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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잔해(殘骸)는 아직도 남아 있는데...

귀여운토끼 조회수 : 893
작성일 : 2004-06-14 09:48:07


                  그리움의 잔해(殘骸)는 아직도 남아 있는데...


당신의 하얀 미소는
수많은 세월이 파편을 남기며 흘러도
그리움의 잔해(殘骸)로
내 가슴에 각인(刻印)되어 있습니다.

무심한 세월이 흐르고
메마른 가슴은
가을 낙엽처럼 바스러지며
항상 어제인 줄 알았는데
벌써 수 십년이 흘렀습니다.

아직도 이렇게
당신을 그리워하는데
아직도 이렇게
바람만 차가워도 눈물나는데
부르다만 연가(戀歌)는 어찌 할까요.

그래도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기에
빈 껍데기로 살아 갑니다.

그리움의 잔해(殘骸)가
아직도 남아 있기에
이렇게라도 살아 갑니다.

살다 지쳐
어느 흙가슴에 누우면
그곳에도 영혼으로 멍울진
그리움이 있겠지요.




오늘 아침에는 나도 모르게 지나쳐온 시간(時間)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세계는 두 가지 양태로 존재한다. 하나는 이미 생겨난 것, 이루어진 것으로서의 세계이다. 그것은 이른바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서의 세계이다. 세계의 이 측면은 베르그송이 보기에 '과학'의 탐구 대상이다. 그러나 이것이 세계의 전모는 아니다. 세계가 존재하는 다른 양태는 앞으로 생겨날 것, 창조되고 생성될 것으로서의 세계이다. 그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듭날 수 있는 것'으로서의 세계이다. 베르그송은 세계의 이 측면을 파악하기 위해 '형이상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
- 베르그송의 철학에서-

지성의 대상이요,경험의 대상인 세계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고 또
다가오지만, 또 다른 세계인 직관의 세계는 숫자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있다고 베르그송은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그리워하고 그 잔해를 오래오래 남겨두고 싶은 것도
허무하게 스쳐가는 시간을 거역하고 싶은 마지막 몸부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잔잔하게 우리의 삶에 아무런 의미를 주지 않고 바람처럼 살고싶은데 세상은 우리에게 빨리 가라고
그리고 변화하라고 재촉합니다.

그리움의 잔해를 가슴에 남겨두는 이유는 인간으로 남고 싶은 우리의 투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어렵고 힘든 모든 문제를 신앞에 내놓고 무릎 꿇을 수 있지만,
고독과 방황 속에 깨달음이 있기에 처절한 아픔을 겪고 싶은 인간의 자존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어진 시간이 아니라, 나만이 만들어 가는 그런 시간 ,그 시간은 숫자로 헤아리는 시간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다른 차원의 시간인 '그리움'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자 이야기로 유명한 '장일순' 선생님은 다른 사람과 대화시 100% 그 사람과 동화되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합니다.그래서 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그 사람의 기쁨을 내 기쁨으로 받아 들였다고
합니다.바로 그런 상황이 그리움이 탄생하는 시간이겠지요.

그렇게 보면 오늘 하루가 너무 소중합니다.
오늘 하루의 어느 시간이 내 가슴 깊이 깊이 새겨지는 그리움의 잔해가 될 지 모르니까요.
그 그리움의 대상은 사랑하는 사람도 되겠지만,미워하는 사람,풀 한포기,하찮은 돌 하나,
볼가를 스치는 바람 한줄기,정성스럽게 담은 김치 한포기,그리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말 한마디...
그 모든 것들이 다 그리움의 대상이 되겠지요.






IP : 211.57.xxx.2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혜경
    '04.6.14 9:52 PM (211.178.xxx.120)

    귀여운토끼님...질문해도 될까요?
    시..자작시죠? 혹시 시인이세요...그냥 취미로 쓰시는건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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