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심사 말만 들었지 처음 가 보는 절입니다
마음을 여는 절이라 어떤 느낌일까 궁금한데요
더구나 지난 금요일 부여에서 만난 시인 해설사의 시집에서
개심사에 가서의 느낌을 적은 시를 미리 만난 덕분에
호기심이 더해졌습니다.
우선 그곳까지 가는 길이 정겹더군요.
뭐랄까 산세도 아늑하고 조용한 느낌의 고장을 끼고 돌아가는
길,차속에서의 이야기꽃이 만발합니다.
지나가다 보니 마애삼존불상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곳이네
그런데 내려서 들러가자고 하기엔 일정이 빠듯합니다.
이 곳은 그렇다면 다음에 다시 와 보고 싶다고 마음에
점을 찍어 두었습니다.

개심사 입구는 아주 평범한 곳이더군요.
지난 번 청평사 입구보다는 훨씬 조용하고
가게도 이런 가게에서 장사가 되어 살아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규모가 작았습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니 오래 된 절답게
나무들이 무성합니다.




개심사 입구의 돌에 새겨진 말 세심동이라
마음을 씻는 방법에 대해 많이 읽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늘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어서 순간 순간
자괴감에 사로잡히기도 하는 날들에 대해서 서서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한편 그렇게 마음을 씻는 일이 쉽다면 왜 인생을 고해라고 하겠나
어려운 일이니 순간 순간 노력할 뿐
그냥 마음을 풀면서 사는 것이지 합리화를 해보기도 합니다.


절안으로 들어서니 소나무,소나무의 장관입니다.


절은 제겐 역사적인 공간이고
풍광이 아름다운 곳에 자리잡은 공간입니다.
신앙의 대상이 아니란 소리이지요
그래도 이상하게 절에 들어서면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평소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눈여겨보게 되더군요.
그러니 그 곳이 신앙의 공간인 사람들에겐 조금 더
다른 색깔로 다가오는 곳이겠지요?


경내는 한창 보수공사중이더군요.
보수공사가 필요하긴 하지만 이미 보수한 곳은
이전의 맛을 간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필요악이 되기 쉬운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재미있는 현상은 절에 갔을 때 대웅전이나 기타
중요한 건물에서 보다 오히려 다른 곳에서 더 깊은
느낌을 받고 오는 때가 많다는 것인데요
이 절에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절은 단순히 건물이 들어선 공간만이 아니라
그 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마음이 쌓인 곳이기도 하겠지요?

저도 올해 다닌 절마다에 아이들을 위해서 돌을 올려놓고
왔습니다
그것이 지닌 효용을 금방 보자는 생각에서가 아니라
그 순간 기도하는 심정으로 그렇게 자연히 행동하게 되는
저를 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개심사에서 마음에 가장 환한 불이 켜진 순간은
바로 이 장면과 만난 시간이었습니다.



만약 일행이 없다면 혼자서 빛이 쏟아지는 그 마루에 앉아서
들고 간 책을 읽으면서 한없이 고요한 순간을 누리고 싶었을
장소,마음만으로라도 순간을 머리속으로 상상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왔지요.

그 곳을 지나 뒤쪽으로 가니 고양이 두 마리가 놀고 있습니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한 마리는 멀찍이 도망쳐버리고
한 마리는 그저 얌전히 앉아 있네요.

삼신각쪽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절경이더군요.




삼신각 앞에 웬 비닐봉투가 하나 놓여 있습니다.
안을 들여다보니 한 여자분이 무엇인가를 간절히 빌면서
절을 하고 있습니다.
절의 마지막 귀퉁이로 밀려난 곳 삼신각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비는 사람들에게 아주 귀한 공간이었을
그리고 지금도 일정 정도 그런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공간에서
간절하게 비는 저 여자분에겐 무슨 소망이 저리도
간절한가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감히 카메라를 들이대지 못할 분위기였지요.


내려오는 길에 잡힌 풍광입니다.

개심사에 온다고 하루 아침에 마음을 여는 것이 가능한 것은
아니라해도 개심사를 만나고 세심동이란 글귀를 마음에
안고 돌아가는 길,공연히 마음속이 편안한 느낌이 드는
마술을 맛 본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