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이 펼쳐져 있는 책갈피를 넘깁니다.
문 밖의 낙엽지는 소리가 사락사락 귓가를 간지럽힙니다.
만행 끝에 잠시 머문 이 해인사 문지방에는
가을이 때늦은 봇짐을 풀어놓고 나를 유혹하는듯합니다.
붓을 꺼내 그 가을의 향기를 그리려 하나
흰종이에 그린 것은 오로지 점 하나뿐입니다.
이런 날에는 무엇때문인지 자꾸 마음이 흔들립니다.
아마 번뇌가 내 몸 속에 남아있는 탓이겠지요.
탐욕과 노여움, 어리석음의 삼독번회를 벗지 못하는
이 중생의 모몰염치때문이겠지요.
시냇물에 몸을 씻어 번뇌를 지우다가 지우다가
끝내 다 지울 수 없어 망연히 지는 잎을 바라보지만
부끄러운 생각에 그만 등줄에 땀만 흐릅니다.
아마 아직도 수행이 부족한 탓이겠지요.
스님 이만 허튼소리를 줄이겠습니다."
이 글은 고봉스님이 경봉스님에게 쓴 편지라고 합니다.
고봉스님과 같으신 분께서 수행이 부족하다고 고백하는 대목은 읽고 또 읽으며 난 나 자신에게 진실한지를 묻게 됩니다.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불영계곡을 돌아돌아 올 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처음과 끝...
즉,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걸까...하는 말입니다.
늘 묻는 물음이지만 답을 찾지 못하고 시계추처럼 그렇게 성당을 오갑니다.
한 살 더 먹은 값을 하려면 벽 앞에서 두 눈을 감고 묵상의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산골에서 배동분 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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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 스님의 편지
하늘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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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53
작성일 : 2008-02-11 00:3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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