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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데코

손끝이 야무진 이들의 솜씨 자랑방

노동집약형 벽면

| 조회수 : 13,235 | 추천수 : 1
작성일 : 2013-08-14 16:50:39

제주도로 내려와서 남편과 시골집을 뚝딱뚝딱 고치고 있는데,

이것 저것 자랑하고 싶어 올리려다가 어제부터 계속 실패예요ㅠㅜ

블로그에서 가져와 말끝이 짧습니다. 이해해주세요.

----------------------------------------------------

파레트를 해체해서 이것 저것 만들다가 벽에도 붙여버리자! 가 나왔다. 

파레트를 붙이기로 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저 벽이 마음에 든다.

단, 저 짓을 다시 하지는 않겠다.

   

저 벽면은 꽤 넓다. 밑변의 길이가 6m 50cm, 밑변에서 꼭지점까지의 높이가 4m 30cm이다.

집에 한 두 개 굴러다니는 파레트로 될 일이 아니다. 돈 주고 살 수도 없다. 새것은 저런 느낌이 나질 않는다.

오래돼서 버린 파레트를 많이 얻어와야 한다.

남편이 눈에 띌 때마다 들어가서(겨울에 땔감으로 쓰려고 못 쓰게 된 파레트를 모아두는 업체들이 있다),

안 쓰는 거면 달라고 해봤지만(최대한 정중하게) 번번이 거절을 당했다.  

그럴만도 하다.

남대문 시장에 돌아다니면 일본말로 호객행위를 당하곤 하던 남편은(좋은 의미에서 이국적이라는 게 아니다. 그냥 좀 뭔가 모르게 다르게 생겼다), 제주에 내려와 공사를 하는 동안 수염이 길었고, 머리는 길어서 머리띠로 넘겼고, 새카매졌다. 딱 아시안계 외국인노동자다. 무엇보다 옷이 너무 더럽다. 일할 때 입는 작업복을 어디든 입고 다닌다. 그리고 그 옷을 잘 빨지도 않는다. 내일이면 다시 더러워진다해도 옷은 빨아야 하고 몸은 씻어야 한다. 남편은 여기 와서 그걸 잊었다.

남편은 자기가 매번 거절당하는 이유가 남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대체로 남자를 경계하고 남자에게 더 불친절하다고 주장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여자한테 부탁했을 때도 거절당한 것을 보면 그게 다는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남편이 '더러운' 남자였기 때문이다.

내가 나섰다. 남편을 흘끗 보고 쫓아냈다는 그 공장에 가서 마당 한 켠에 쌓인 파레트를 전부 다 가져왔다.

내가 무슨 미인계를 쓸 처지는 아니다. 다만 나의 생김은 절대 남을 위협하지는 않는다. 나는 누가 보아도 안전하게 생겼다.   

그렇게 파레트를 얻어왔다. 

노가다가 시작되었다.

우선 파레트를 해체한다.

못도 다 뽑는다.



그라인더로 표면을 갈아낸다. 샌딩기로는 잘 되질 않는다. 위험하긴 하지만 그라인더로 하는 수밖에 없다.

남편은 해체하고 나는 옆에서 간다. 꼬박 이틀이 걸렸다. 동네가 워낙 조용하고 노인들이 많이 사시는지라 해가 질랑말랑만 해도 큰 소리가 나는 공구는 쓸 수가 없다.  

바니쉬를 발라서 말린다.

 

수평을 잡아가면서

 

한 장씩 붙여나간다.

 


느낌 좋은 나무들을 
  


 

일부러 삐뚤빼뚤하게 배치했다.

빈 데를 채우자니 일이 무섭고, 그대로 두자니 뭔가 아쉽다.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세누
    '13.8.15 9:13 AM

    우리집 아트월하고 비슷해서 로그인했네요
    보는 사람마다 칭찬해마지 않는 아트월이죠..ㅋㅋ..
    전 제가 한게 아니라 인테리어업체에서 해줬어요
    반달님께서 하고 계시는 수고를 생각하니
    비싼 댓가를 치룬게 아니였군요

  • 낮에나온반달
    '13.8.15 10:15 AM

    빈 데 없이 다 채울까 어쩔까 고민중인데 세누님 댁은 한 면을 빼곡히 채우신 거겠죠?

  • 2. Since1996
    '13.8.15 10:43 AM - 삭제된댓글

    왠지 남다른 감각이 있는 분 같아요.
    천정의 등들도 묘하게 어우러지고...,
    혹시 천정조명은 임시 작업용인가요? 그렇다 해도 그럴듯하게 어룰립니다.
    완성까지 과정 보여주세요.

  • 낮에나온반달
    '13.8.15 1:08 PM

    천정에 등을 봐주시다니 감사해요. 집어등을 구해서 단 거예요^^

  • 3. 세누
    '13.8.15 11:20 AM

    네45평 거실 전면 다채웠어요
    사진상으로는 다 안채워도 충분히 멋집니다
    저처럼 거실 전면아트월이 아니니까
    다채우지 않아서 여백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 4. 수수
    '13.8.15 11:25 AM

    저도 사진상으로는 완성작 같습니다.^^

  • 낮에나온반달
    '13.8.15 1:10 PM

    힘들게 일하고 칭찬 받고 싶어서 올린 건데 마음 다 채웠네요. 감사해요^^

  • 5. 한국화
    '13.8.15 2:10 PM

    다 안채우고 간접조명하고그림들을 걸으면 근사한 인테리어가 되겠네요.
    멋져요..저도 남편이 퇴직하면 제주도 가서 살자고 하네요..그때 한번 놀러가도 되나요

  • 낮에나온반달
    '13.8.16 4:09 PM

    저희도 그런 얘기 자꾸 하다가 정말로 내려왔네요.^^

  • 6. 바다
    '13.8.15 3:12 PM

    대단합니다.
    저도, 제주도민인데요......한번 구경가보고 싶네요;;

  • 낮에나온반달
    '13.8.16 4:10 PM

    반갑습니다. 여기는 구좌읍 송당리예요.

  • 7. 강혜경
    '13.8.19 11:38 AM

    우와...구좌읍 송당리...제가 살던곳이예요...
    그쪽...에 전원주택...몇가구 조성해놓은곳에서 딱...1년 살다가 와서 너무 반가워요~

    지난주에 휴가차 갔다가.....그쪽 지나는데 다시 와서 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벽면은 지금으로도 충분히...멋지셔요
    집어등....도 멋스럽고

    우야든둥...제주...라는...단어만으로도...
    육지에서 보다는 몇점 먹고 들어가지요~~~^==^

  • 낮에나온반달
    '13.8.20 11:05 AM

    송당리 정말 좋아요. 숲도, 오름도 너무 좋고요. 용눈이 오름 가는 길 근처에 사셨던가 봅니다.^^

  • 8. 엔틱소파
    '13.9.4 10:27 AM

    갤러리 같아요. 거실, 욕실문 봤으니 다음은 어느 부분인가요?ㅎ 기대됩니다.

  • 낮에나온반달
    '13.9.4 3:04 PM

    82에서 리빙데코가 상대적으로 한산한 편이라, 너무 도배하는 것 같아 눈치가 보여요.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라 자랑할 것 정말 많은데 참느라 근질근질합니다.^^

  • 9. 순순이
    '13.9.4 4:35 PM

    정말 멋지네요
    이런작품 도배해주시면 감사한일이죠
    맘껏 도배해주세요

  • 10. 수잔
    '13.9.10 1:15 PM

    저는 주방쪽이 궁금합니다..

    구조나 가구 그릇들까지....

  • 낮에나온반달
    '13.9.13 7:05 AM

    정리된 후 주방 사진 한 번 올리겠습니다. 주방은 심플해요.

  • 11. 나마스떼
    '13.9.11 2:01 PM

    멋진 남편분을 두셨어요 부럽습니다.^^
    집어등이라는걸 어떻게 구하나요,멋집니다.

  • 낮에나온반달
    '13.9.13 7:09 AM

    팔기도 하는데 비싸고요(한 개 4만원이 넘어요), 저는 운 좋게 얻었어요. 정말 운 좋게.. 함 보실래요?
    http://blog.naver.com/PostThumbnailView.nhn?blogId=banndal&logNo=100193228811...

  • 12. 포로리얌
    '13.9.14 3:40 PM

    와 저 파레트 나무 무거울텐데 잘 붙이셨네요 ^^
    재활용 멋져요 ^^

  • 13. 데일리
    '13.10.5 11:40 PM

    솜씨좋으신 분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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