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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쪽배에..동요에 담긴 사연(펌글)

| 조회수 : 1,531 | 추천수 : 19
작성일 : 2006-08-23 07:22:32


전교생이 17명 밖에 되지 않는 산골 초등학교에,
사랑 많은 소사 아저씨가 있었다.
소사 아저씨는 개구쟁이 아이들의 다정한 친구였다.
10살만 넘으면, 가난한 농가의 일꾼이 되어야하는 아이들에게
소사 아저씨는 꿈을 심어주고 싶었다.
아름다운 동요도 가르쳐주고 싶었고, 반짝이는 동시도 가르쳐주고 싶었다.
소사 아저씨가 아이들에게 처음 가르쳐준 노래는 ’반달’ 이였다.
처음에는 한 두명의 아이들이 노래를 배웠다.
연필과 크레파스와 노트와 스케치북을 선물로 준다는 말을 듣고
전교생 17명이 모두다 노래를 배우러 왔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 나~무 한~나무 토~끼 한~마리~

목이 쉬도록 노래를 가르쳤지만, 아이들은 매미처럼 제 각각 울어댔다.
“아저씨, 선물은 언제 주나요.”
“선물은 무지막지하게 많이 준비 되어 있다.
잘 하면 선물에 맞아 죽을 수도 있다. 크크.
우리가 노래를 다 배우면, 느티나무재 너머에 있는 성당에 가서
합창을 하기로 약속했다.
잘만 하면, 신부님이 연필과 크레파스와 노트와 스케치북을
선물로 마구마구 주신다고 했거든.”
그 후로 아이들은 더 열심히 노래를 배웠다.
합창 발표 날이 왔다.
햇볕이 다람쥐 꼬리 만큼 남아 있을 무렵,
소사 아저씨는 전교생 17명을 데리고 느티나무재를 넘었다.
성당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아이들 눈이 갑자기 자두알 만해졌다.
바쁘기만 했던 엄마, 아빠들이
성당 안에 모두 모여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설레게 한 건 단상 앞에 있는 선물이었다.
높이 쌓여 있는 선물이 쓰러진다면
소사 아저씨 말대로 선물에 맞아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소사 아저씨가 월급 봉투를 몽땅 털어
그 많은 선물을 준비했다는 것을 아무도 몰랐다.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단상 위에 섰다.
아이들 얼굴에는 마른버짐이 찔레꽃처럼 피어 있었다.
풍금 소리가 흘렀다. 아이들 노래가 시작되었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 나~무 한~나무 토~끼 한~마리~

아이들은, 바람을 타는 청보리처럼 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엄마, 아빠들 눈에 눈물이 반짝거렸다.
소사 아저씨는 맨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저씨도 울고 있었다.
야윈 뺨 위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소사 아저씨는 손등으로 계속 닦아내고 있었다.
노래를 불렀던 아이들은 세월을 따라 배추잎처럼 나박나박 자랐다.
사춘기를 앓았고, 새털처럼 많은 날들을 살아내며
아이들은 제법 단단한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된 뒤에도 가끔은,
소사 아저씨가 가르쳐준 ’반달’을 노래했을 것이다.
햇살처럼, 나비처럼 너울너울 살아가라고 했던 소사 아저씨의 말을
아주 가끔은 떠올리기도 했을 것이다.
어른이 된 그들은 알고 있을까?
’반달’을 가르쳐준 마음씨 고운 소사 아저씨가,
박봉을 털어 빠작빠작한 선물을 사온 그 가난한 소사 아저씨가
소설가 이외수 선생님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분명히.
가슴에 새겨진 사랑은 지워지지 않으니까.
사랑은, 아무리 험한 세월도 견뎌낼 수 있으니까.
누구의 가슴에서도. 오랫동안. 그 모습. 그대로. 그렇게.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진선미애
    '06.8.23 11:53 AM

    저도 첨 알았네요 애들에게도 얘기해줘야겠습니다

  • 2. 젊은 할매
    '06.8.23 3:58 PM

    내나이 칠순이 넘었고 어릴적 많이 불렀던 동요 였는데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가슴 찡하는 ,,,
    이외수선생님이 존경 스럽습니다.

  • 3. 까망포도
    '06.8.23 10:46 PM

    *^^*

  • 4. 파란하늘
    '06.8.24 8:21 AM

    마음을 감동시키는 내용 고맙습니다.
    바쁜 세상에 태어나 내가 가야할 길만 열심히 가는 요즈음
    너무 내 자신을 위해서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부끄러워집니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열심히 실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5. ㅎr늘ㄴrㄹn
    '06.8.24 6:37 PM

    아...이외수님의 이야기군요...
    참으로 따스한 이야기입니다...
    매말라 가고 있는 각박한 도심의 아이들에게
    이런 감동을 줄 수 있는 이벤트는 없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 6. 낮잠
    '06.8.25 3:38 PM

    안나돌리님 글에 까망포도님의 음악 첨부까지 완벽해요^^..
    참 따뜻한 얘기네요 정말..

  • 7. 안나돌리
    '06.8.25 5:08 PM

    까망포도님..
    감사해요~~^^&

  • 8. 하늘바람
    '06.9.14 12:55 PM

    마음으로 눈물을 흘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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