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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같은 느낌으로 사는 사람들은 모습도 닮아가나 보다.

| 조회수 : 2,206 | 추천수 : 25
작성일 : 2007-03-06 09:36:54
오늘 어머님 모시고 치과를 다녀왔다.
몇 년 전 7남매가 어렵게 어렵게 해드린 틀니가 고장이 났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어디rk 아프면 모든게 더 많이 불편하다.

남편보고 가랬더니 청국장도 찧고 이런 저런 일을 해야하니 나보고 가란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다가 내가 가기로 했다.
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어머님이 그러신다.
"아범하고 가는 것 보다 그래도 너랑 가는게 시원하긴 하다~."
(남편이 이 글 봐도 어쩔 수 없다.)

시원하다~
말없음표 아들보다
입에서 나오는 말이 틀리건 맞건
옆에서 조잘조잘 거려주는 며느리가 편하시다는
뜻으로 나는 해석한다.

어른들은 옆에서 뭐라 뭐라 말을 해주고
그래요~
그러니까 말예요~ 하며 추임새를 넣어 주면
더 편해하신다.

살아보고 느껴보니
어른들이 제일 외롭고 힘들어 하는 것이
바로 말 없음이며 당신 하는 말에 대꾸가 없을 때인거 같다.

그러며 한 말씀 더 보태신다.
"교통요금 나오는거 안쓰고 모아놓은 통장있는데 그 돈으로 이빨하면 될 것이다~.
이번에는 치료하는 것이니 많이 안들것이다~."

혹여~복잡하고 힘든 마음일까  
며느리 속마음을 얼른  막아 놓으신다.

속으로 그랬다~
'어머님 죄송해요~'
아무래도 어머님이 모아 놓은 돈을 써야 될 거 같아서...

살면서 서운한 점 어디 없겠나?
살면서 어머님 내게 서운한 점 없겠나?
그런데도 내게 어머님은 마음을 기대이신다.

가끔은 내 어깨가 무겁기도 하지만
당신에게는 조금 어려운 장남이랑
같이 사는 나를 다른 생각을 못하도록
토닥 토닥 다독이시는 어머님이시다.

'알겠어요~ 어머님 ~ 부족하지만 제가 지켜 드릴께요.'

묘한 느낌으로 하루를 보낸거 같다.

뭐라 딱히 말하기 어려운
조금 복잡하기도 한~
뭐 그런...



울 어머님 잔잔하게 웃고 계시는 모습이 대왕대비마마 같다.
세월을 잘 만났으면 더 아름다우셨을 어머님이다.

제일 첫 번째 월요일 손님으로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갔다.
몇 번 와 봤던 곳이지만 늘 느끼는 것은
참 편안하고 깨끗하다~ 라는 것이다.

보험카드 접수하고 어머님의 이 상태를 이야기 하고 잠시 기다린다.

가방 안에 카메라를 꺼내 여기 저기 모습을 담아본다.
그리고 간호사 언니와 울 어머님 모습까지.

고생한 흔적에 비해 참 고우신 어머님이다.
이 부분은 정말 인정한다.

아마도
어차피 살아야 하는 인생
이런 저런 일도 그냥 그런갑다~~
할수 없지~ 어쩌겠나~세상이 그런걸~

그렇게 당신의 삶을 순하게 인정하고
살아 오셨음이 아닌가 싶다.

미워하는 것도 습관이 되어야 한다.
원망하는 것도 습관이 되어야 한다.

미워하고 원망하는 것에 서툰 어머님.
아마 나도  그 서툼을 조금씩 닮아가나 보다.

길게 미워하고
길게 원망하질 못한다.

부부싸움 하고도
오랜동안 말 안해보고 싶었지만
나는 여턔 그게 안된다.

가끔은 소원일 때가 있다.
삐져서 일 주일 이상 말 좀 안해보고 사는것!
남편이 애가 닳아 나랑 말 좀 해보고 싶게 하는것!
난 여태 그걸 못해봐서 억울하다!

그래서 다른 이들보다
사는게 더디고 무딘지 모르겠다.
바라 보기에 답답할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이것도 어쩔수 없다.

많은 이들이 내게도 그랬다.
이런 저런  일들을 겪었음에도 밝은 표정이라고
하나 어려움 모르는 사람 같다고...

이것도 어머님과 내가 닮았나?
아마 그럴거다고 믿는다.

원장님께 치료 받으시고 나서
간호사 언니들이 나를 부른다.

"따님 들어오세요~ 어쩌고 저쩌고~!"
혈압이 너무 높아 이 치료가 불가능 하단다.
몇 일동안 내과에서 준 약을 먹고 혈압을 낮추고 치료하잔다.

간호사 언니들이
따님~~ 따님~하고 몇 번을 불렀는데
나를 그 말을 얼른 알아 듣질 못했다.

너무도 당연히 따님 따님 이라고 불렀으니 내가 아닌줄 알았으니까~
왜? 나는 며느리라고 생각하고 의자에 앉아 있었으니까...

그런데 닮았다는 소릴 어디 한 두 번 들었던가?

사람들은 어머니와 나 사이를 이젠 의례히 딸과 친정 엄만갑다~~ 한다.
이런 저런 일들을 한데 겪고 사는 사람들은 몸짓 눈짓 언어까지 닮아가나 보다~
그냥 같은 느낌으로 그렇게 서로 물들어 가나 보다.

어머님이 그랬다.
"너랑 나랑 닮았다는게 어디 한 두번이냐? 옛날에 장에서도 그랬잖냐?."

"어머님 저 살 빼야 되요. 얼굴이 똥그래서 그런가봐요~에이~."

"야 봐라~ 애미~ 너 살 안쪘을때도 나 닮았다고 친정엄마 아니냐고 안하더냐?"

결혼해서 시댁  동네 장이 서는 날
어머님이랑  첫 나들이때
내가 막내 시누인 줄 알고 시댁 집안 아저씨가

"야~ ** 이 너 많이 컸구나~."  해서 눈이 또옹그래 지지 않았던가?

같은 느낌으로 사는 사람들은 모습도 닮아가나 보다.
경빈마마 (ykm38)

82 오래된 묵은지 회원. 소박한 제철 밥상이야기 나누려 합니다. "마마님청국장" 먹거리 홈페이지 운영하고 있어요.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써니
    '07.3.6 4:52 PM

    눈시울이 뜨거워 지네여..
    가슴이 뭉클한게...

  • 2. 햇살마루
    '07.3.6 10:27 PM

    감동입니다...

    뭔지 표현할 수 없는 이 느낌!!!!

    음악도 좋구요...

  • 3. ^^
    '07.3.6 10:56 PM

    음악도 좋구요.문득 시어머님 생각이 나네요^^..시골 큰형님네 사시는데 자주 오시거든요.
    막내인 저희집에 오시면 한달씩 계시다 가시곤 했는데 ...구정전에도 오셨다 가시고....
    88세 어머님은 이젠 기력도 기억력도 희미해져가고...제가 시집왔을땐 참 기운도 좋으시고 기억력도
    좋으셨는데...그 세월이 이십년이 넘었으니...미운정 고운정이 들어서 ...가시고 나면 며칠은 허전하답니다. 어머님에 대한 감정도 이젠 곰삭아서..인간적인 애잔함이.....눈물이 날려하네요^^;

  • 4. 미실란
    '07.3.7 10:52 PM

    정말 따듯합니다.
    얼마전에 돌아가신 저희 시어머님 생각이 나네요.

  • 5. 스마일
    '07.3.9 11:01 AM

    부럽네요 좋은시어머님에 좋은 며느님 ..
    특히나 남을 미워하고 원망하는데 인색하시다는 ..그말이 ..
    두분 오래도록 변치말고 사랑하시는 마음 가득하시길 빕니다..

  • 6. delonghi
    '07.3.13 10:37 AM

    저를 한번 돌이켜 보는 시간이었네요.
    어머니께 전화한통 드려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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