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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짭짤 고소한 김혜경의 사는 이야기, 요리이야기.

모처럼의 요리다운 요리, [LA갈비찜]

| 조회수 : 11,123 | 추천수 : 125
작성일 : 2003-02-09 20:39:08
이제 제 정신이 좀 돌아온 것 같아요.

며칠동안 부엌에서 밥은 하되 정신은 다른 곳에 가있었나봐요. 머리와 손이 따로 놀았는지 밥을 안친 기억이 없는데 압력솥 추가 돌고있고, 김치를 볶았는지 안볶았는지 기억나지 않는 가운데 온 집안에서 김치찌개 냄새가 나고 있고...
'이러다가 나도 정신을 놓치겠다' 싶어서 바싹 정신을 차리려고 해도 어느새 머릿속은 아버지 병원과,  어머니 혼자 계시는 친정집을 맴돌고...
멍하니 앉아 있다보면 침대에 홀로 잠들어있는 kimys의 웅크린 등짝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와 미안한 마음에 다시 눈물 찍어내고...

그런데 오늘은요, 정신 좀 차리구요, 점심은 돼지목살 고추장구이해서 먹었구요, 저녁 메뉴는 꽃게매운탕과 달걀찜이었구요.
내일 저녁 메뉴는  LA갈비찜, 양념해서 재웠으니까 내일 요리하면 될 듯 싶어요.

오늘의 본론, LA갈비찜.
보통 한우갈비 찜용으로 사면 살과 살 사이에 기름이 너무 많이 붙어있어 기름을 떼어내기도 번거롭고, 기름을 떼어낸다 해도 찜을 해놓고 보면 기름이 둥둥 뜨고...
갈비찜이 식은후 그 두껍게 앉은 기름을 보면 그 엄청난 소기름을 먹었나 싶어서 기분이 좋지않고...

그래서 지난 설에 LA갈비로 찜을 하려고 수입고기를 파는 정육점에서 찜용으로 사왔어요. 사실은 전 보통 갈비처럼 두껍게 썰어주길 바랬는데 잠시 한눈을 팔다가 사가지고 집에 와보니 구이갈비 보다 약간 더 두꺼울 정도, 두께가 1㎝ 남짓, 좀 맘에 안들었어요.
그래서 선물세트에 섞여들어온 한우찜갈비에 LA갈비를 조금만 섞어서 찜을 했는데, 우리 kimys말에 의하면 월등하게 맛의 차이가 난다는 거예요. 한우찜갈비와 LA찜갈비가요... LA갈비쪽이 훨씬 부드럽고 맛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보통의 찜용 갈비보다 훨씬 얇게 썰어놓으니 젓가락으로 들고 먹기도 훨씬 좋다는 거예요.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쥐잡는다고, 제가 의도했던 것보다 얇게 썰어온 것이 먹기도 좋고 손질도 편하고...
LA갈비로 찜을 하면 우선 기름을 떼어내는 등 고기를 손질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너무 좋더라구요. , 물론 보통 찜용 갈비처럼 두툼하게 썬 거라면 칼집을 내야하지만 지금 제가 양념한 것 처럼 1㎝ 정도의 두께라면 칼집을 낼 필요도 없어요.

준비된 갈비의 양은 1.3㎏, 양념은 이렇게 했어요.
우선 배즙을 200㎖, 한컵 정도를 볼에 부었어요.
이 배즙은 지난해 추석에 들어온 배 상자가 모두 먹지못할 정도로 물러버려서 그때 모두 갈아서 짠 다음 즙만 냉동했던 거예요. 그래서 평소보다는 좀 넉넉하게 넣었어요. 배즙이 없을 때 임기응변법 아시죠? 네, 갈아만든 배 한캔 넣으세요.

배즙에 맛간장 2큰술, 진간장 3큰술, 국간장 1큰술을 넣은 다음 핫소스 1작은술을 넣었어요. 여기서 반드시 간보세요, 절대로 짜면 안되죠. 메이커마다 진간장의 염도가 다르고 집집마다 국간장도 다르고 하니까 꼭 맛을 보시구요, 맛간장 준비 안된 분들은 국간장을 1큰술 더 넣고 나중에 설탕과 꿀을 좀더 넣으세요.
여기다가 전 청주 1큰술, 설탕 2큰술을 넣고 다시 간보세요. 달지는 않은 지 반드시 확인하세요. 아, 배즙의 양이 적으면 이때 미향을 더 많이 넣으세요, 약 반컵쯤...

다음엔 후추가루 ½작은술, 깨 1작은술, 참기름 1큰술, 다진 파 마늘 각 1큰술을 넣어요. 이러면 끝. 김치냉장고 안에서 하룻밤 자고 나면 내일 우리식구들 영양 보충 갈비찜이 되는 거죠.

내일 저녁 메뉴까지 해결하고 나니 마음이 뿌듯하네요.

아버지 병세 많이 좋아지셨고, 내일 정형외과 외래에 가서 왼손 기푸스 푸시면 한결 투병생활이 나아질 것 같고..., 일단은 머리도 안 아프시고, 얼굴의 감각도 돌아왔다고 하시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두 다, 우리 82 cook 식구들 덕입니다. 모두 자신의 일처럼 걱정해주시고, 제가 없어도 집은 든든히 지켜주시고...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초록부엉이
    '03.2.9 10:02 PM

    얼마나 다행인지요.그만하시길...

    그간 제가 기분이 많이 가라앉았었어요.
    우울증 비슷한건지 그냥 의욕도 없고
    자식들 힘들게하지않고 자는듯 세상 뜨게 해달라는것이 기도인 여든넷 되신 할머니가 떠오르고
    -할머니는 무녀독남 아들만 하나 두셨고 저를 키워주셨는데
    제 전화를 받으시면 목이 메고 눈물만 나려하신대요-
    등이 굽어가시는 시아버님과 시어머님,역시 자꾸 왜소해져가는 친정부모님도
    아른거리고...

    선생님께서 모시는 세분 어른들의 얘기가 제 주변의 어른들에게도
    언제라도 일어날수 있는 얘기라 미리 겁나고 걱정되고 했던가봅니다.

    선생님,갈비의 양은 어느만큼이었나요?
    LA갈비가 한우보다 싸죠?
    이제 겨우 불고기 재워 먹는 정도라 비싼갈비 버릴까봐 갈비찜은 엄두도 못냈어요.

    우리 애들 갈비찜 엄청 잘먹더라구요.
    안해줘서,아니 못해줘서 몰랐어요.
    지난 추석과 설에 친정 엄마가 양념팩까지 곁들어진 갈비쎄트를 주셔서
    그걸로 몇번 해먹었거든요.
    저보다 나이도 아래고 결혼기간도 짧은 올케는 혼자서도 잘 재워 먹는다고
    갈비만 주시고 저는 양념이 끼워진 갈비를 주시고...

  • 2. jade1830
    '03.2.9 10:08 PM

    혜경님의 글에는 언제나 갓지은 구수한 밥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요 몇일 근간에 격으신 일들을 생각해보니 오늘의 갈비찜에는 주제넘게도 안쓰러움이 느껴집니다.저는 여러모로 보나 새까만 후배지만 감히 '혜경님에게 휴가를'이라고 외치고 싶어요.하루쯤이라도 리플도 잊고 쿠킹노트도 잊구요.-아 그런데 다른 님들이 싫어 하실라나-
    안녕히 주무세요.

  • 3. 김혜경
    '03.2.9 10:11 PM

    아 갈비양? 그거 젤 중요한 건데...이렇다니까요, 정신이 없어서...1.3㎏였답니다.
    제가 사는 집은 도매하는 집인데 수입 LA갈비 1㎏에 1만3천원이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이 어리면 1~1.5㎏이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초록부엉이님, 불고기 잴 줄 알면 갈비찜도 할줄 아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양념의 내용은 똑같은데 좀더 싱겁게 해서 하룻밤 재워둔 다음 불에 올려서는 처음엔 센불에, 팔팔 끓으면 중간불에, 중간불에 익히다가 찔러봐서 젓가락이 어렵게 들어가면 약한불로 하세요.
    그리구 무엇보담 성공이든 실패든 직접해봐야 실력이 늘어요.
    요새 수입찜갈비도 맛이 괜찮으니까 비싼 수입LA갈비 말고 보통 찜갈비로 한번 해본 다음 비싼 LA갈비로 찜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 4. 김혜경
    '03.2.9 10:13 PM

    jade님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솔직히 82cook에 앉아있는 시간이 휴식시간이에요. 그러니까 리플이나 쿠킹노트야 제 취미생활인 셈이죠. 크게 부담가는 일 아니니까 너무 심려마세요.
    그리고 낼 활기찬 한주를, 안녕히 주무세요.

  • 5. 초록부엉이
    '03.2.9 10:19 PM

    LA갈비도 비싼가보네요.
    전 수입이면 무조건 싼줄로만 알았거든요.
    찜갈비라면 한우를 말씀하시는건가요? 아님 이것도 수입이 있나요?

  • 6. 김혜경
    '03.2.9 10:23 PM

    수입도요, 그냥 찜갈비가 있구요, LA갈비는 주로 구이용으로 썰어파는데 큰 마트 말고 재래시장의 수입육 상점에서는 LA갈비를 찜용으로도 썰어줘요.
    이 보통 수입육 찜갈비, 코스트코 것이 질이 좋아요, 전 뿐 아니라 모두들 그러더라구요, 코스트코 찜갈비 좋다구.

  • 7. 박혜영
    '03.2.10 12:12 AM

    아버님께서 많이 좋아지셨다니 제 마음까지 한결 좋아지는걸요~
    저두 낼쯤, 지난 설에 선물로 들어온 LA를 잴 생각이었는데 형님의 레시피 잘 활용할께요..근데 압력솥에 찜을하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려주시겠어요?

  • 8. 양지윤
    '03.2.10 2:31 AM

    수입육으로 갈비찜 해봤는데... 이상하게 전 찝찝해서 못 먹겠더라구요.
    핏물을 덜 빼서두... 양념이 모자라서 그런것두 아닌데...
    어릴적부터 못 먹겠더라구요.

    다른 사람은 맛있게 잘 먹던데...
    좋은 방법 없을까요???

  • 9. 김혜경
    '03.2.10 8:48 AM

    혜영님 LA갈비로 찜을 할 때는 압력솥이 적당치않을 것 같은데요...
    얇게 썰어졌기 때문에 보통 냄비에도 괜찮을 듯...
    꼭 압력솥으로 하시려면 중간불보다 약간 강하게 해서 추가 흔들리면 바로 불을 끄는 것이 고기가 너무 무르지않는 방법일듯...
    저 아는 사람은 추가 흔들리면 약 2~3분 그대로 놔뒀다가 압력솥을 수도로 가져가 찬물을 붓는데요, 그럼 압력이 쫙 빠진다는데 전 그거 무서워서 못해봤어요.

  • 10. jasmine
    '03.2.10 9:06 AM

    저도 La Cucina님처럼 기름떼어 냅니다.
    얼마전 아는분이 LA갈비 먹으러 오라고 해서 갔다가
    기름때문에 정말 ....느끼했답니다. 일일이 뱉어내기도 민망하고......
    기름없게 잘 손질된 고기도 있는데, 아닌게 더 많더라구요.
    서울 사시는 분들 코스트코 얘기하는거 보면 참 부러워요. 물건이 좋고, 다양한것 같아서...
    거기까지 가서 장보기는 좀 힘들어서요.

    고기 핏물 뺄때 사이다에 하는 집도 있고, 콜라나 캐러멜 넣고 양념하는 집도 있고,
    설탕 안쓰고 꿀만 넣는 집도 있고.... 비법이 참 다양합니다.
    하지만, 고기는 기본만으로도 맛있어요. ㅎㅎ

  • 11. 나혜경
    '03.2.10 9:42 AM

    김 선생님 !
    너무 고기만 드시지 마시고 야채도 좀 드세요.
    기냥 더 건강 하시라구요..

  • 12. 김혜순
    '03.2.10 12:19 PM

    출장 갔다가 돌아 와 보니 이런 우환이...
    넘 넘 힘드셨겠어여
    그만하시길 다행이라고 말씀드리기가 민망할 정도 네여
    그래도 기운차리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기운내세여
    우환은 한꺼 번에 오긴하지만 역시 지나 가니까요^^

    참!글고 저 그거 해 봤어요
    이성수님이 말씀해 주신 그거요
    이름을 뭐라고 해야 할까...
    여하튼 뭔지 다 아시죠
    한마디로
    구~~~~~~웃이었습니다
    기름같은거 절대 두르지 않앗음에도 하나도 타지 않았구요
    피망이랑 베이컨의 맛이 감자에 스며들어 아주 맛있었어요
    전 좀 오래 해서 양배추와 피망이 넘 물러진 아쉬움이 있었지만
    칠리 소스에 찍어 먹으니까 더 맛났어요^^
    근데 안타깝게도 집에 피자치즈가 없어서...
    나중에 그거 까지 해서 완벽하게 함 해볼랍니다^^

  • 13. yo5125
    '03.2.11 2:44 PM

    김혜경님! 매일 이 사이트를 다녀만 가는 중독 환자(?)랍니다.
    너무도 유익하고 도움이 많이 되고 즐겁습니다. 그렇게 바쁘면서도 보람되고 알차게 사시니
    존경스럽고 너무도 나태한 내가 부끄러워 지네요.
    앞으로는 가끔씩 이 사이트에 참여도 하겠습니다.
    갈비찜에 대해 여쭈어 보겠는데요. 재우기 전에 핏물을 빼야 하지 않나요?
    너무 상식적인 일인가요? 그리고 양념장에 물을 첨가 해야되지 않나요?

  • 14. 김혜경
    '03.2.11 9:50 PM

    갈비는 정말 핏물을 잘 빼야 더 맛난 찜이 됩니다. 핏물 꼭 빼세요.
    물은요, 전 물 더 넣지않아요.배즙이 충분히 들어갔고 또 고기의 수분이 있기 때문에, 대신 센불에 너무 오래 끓이면 눌어붙으니까 잠시 끓이다가 중간불로 약한불로 줄여가며 찜합니다.

    yo5125님, 사이트 쭉 둘러보시면 아시겠지만 전 요리전문가도 아니고 요리 잘하고 많이 아는 사람도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여기서 늘 배우고 있습니다. yo5125님도 제게 한 수 가르쳐주세요.

  • 15. 김성훈
    '03.8.18 8:10 PM

    전 자취생활 완전초보 홀로남인데요..
    갈비찜을 해먹고싶은데 궁금한게 하나있어서요...
    1큰술,2큰술,1작은술.....이라고 하는데 큰술이면 어느정도의 량인지???그리고 작은술도...
    그냥 밥먹는 숟가락으로 가득히를 말씀하시느지 좀 알려주세요??
    질문이 넘 황당하나;;;;;;ㅋ~하여간 그뜻을 몰라서 재료만 사두고 못해먹고 있다는 흑흑..

  • 16. 잠비
    '06.6.6 9:53 PM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열심히 생활에 적응하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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