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마가 가쓰 가이슈라는 인물을 죽이려고 하는 지바도장의
쥬타료를 따라 갔다가 오히려 그 자리에서 가쓰 가이슈에게
설득당하여 그를 스승으로 모시는 장면에서 책이 끝나고
말았습니다.

한 인간의 운명,게다가 그 만남으로 인해 한 나라의 방향이
바뀌는 사건을 눈앞에 두고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아서
(3권까지 빌려놓은 상태라서요) 오늘 아침
보람이가 마두 도서관에 가면 책을 빌려다 달라고 부탁하려
했는데 이상하게 전화소리를 못 듣는 바람에
일이 어긋났습니다.
보통은 그런 경우 한 주 기다리고 다른 책을 읽으면 되겠지만
그러기엔 다음이 너무 궁금하여 그냥 제가 마두도서관에
가기로 했습니다.
4.5.6권을 빌려서 나오다보니 정발산의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있네요.

충청도에서는 맛보지 못한 깊은 가을이 동네에 이미
와 있어서 그렇다면 하고 올라갔습니다.


사진을 찍다보니 옆에 벤취가 있네요.
갑자기 책의 내용이 궁금해집니다.

앉아서 조금 읽다가 이렇게 붙들리면 결국 등산을 하는
일은 물건너가는 셈이라 결연히 일어서서 위로 올라갔습니다.


정상까지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서
아주 어린 아이가 엄마 손을 붙잡고 걸어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래서 다가가서 물었지요.
잠깐 한 장 찍어도 되나요?
엄마는 흔쾌히 허락을 하고 아이는 카메라를 들이대자
갑자기 표정을 바꾸어 포즈를 취하네요.


책을 포기한 덕분에 만난 풍광들
그래서 흐뭇한 마음으로 정발산을 돌아서 내려왔습니다.
집에 와서 4권을 펼쳐드니
가쓰 가이슈를 통해서 힘을 얻은 료마가
당시의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당시 일본은 일본이란 나라가 아니라
바쿠후의 우두머리인 쇼군의 이익이 우선하는 곳이다
그러나 이것은 옳지 못하니 일본이란 나라 대국적인
견지에서 생각해야 한다, 사무라이의 칼로 외국의
구로후네를 물리칠 수 없으니 배를 만들어서 해군을 길러
그들이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바쿠후를 무너뜨리고 일본을 세우자) 료마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런 생각의 기본이 되는 것이
미국역사에 대한 지식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워싱턴이
모델이 되더군요.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세상을 달리 경험하고
인간이 크게 변화하는 것,그것이 자양분이 되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삶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
그런 시대를 바라보면서 하루를 보낸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