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니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군요.
오늘 심야 영화관에서 레이를 보았습니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그가 누구인지 잘 몰랐었는데
마침 어느 집에 갔다가 그 집에서 레이의 음반을 들어볼 기회가 있었지요.
그 음반의 노래만으로도 야,이 영화를 보아야지 하는 마음을 먹었었고
오늘 밤 시간을 내서 영화를 보러 갔었습니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다른 느낌이라니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나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
영화를 볼 마음을 먹은 사람들에게 미리 주절거리면서 이야기를 하면
실례가 될 것 같아서
그저 한 번 보는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을 것 같은 영화라고 소개하면 될까요?
선천적으로 눈을 못 보는 것이 아니라
어느 일정한 나이가 되어서 시력을 잃은 아이.
자신의 눈앞에서 동생이 놀이를 제안했다가 끓는 물속에서 죽는 것을 목격하고
상당한 시간을 마음의 감옥속에서 보낸 사람
약물에 의존하여 거의 폐인이 될 지경까지 갔다가 강인한 의지로 극복하고 나서는
근 40년을 약물에는 손도 대지 않았던 사람
관행이라고 생각하던 인종차별에 대해서 무심하다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대접도 못 받는 상황에서 자신의 노래를 무기로
흑인의 처지에 눈뜨고 평생을 노래이외에도 흑인들을 위해 일을 한 사람
무엇보다도 노래로 마음의 감옥에서 벗어난 사람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몸부림쳤을 한 인간의 고뇌와 좌절이 가슴 깊숙이
찌르고 들어오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냥 잠들기 아쉬운 밤이네요.



레이를 연기한 제레미 폭스의 연기도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조지아주에서 흑인의 차별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공연이 취소된 후
20년이 지나서 그의 노래가 조지아주의 공식 노래로 선정되고 나서
환호성속에 서 있는 레이의 모습입니다.


시력을 잃은 아들이 육체의 장애와 동시에 마음의 감옥에 갇히는 것을 두려워해서
마음속에 눈물을 가두고 혹독하게 자립할 수 있는 훈련을 시키는 어머니
이 영화에서 주인공도 주인공이지만 이 어머니와 약물을 끊을 수 있도록
단호하게 대처하는 부인의 역할이 마음속에 오래 남을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