망이 있네요...^^;;

  • 18. 님은 참된어른
    '09.7.8 9:33 AM (116.121.xxx.181)

    어머 과하지도 모자르지도 않게 교양있게도
    말씀 잘 하셨네요.
    저는 욱하는데가 있어서
    "그래!!! 지금부터 내가 쟤 엄마다!!!!"
    이러면서 싸웠을꺼 같아요.
    어른한테 주눅들어 상처받을수 있는 상황에서
    원글님이 나서 주셔서 있는 그대로 상황정리를 해 주셨으니
    그아이는 이제 바른자기주장을 스스럼 없이 할수있는
    어른으로 자라겠어요. 그런 사건 하나가 굉징히 중요하거든요.
    원글님 참 좋은분이시네요.

  • 19. ㅋㅋㅋ
    '09.7.8 11:20 AM (112.148.xxx.4)

    윗님. "그래!!! 지금부터 내가 쟤 엄마다!!!!" ...
    너무 귀여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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