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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부부사이란... 다시 읽어도 참 짠~ 하네요.

새댁 조회수 : 1,983
작성일 : 2006-06-20 11:16:12
저는 결혼 8년차에 접어드는 남자인데요..
저는 한 3년전쯤에 이혼의 위기를 심각하게 겪었습니다.
그 심적 고통이야 경험하지 않으면 말로 못하죠...


저의 경우는 딱히 큰 원인은 없었고
주로 와이프 입에서 이혼하자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더군요..
그리고 저도 회사생활과 여러 집안일로 지쳐있던 때라 맞받아쳤구요.
순식간에 각방쓰고 말도 안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대화가 없으니 서로에 대한 불신은 갈수록 커갔구요.
사소한 일에도 서로가 밉게만 보이기 시작했죠.
그래서 암묵적으로 이혼의 타이밍만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린 아들도 눈치가 있는지 언제부턴가 시무룩해지고
짜증도 잘내고 잘 울고 그러더군요.
그런 아이를 보면 아내는 더 화를 불같이 내구요.
저도 마찬가지 였구요.
계속 싸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이가 그러는 것이 우리 부부때문에 그런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요.
가끔 외박도 했네요.


그런데 바가지 긁을 때가 좋은 거라고
저에 대해 정내미가 떨어졌는지
외박하고 들어가도 신경도 안쓰더군요.


아무튼 아시겠지만 뱀이 자기꼬리를 먹어 들어가듯이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이었답니다.


그러기를 몇달...
하루는 늦은 퇴근길에 어떤 과일아주머니가 떨이라고 하면서
귤을 사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기에
남은 귤을 다 사서 집으로 들어갔답니다.


그리고 주방탁자에 올려놓고
욕실로 바로 들어가 씻고 나오는데
와이프가 내가 사온 귤을 까먹고 있더군요.


몇개를 까먹더니 하는 말이
"귤이 참 맛있네"
하며 방으로 쓱 들어가더군요.


순간 제 머리를 쾅 치듯이 하나의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아내는 결혼전부터 귤을 무척 좋아했다는 것하고,
결혼후 8년동안 내 손으로 귤을 한번도 사들고 들어간 적이 없었다는거죠.


알고는 있었지만 미처 생각치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그 순간 뭔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예전 연애할 때에 길가다가 아내는 귤좌판상이 보이면
꼭 1,000원어치 사서 핸드백에 넣고
하나씩 사이좋게 까먹던 기억이 나더군요.


나도 모르게 마음이 울컥해져서 내방으로 들어가 한참을 울었답니다.


시골집에 어쩌다 갈때는 귤을 박스채로 사들고 가는 내가
아내에게는 8년간이나 몇백원도 안하는 귤한개를 사주지 못했다니
맘이 그렇게 아플수가 없었습니다.


결혼 후에 어느덧 나는 아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신경을 전혀 쓰지 않게되었다는걸 알게 됐죠.
아이문제와 내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말이죠.


반면 아내는 나를 위해 철마다 보약에 반찬한가지를 만들어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신경 많이 써 줬는데...


그 며칠 후에도, 늦은 퇴근길에 보니 그 과일좌판상 아주머니가 보이더군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또 샀어요.
그리고 저도 오다가 하나 까먹어 보았구요.


그런데 며칠전 아내말대로 정말 맛있더군요.
그리고 들어와서 살짝 주방탁자에 올려놓았구요.
마찬가지로 씻고 나오는데 아내는 이미 몇개 까먹었나 봅니다.


내가 묻지 않으면 말도 꺼내지 않던 아내가


" 이 귤 어디서 샀어요? "
" 응, 전철입구 근처 좌판에서 "
" 귤이 참 맛있네 "


몇달만에 아내가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잠들지 않은 아이도 몇알 입에 넣어주구요.


그리고 직접 까서 아이 시켜서 저한테도 건네주는 아내를 보면서
식탁위에 무심히 귤을 던져놓은 내모습과 또 한번 비교하게 되었고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뭔가 잃어버린 걸 찾은 듯 집안에 온기가 생겨남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아내가 주방에 나와 아침을 준비하고 있더군요.
보통 제가 아침일찍 출근하느라 사이가 안좋아진 이후로는 아침을 해준적이 없었는데...


그리고 그냥 갈려고 하는데, 아내가 날 잡더군요.
한 술만 뜨고 가라구요...


마지못해 첫술을 뜨는데, 목이 메여 밥이 도저히 안넘어가더군요..
그리고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도 같이 울구요...


그리고 그동안 미안했다는 한마디 하고 집을 나왔습니다.
부끄러웠다고 할까요...


아내는 그렇게 작은 한가지의 일로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작은일에도 감동받아 내게로 기대올수 있다는걸 몰랐던 나는
정말 바보중에도 상바보가 아니었나 싶은게
그간 아내에게 냉정하게 굴었던 내자신이 후회스러워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후, 우리부부의 위기는 시간은 좀 걸렸지만 잘 해결되었습니다.
그 뒤로도 가끔은 싸우지만 걱정하지 않습니다.


귤이던 무엇이든 우리사이에 메신저역할을 할수 있는것이
주위를 둘러보면 아주 많다는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말입니다
IP : 210.95.xxx.241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모든
    '06.6.20 11:20 AM (222.101.xxx.144)

    위기에 직면한 부부들이 봤으면 좋겠네요....

  • 2. 정말
    '06.6.20 11:22 AM (124.59.xxx.66)

    맘에 와 닿는 글입니다. 눈물이 글썽거리는 게.....

  • 3. 아침부터
    '06.6.20 11:34 AM (203.90.xxx.67)

    눈물이 나네요...왜 마음이 아플까요??
    나또한 비슷한 경험이 있기에ㅡ.ㅡ;;

  • 4. ...
    '06.6.20 11:35 AM (211.179.xxx.176)

    이거.... 예전에 올라왔었던 글이죠??
    기억이 있는게....

  • 5. 저도요
    '06.6.20 11:38 AM (210.2.xxx.107)

    이거 전에 올라왔던 글인데..저도 그때보고 찡했답니다

  • 6. ㅠㅠ
    '06.6.20 11:43 AM (222.106.xxx.232)

    예전에도 이 글보고 눈물 글썽~했더랬는데...
    오늘도 그네요...

  • 7. 쿨한걸
    '06.6.20 11:51 AM (211.52.xxx.97)

    처음 읽었어요...찡하고..갑자기 신랑한터 잘해줘야겠단 생각이드네요...

    아침을 못챙겨주는게 늘 마음에 걸렸는데..ㅉㅉ..

  • 8. 눈물이
    '06.6.20 11:58 AM (59.13.xxx.172)

    아침에 아이와 내가 깰까 발소리도 안내며 출근하는 남편생각에...

  • 9. 이거
    '06.6.20 11:58 AM (222.107.xxx.140)

    잊을만하면 올라오는 글인데
    볼때마나 코가 찡해요

  • 10. 이거
    '06.6.20 12:15 PM (222.108.xxx.230)

    전에도 봤었는데 오늘 봐도 눈물나네요...

  • 11. 이런글은
    '06.6.20 12:27 PM (61.98.xxx.26)

    한번씩 올라와 주면 좋겠네요.
    전 82쿡 늘 봐왔는데도 이글 오늘 첨 보네요.
    아마 저같은 사람 또 있을꺼 같아요.
    그리고 시간 지나면 잊고 할텐데, 한번씩 생각해볼수 있는 좋은글이네요.

  • 12. 저두
    '06.6.20 12:30 PM (218.232.xxx.25)

    매번 읽을때마다 울컥,, 거리는거 왜져, 이노무 주책맞은 눈물--

  • 13. 흠..
    '06.6.20 12:40 PM (220.64.xxx.97)

    볼때마다 찡한 글이예요.

  • 14. ...
    '06.6.20 1:39 PM (218.159.xxx.91)

    맘이 울컥하면서 코끝이 찡하네요..

  • 15. ...
    '06.6.20 3:37 PM (220.83.xxx.64)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 16. 저도..
    '06.6.20 4:18 PM (211.183.xxx.78)

    이런 양비론 좀 그렇지 않나요?
    박원순에 대한 이곳글과 나경원에 대한 글을 조금 신경써서
    읽어보셨다면, 그 차이점을 분명히 알텐데요.
    님이 저질스럽고, 황당한 박원순에 대한 공격에도
    지금과 같게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 17. 그러게요.
    '06.6.20 5:19 PM (211.187.xxx.104)

    아침에 남편에게 막 퍼부었는데.. 여보, 미안해. 언능와요. 호박잎에 고등어무우조림 해놓을께.

  • 18. 울신랑이..
    '06.6.22 4:21 AM (61.83.xxx.86)

    이 글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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