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화가에 대해서
그의 화가로서의 일생을 추적하면서
변화를 느끼게 하는 그런 전시가 좋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이번 대전에서 본 루오전시회는 그런 점에서
상당히 공들여서 준비한 전시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에서의 전시는 없고 오로지 대전에서만 하는 전시라
과연 어떻게 준비했을까 기대반 걱정 반
그런 마음으로 갔었는데
손님 맞을 준비를 아주 정성스럽게 했다는 느낌에
기분이 정말 좋았거든요.
오늘에야 그의 그림을 after로 볼 시간이 생겼네요.
그 전에 그의 그림이라고 해야 몇 점 대표작만 본 상태였고
어쩐지 마음속의 깊은 곳을 건드려서 고통스럽다는 생각에
피하게 되는 화가였는데
제대로 된 전시를 보고 나니 마음이 바뀌게 되는
이상한 체험을 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루오는 화상 볼라르가 활약하던 시대에 함께 살았더군요.
볼라르의 글에 그림을 그려주는 댓가로
그의 작품 미제레레를 에칭으로 해서 출판을 하게 되는데
저는 이번 전시에서 2관에서 본 미제레레를 가장 잊지 못할 것
같네요.

이 작품이 바로 미제레레에서 본 에칭중의 하나입니다.

볼라르가 쓴 희곡에 그린 루오의 작품입니다.
Two matrons, 1928
Original etching, aquatint (sugar), signed in ink, extracted from the signed suite "Réincarnation du père Ubu". Ed. A. Vollard, Paris


한동안 루오는 판화 작업을 했더군요.
그 시기의 작품들인 모양입니다.
그는 판화를 하면서도 유화를 하고 싶어해서
판화를 완성한 다음 그 위에 채색작업을 했다고
도우미로 있는 여자분이 설명을 하던데
왜 판화를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어서
다시 루오의 바이오그라피를 읽게 되면
그 때 그 의문을 풀 수 있을려나 하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그의 작품세계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소재는
역시 성서와 광대입니다.
그래서 이 두 그림을 비교해서 보게 되네요.
그는 1살에 스테인드 글라스 공방에 들어가서 일을 배웠다고
하는군요.
그 때의 경험으로 기법상 검은 테두리를 두르는
작품이 많더군요.
그것이 강렬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동시대의 화가들과는 조금 색다른 느낌을 주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미제레레의 작품 하나를 더 찾았습니다.
오늘 아침은 이것으로 after가 충분한 것 같네요.
마루에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너무 따갑지도 너무 약하지도 않은 적당한 빛으로
기분이 좋은 일요일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