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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친정부모님께 효도 하고 왔어요.

| 조회수 : 2,105 | 추천수 : 11
작성일 : 2006-05-08 17:48:06
제 얼굴을 보신 어머니의 가느다란 눈이 놀란 토끼 눈이 되십니다.
가슴 벌렁 거림을 한 참 만에 가라 앉히신 어머니는 늦게까지도 숨을 몰아 쉬시더군요.

늘 ~그랬습니다.
좋은 일 즐거운 일엔 언제나 미숙하셨던 어머니...
늘 폭풍이 휘몰아 치는 일이 있어야  자식 얼굴 보셨던 분이기에 그럴만도 했습니다.

우리 그냥  맛있는 밥 사 드리려고 왔다라고 했더니 어린이 날인데
아이들 놔두고 왔냐며 대뜸 데려오지 그랬냐 그러시더만요~

허리는 더 굽으시고 오른쪽 다리는 절룩거리고 머리는 더 백발에 가까우신
두 분 얼굴이 그래도 싫지 않는 표정이십니다.


아버지 고향인 함평에 가 보시지 않겠냐~했더니 뭐하러 가냐? 하시면서 혀를 차시네요.

어머닌  두 오빠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이미 절에 가실 계획을 가지고 계셨더군요.  
두 오빠 이야기에 금새 어머니 눈이 글썽 글썽해 지십니다.
눈물 샘을 달고 사시네요~

일단 우리 부부는 함평 나비 축제장에 들러 나주 절로 가자는데 의견을 합치고
두 분을 모시고 출발했습니다.

차로 1 시간 거리지만 한 번도 가 보질 않았다는 말씀에 자식 많음 뭐하나 싶었지요~





저 멀리 나비 산이 보입니다.  많은 인파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었어요.

두 분은 어찌 어찌 200 미터도 못 걸으시고 저 정자 위에 주저 앉아 버리셨어요.

절뚝 거리시며 걸으시는 어머니 모습이나 지팡이에 몸을 의지해서 걸으시는
아버지를 보니 언제 저렇게 늙으셨나 싶더군요.

늘 그 자리에 계신 분인 줄로만 알고 살았네요~
정말 그렇게 약해지신지 몰랐습니다.

이제는 못 걷겠다시며 우리 보고만 둘러 보고 오라네요~ 할 수 없이 대충 둘러보고
캔맥주 하나, 번데기 한 컵, 옥수수 두 개, 닭꼬치 하나 이렇게 사들고 두 분 앉아계신
정자로 돌아왔습니다.

이런 곳에서 군것질은 한 번 해봐야 왔다간 기분이 들잖아요~^^

옥수수가 연하니 맛나다며 반쪽은 드시네요~
번데기는 오래 된것이라 맛이 없으며 거무죽죽 하다고 하시구요. (우린 봐도 모르는디...하여간에~)
닭꼬치는 넷 이서 나눠 먹었어요.^^

드시는 것도 나이가 드니 맘대로 못드시더라구요~
부모님이 그래도 조금 젊으셨을때 많이 사드려야 겠더라구요~

혹 아직 부모님이 살아계시고 조금 젊으시다면 맛난거 많~이 사 드리십시요!





저 안에 뭐가 있는지 모르는데 줄이 너무 길어 보기만 했네요.
유채꽃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이 꽃들이 여기 저기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습니다.





유채꽃 앞에서 사진을 많이 찍으시더만요~~ 사진을 제대로 담지 못함을 용서하세요.





이 나비 축제가  함평을 알리는데 한 몫을 했다며 대단히 성공적인 이벤트라고  
다 들 한 말씀씩 하시더라구요~

그러게요~ 덕분에 저도 와 보게 되었네요.

내일이 마지막 날이라 오늘 미어 터지지 않았을까 싶네요.





저 어디메 쯤에 7천원을 내고 들어가서 봐야만 나비 축제 왔다갔다고 말할 수 있다 했는데

우린 그냥 왔습니다. 두 분을 내버려 두고 갈 수가 없었으니깐요~

부모님께 드리는 효돈지 우리 부부의  나들인지 조금 헷갈리지요? ^^*





자운영 꽃 밭이 참 평화로워 보이고 ....





보리이삭도 싱그러움을 더 해 주었습니다.





저 안에 뭐가 있을까? 지금도 궁금하네요~ 함평 나비축제 완전히 수박 겉핧고 온 셈입니다. 이궁~




도로 바로 옆에 차를 세워놓고 찍은 사진입니다.



아버지 고향동네 입니다.  어머니와 결혼하자 마자 3일 뒤에 6.25가 터졌다고 하시네요.
전쟁이 나니 아버지는 온데 간데 없이 실종되었고
그 때 부터 어머니 마음 고생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네요.

총알이 귓볼을 지나가 다행히 살 수 있었다고 하시면서 다들 죽은 줄로만 알고 계셨던
아버지래요~ (저 처음 이런 이야기 들어봤네요.)

죽은 목숨 아슬아슬하게 살아
이러고 사나? 하시며 한 숨을 쉬시더라구요~ (그 옛날 도청에 근무를 하셨다지요~)

잘 나갈땐 고향엘 오셨었는데 이런 저런 일로 당신이 잘 안풀리니
고향땅과 인연을 끊으셨다 하더라구요.
감회가 새로우신지 먼 산을 한 참을 바라 보셨습니다.

함평 고향 땅을 밟아 본지 50년 만 이랍니다. 무슨 그리 먼 곳도 아니건만...
왜 그랬을까 싶더만요.  

저 나무는 어머니 아버지 결혼 전에도 있었던 나무라네요~

지금은 백발의 노인이 되셨지만 ㅡ그래도 꽃다운 시절이 분명 두 분에겐 있었음을 느꼈습니다.
변한게 별로 없으시다면서 예전 기억에 또 한 번 기~인
한숨을 내 쉬십니다.

나주로 다시 차를 몰아 어머님이 가시는 절에 가서 두 오빠 이름을 쓴
하얀 연등을 두 개 달아주고 광주로 돌아 왔습니다.

어머닌 더 많은 눈물을 머금으시고 하루를 잘 참아 주셨어요~

지금까지도 피곤함에 절어 있지만 우리 부부 효도 잘 하고 왔나요?
경빈마마 (ykm38)

82 오래된 묵은지 회원. 소박한 제철 밥상이야기 나누려 합니다. "마마님청국장" 먹거리 홈페이지 운영하고 있어요.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은구슬
    '06.5.8 7:53 PM

    물론! 아주 잘하고 오셨습니다. 부럽기만 한걸요.

  • 2. heartist
    '06.5.8 7:53 PM

    네에 뜻 깊은 효도여행 하셨네요
    전 오늘도 부모님이 효도 받으러 오셨다가 애들만 봐주고 가셨네요^^

  • 3. 쑥향기
    '06.5.8 8:25 PM

    50년만의 고향방문은 가슴 뭉클한 선물이네요 고향을 가슴에 묻고있는 사람은 병 까지 걸린다잖아요
    정말 잘 하셨어요 함평가보니 공기가 맑고 산천이 꽃밭인게 아름 다워요

  • 4. chatenay
    '06.5.8 11:10 PM

    보기만 해도 제가슴이 뭉클~하니,부모님들,참 좋으셨겠어요..요리며,시부모님섬기기,친정부모님께 효도하기등등 마마님께는 배워야할게 너무 많습니다~

  • 5. 까망포도
    '06.5.9 12:14 AM

    경빈마마님... 마음이 담긴 사진과 글, 잘 봤습니다. 어느 소설가가 그러더군요. 자기는 부모님 생각만 하면 가슴한켠이 아려온다구... 저도 그래요. 어버이날인데, 찾아뵙지도 못하고 일손 부족한 포도밭농사 뻔히 알면서 전화만 드렸네요... 조만간 꼭 시간내서 찾아뵐게요. 그리고, 님 말씀처럼 맛있는거 많이많이 사드릴게요. 깊은 밤, 님덕분에 마음을 잘 닦고 갑니다.

  • 6. 천하
    '06.5.9 12:52 AM

    자주 찿아 뵙도록 하세요..
    읽는도중 가슴이 찡해 와서 겨우 읽었네요.

  • 7. 앤 셜리
    '06.5.9 7:55 AM

    함평....나주.....광주!!!
    이 지명들이 낯설지가 않네요!!
    똑같은 지방은 아니더라두 근처가 친정인 전 마마님이 언니처럼 느껴집니다.
    아~~~~~!
    82에는 친정언니들이 너무 많아요!!!
    저두 친정부모님께 항상 받기만 한지라 한숨지며 사진보구 갑니다.

  • 8. 보라미
    '06.5.9 10:44 AM

    전 어린이날 다녀왔어요
    7천원 주고 들어간곳엔 마마님은 다 아실껄요?

    국수호박나무에 호박이이 주렁주렁 방울 토마토 터널에 토마토가 주렁주렁 복분자 등..암튼 열매가 열리는 신기한 채소와 과일은 다있고 벼에서 삼까지..어린이들한테 산교육이 될만 하더라구요
    준비하는데 엄청 고생한것 같아요
    전국적인 행사도 많은데 이번 함평 나비축제가 8회인데 최고로 성공적인 행사였다고 하더라구요

    한가지 차가 너무 많아 그 넓은 주차장이 꽉 차고
    길까지 차기 즐비해서 한참을 걸어가야했고 먹거리가 좀 부족해서 고생했어요 .

    현지에서 생산하는 병이 엄청예쁜 복분자레드와인 2병 사와서 저녁에 남편과 한병을 비웠답니다

  • 9. 그린페페
    '06.5.9 11:05 AM

    전 작년에 다녀왔어요^^ 사람 미어터지는줄 ㅜ.ㅜ 거기다 임신한 상태에서리..
    함평 곳곳에 산에 저런 나비 문양이.. 솔직히 좀 그랬어요..
    제 고향이 나주이고 함평 지나서 무안이 시댁이다 보니 함평 지나가거든요 ^^
    아마도 이번 주에 친정과 시댁 가면서 함평 보면 님 생각날것 같아요^^

  • 10. 김포마마
    '06.5.9 12:12 PM

    잘다녀오셨읍니다. 저도 맜난것 사드리고 왔어요.
    그래도 마음안편함은 저도 늙어가는 중이기때문인가.....
    앞날의 나에대해서 다시생각해보는 때인것같네요.

  • 11. 이창희
    '06.5.9 1:06 PM

    친정부모님 글씨만 보아도 눈물이 나네요

    음악도 너무 아름다와요

  • 12. 망구
    '06.5.9 3:53 PM

    글에 눈물과 감사가 담뿍...담겨있네요... 언제나 푸근한 경빈 마마님.... 부모님 건강히 오래오래 사세요..

  • 13. 감로성
    '06.5.10 8:01 AM

    글 솜씨가 없어 표현을 잘 못하지만 경빈마마님의 글을 읽으며
    제 마음 같아 가슴이 찡 했습니다. 왜 딸은 시집을 보내나 몰라 하시던
    친정 어머니 말슴이 가슴을 울립니다.

  • 14. olivia
    '06.5.12 11:19 AM - 삭제된댓글

    경빈마마 글을 읽노라니 저도 모르게 그만 눈물이........
    점점 나이들고 약해져가는 부모님들 생각하면 잘 해드려야지 하면서도 바쁘다는 핑계와 게으름으로 늘 미루기만 합니다. 언제까지나 제 옆에 계신건 아닐진대........

  • 15. 민서네
    '06.5.14 5:13 AM

    아...제 고향이 함평이고..아버지께서 나비축제 준비하시느라 고생하셔서 남달리 사진 열심히 보았네요..
    정작 전 멀어서 가보지도 못했지만요...
    정말 조금이라도 건강하실때...효도해야하는데..마음뿐이지 잘 안되네요..다 핑계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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