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를 부탁하신 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답장을 보내고 다른 사람들도 함께 읽을 수 있게
줌인 줌 아웃에 글을 쓰겠다고 했지요.
그런데 방학이 되고 새로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매일 오후 시간에 숨돌릴 틈도 없이 수업을 하고
학부형들을 만나거나 새로운 교재에 대해 생각을 하느라
도서관에서 차분하게 어린 아이들에게 맞는 책을 고를 여가가 없었습니다.
자타가 공인하던 기억력의 여왕(한 번 읽은 것에 대해서 혹은 본 것에 대해서
유난히 기억을 잘 해서 누르면 튀어나오는 답이 많았었거든요)도
세월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지 요즘은 기억이 나지 않아서 끙끙대다가
시간이 조금 지나야 기억이 나거나
아예 약속을 잊고 있다가 나중에야 전화를 받고 기억을 하는 이상한 일들이
이번 한 주 동안 여러번 있고 나니 많이 의기소침했었지요.
그래서 바로 글을 쓸 수 없었는데
오늘은 작정하고 메모지를 들고 한 바퀴 서가를 돌고나니
아,이런 책들이 있었는데 그때서야 기억이 나는군요.
이런 일에 일일이 마음쓰다간
마음이 아파서 제대로 못 살 것 같으니
잊어야 새로운 것도 들어갈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는 중입니다.
각설하고
그림에 처음 입문하는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권하고 싶은 책이 바로
야,그림 속으로 들어가보자입니다.
동화 형식을 빌려서 아이들에게 그림의 표면만이 아니라
그림속의 이야기를 읽어내는 힘을 길러줄 수 있는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재미있는 책이고
부록으로 화가에 대한 소개와 미술관 찾아가는 길에 관한 정보도 들어있지요.
역사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암각화에서 이중섭까지 라는 책도 읽을 만 하지요.
역사책을 읽다가 옆에 두고 화가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찾아 읽거나
화가까지 언급된 책이 아니면 선사시대부터 글을 읽다가
그림에 관한 이 책에서 그 시대가 나오면 찾아 읽는 식으로 보아도 좋고요,
고려시대의 공민왕이나 이제현의 그림도 만나 볼 수 있는 귀한 자료들이 있습니다.
두 권의 책을 통해 우리 그림에 대해 맛을 들인 아이들이라면
창작과 비평사에서 나온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를 권해도 좋을 것 같아요.
그림 한 점 한 점에 대해서 설명을 정성스럽게 곁들인 책이라
역시 한국사와 함께 읽으면 더 좋은 책입니다.
책읽기에 맛을 들이지 못한 아이들이라면
이미지 프레스란 출판사에서 발간한
온가족이 함께 보는 김홍도 그림속의 옛마을 풍속이란 책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나도 이 정도 그림이라면 알지라는 으쓱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정겨운 그림들이
잘 나와 있습니다.
이 정도 책이라면 나에겐 너무 시시하다고 느낄 아이들에겐
중앙 m&b라는 출판사에서 발간하고 있는 열려라 박물관 시리즈도 좋은 책인데요
01번이 도자기,02번이 불교,03번이 그림에 관한 것입니다.
아주 설명이 잘 된 책이라 중학생들도 읽으면 좋고요
어른들에게도 길잡이가 될 만한 책입니다.
어린 아이들에겐 다 읽으라고 할 것이 아니라
우선 이해가 되는 부분만 글로 읽고 그림과 먼저 사귀는 기회로 삼아도 될 책이지요,
그러니 세월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반복해서 보면 책이기도 합니다.
이상하게 저학년 아이들이 볼 만한 서양화에 관한 책은 너무 어린이용이거나
고학년용이거나 해서 마땅한 책을 못 찾았습니다.
다만 미래사에서 번역한 모네의 정원에서가 생각이 나는군요.
아,이렇게 재미있게 아이들에게 모네를 소개하는 책을 쓰다니
감탄했던 책이기도 하지요.
모네의 정원에서 라는 말을 쓰고 나니 문득 모네의 그림이 보고 싶네요.
다음에 프랑스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꼭 가고 싶은 곳이 지베르니의 모네의 정원과
방스에 있는 마티스의 흔적을 찾으러 가는 것인데요
지금 보는 이 그림이 바로 지베르니의 귀리와 양귀비밭의 풍경이라고 하네요.
올리브 나무를 보고 있으려니 터키에서 한없이 이어지던 올리브 나무 숲이 생각나네요.
다녀와서 올리브나무에 관한 기억을 되살려 올리브 나무 사이로를 다시 보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이번 여름에 찬물소리님이 터키에 간다고 하니
마음속에 공연히 파문이 일면서 즐거웠던 기억이 되살아나네요.
책소개를 하다가 모네의 정원에서란 말에서 연상된 모네의 그림을 보고
그러다가 다시 올리브 나무에서 터키를 연상하고
이상한 글쓰기가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그것도 좋지 않냐고
(이 글을 아이들이 직접 읽는 것은 아닐테니까) 그냥 마무리합니다.
소개한 글을 읽고 풍성한 독후감이 올라오길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