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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세 문학소녀, 떠나다 - 장영희 교수 별세

| 조회수 : 1,933 | 추천수 : 96
작성일 : 2009-05-11 08:53:04
"엄마 미안해, 이렇게 엄마를 먼저 떠나게 돼서. 내가 먼저 가서 아버지 찾아서 기다리고 있을게. 엄마 딸로 태어나서 지지리 속도 썩였는데 그래도 난 엄마 딸이라서 참 좋았어. 엄마, 엄마는 이 아름다운 세상 더 보고 오래오래 더 기다리면서 나중에 다시 만나."

고(故) 장영희(57) 서강대 교수가 '엄마'에게 남긴 편지다. 장 교수가 죽기 직전 병상에서 쓴 마지막 글이다. 장 교수의 어머니 이길자(82)씨는 두 다리와 오른팔이 마비된 둘째 딸을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업어서 등·하교시켰다. 진눈깨비 내리는 날이면 딸을 학교에 못 데려다 주게 될까 봐 새벽에 일어나 연탄재를 부숴서 집 앞 골목길에 뿌려놓았다.

장 교수의 편지는 단 네 문장, 100자다. 지난달 28일 병원에서 퇴원해 집에 가기 직전, 병상에서 노트북 컴퓨터로 사흘 걸려서 썼다.

막내 여동생 순복(47)씨는 "통증과 피로감으로 정신이 혼미한 상태라 한 줄 쓰다 쉬고, 한참 있다 또 몇 자 보태고 하는 식으로 쓰느라 그렇게 됐다"고 했다.

암환자와 장애우의 희망이던 장 교수는 9일 낮 12시50분 눈을 감았다. 생애 마지막 8년 동안 장 교수는 세 번 암 진단을 받았다. 2001년 유방암 진단을 받고 완치됐으나 암이 척추로 전이됐고 다시 간까지 번졌다.

장 교수는 지난 2년간 24차례에 걸쳐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내년부터 보급될 중학교 영어 교과서와 수필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집필을 계속했다. 지난달 중순까지 병상에서 교정을 봤다. 수필집 에필로그에 장 교수는 "희망은 운명도 뒤바꿀 수 있을 만큼 위대한 힘"이라며 "난 여전히 그 위대한 힘을 믿고 누가 뭐래도 희망을 크게 말하며 새봄을 기다린다"고 썼다.

어머니에게 쓴 편지를 끝으로 병원에서 퇴원한 장 교수는 어머니, 여동생 순복씨 가족과 함께 살아온 서울 마포구 연남동 집에서 열흘을 보냈다. 지난 3일 이후에는 반(半) 의식불명 상태였다. 어린이날인 5일, 허리가 아파 누워 있던 어머니가 몸을 추스르고 장 교수 다리를 주물렀다. 순복씨는 "의식이 없던 언니가 엄마 손길을 느끼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엄마'라고 불렀다"고 했다.

장 교수는 지난 7일 재입원했다. 8일 조카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9일 오빠 병우(62)씨 등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숨을 거뒀다. 타계하기 직전 장 교수의 입에서 흘러나온 마지막 말은 "엄마"였다고 오빠 병우씨는 전했다.
-조선일보 5월 11일-

엄청난 노력으로 용감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던 분이라 존경했었는데, 마음이 아픕니다.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phua
    '09.5.11 9:32 AM

    마음이 정말 아픕니다.
    마침 비도 내려 주시네요.
    장교수님의 남겨 주신 글들, 천천히 읽어 볼께요.

  • 2. 페브리즈
    '09.5.11 10:22 AM

    존경했던 분이었는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3. 미소나라
    '09.5.11 6:29 PM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편히 잠드소서 고통없는 그곳에서..
    그분의 따뜻한 미소와 세상을 바라보던 따뜻한 시선들이 두고두고 그리울 것 같애요...

  • 4. 백김치
    '09.5.11 7:31 PM

    아름다운 사람...아름답게 살다 가셨구나...
    엄마...가 아름다운 것처럼~~

  • 5. 김흥임
    '09.5.12 8:27 AM

    아프지않은곳으로 가셨겠지요

    친구랑 쇼핑을할때 절름거리는 다리로 가게에 들어가기가
    힘들어서 친구만 들어가고
    본인은 밖에 서있곤 하면
    가게주인이 걸인인줄알고 돈한푼 주며 다른곳으로 가라고 하더라던 ㅠㅠ

    그분 글을 참 아꼇는데
    맘 아픕니다

  • 6. 세라
    '09.5.13 9:05 AM

    장교수님 사랑합니다
    내생애 단한번을 읽고 팬이 되었었는데요
    정말 가슴아픕니다
    아름다운 분 아름다운 나라에서 평안히 쉬시길

  • 7. 메두사
    '09.5.13 12:08 PM

    이 글 읽는 저도 눈물이 나네요
    너무 아름다운 분이시기에 너무 마음이 따뜻하신 분이시기에..장영희 교수님...
    장영희교수님! 사랑합니다.. 내 딸 아이가 이분께 강의를 들었으면 정말 좋겠다 싶었는데...
    오늘 발인이시지요.. 다음에는 건강하신 몸으로 저희곁에 오시지요..
    오늘 아쉬움으로 마음이 저려.. 저려옵니다...

  • 8. 토마토
    '09.5.13 1:36 PM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교수님이 남겨주신글들 하나하나 찾아서 읽어보렵니다~

    티비에서 뵜을땐 엄청 건강하신것처럼 뵙는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9. 억순이
    '09.6.27 1:48 PM

    이젠편안이 쉬세요 이세상에 남김글은 영원이 으리안에남아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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