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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마라톤....

| 조회수 : 805 | 추천수 : 3
작성일 : 2006-10-30 16:48:48
저희 아버지는 군인이셨답니다.
자신이 하시고자 하시는 일은 꼭 하셔야하고
그런 의지와 기개를 자식들에게도 바라셨지요.

아버지가 재작년 환갑을 맞이하시면서 꼭 이루시겠다고 말씀하신 것이 3가지가 있는데
그 중의 한가지가 마라톤 완주이셨답니다.

몇 년전 제 동생이 군대를 가고 아버지로써 편히 주무실 수 없다고
새벽마다 조깅을 하시더니 슬슬 마라톤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고
아들에게 메달을 보여주시겠다며 춘천 마라톤 하프 코스를 신청하셨었지요.
그때만 해도 마라톤 붐이 일기 전이어서 마라톤은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다른 세상이었지요.
엄마와 전 준비를 단단히 하고 아버지를 모시고 춘천에 갔었고 그 분위기에 압도당했었지요.
쌀쌀한 날씨에도 모두들 너무나 간편한 복장들이셨고
그 옷밑에  여실히 드러나는 근육과 노력의 결과들 그리고 그 에너지...

대회가 시작되고 아버지는 커다란 함성 속에서 사라지셨고
첫 마라톤 대회에 간 엄마와 전 운동장에서 기다리다
소양강댐을 둘러보신다는 옆 팀과 함께 잠시 운동장을 비웠답니다.
잠시였지만 운동장에 돌와왔더니 하프코스였던 아버지는 이미 결승점을 통과하시고
쓰러질 듯 앉아 저희를 기다리고 계시더군요.
결승점에서 맞이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했답니다.

그렇게 첫번째 마라톤 대회가 지나가고 서울에서 열리는 소소한 대회에 참석하시면서
마라톤 대회는 가끔있는 연례행사가 되어가곤 했습니다.
그러다 작년 환갑을 맞으시고 제 결혼이 확정된 후 아버지는 환갑맞이 풀코스 마라톤을 준비하셨습니다.
온 가족의 성원과 후반부에 옆에서 같이 뛸 아들과 사위...
아버지는 저희 식구 모두를 이끄시고 춘천으로 향하셨죠.
환갑이 넘으신 나이에 모두가 우려하였으나 결과는 4시간 30분...
생각보다 너무나 잘 나온 기록에 모두를 기뻐하며 자랑스러워했지요.
그리고 또 한편으론 드디어 목표를 이루셨으니
이젠 마라톤 대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은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물론 아버지가 더이상 힘드시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과 가족 모두가 동원되는 대회가 부담이 되기도 했지요.

그러나 또 어김없이 시간은 흘러 올해 춘천 마라톤 접수가 시작됨과 동시에 저희 아버지께서는 참석을 신청하셨지요.
조금은 짜증이 나기도 하고 이번엔 연습도 충분하시지 않으실텐데 무모한 욕심인 것 같았습니다.
같이 가서 뛰기로 했던 제 신랑도 일이 생겨 못 가게 되고 어머니도 친척 결혼식으로 못가시고
제 남동생과 제가 아버지를 모시고 갔답니다.
그리고 힘이 드시면 중도에 포기하고 돌아오시라고 몇 번씩 당부를 드렸지요.
안심이 안되어 끝에 5킬로 지점에 동생이 나가고 전 운동장에서 기도하는 심정으로 아버지를 기다렸답니다.
지금쯤 어디쯤 뛰시고 계실까 몸 상태는 어떠실까...
그러나 염려보다 너무나 감사하게 올해도 5시간 안으로 무사히 완주를 하셨지요.
기쁜 마음과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아버지를 맞이하러 나갔는데
제가 있는 관중석을 오르지도 못하시는 아버지를 뵈니 너무나 속상해 짜증이 나더군요.
운동화를 벗으시니 피가 맺혀있는 발바닥...
가슴이 아팠지만 작년보다 훨씬 표정이 좋으셔서 다행이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이번으로 끝이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묘한 느낌이 샘솟았습니다.
한번이 아니라 두번째... 그리고 다음에 뛰시면 더 잘 하시겠구나 싶으면서
계속 도전하시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단순히 생각에만 그쳤던 저도 더 늦기 전에 아버지 옆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한번쯤은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두번째 도전이라는 것은 참 많이 달랐습니다.
단순히 아버지의 오기가 아니다 싶기도 했고
그 길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아는데 다시 하셨다는 것이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늘 군인이셨던 아버지의 고집와 기개에 많이 속상했던 저였는데...
그리고 아버지의 마라톤에 짜증도 나던 저였었는데
어느 순간 아버지의 길을 저도 바라보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왜 그토록 자식에게 본을 보이고 싶으셨는지 알것도 같습니다.
알게 모르게 저도 그 길을 가고 싶으니까요...

내년 마라톤 대회에는 저도 아버지와 함께 그 길을 같이 뛰고 싶습니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may
    '06.10.30 4:55 PM

    아버지께 편지라도 쓰고 싶지만
    그런것이 너무나 어색한 부녀사이인지라...^^
    아버지는 아시겠지요.
    제가 아버지를 사랑하고 존경한다는 것을...

  • 2. 지원
    '06.10.30 5:16 PM

    요즘 마라톤인구가 참 많이 늘었다고 하더군요
    너무 무리하지않는거라면 꾸준히 하시는것도 좋을듯하네요^^
    제 친구도 어제 경주마라톤 참가한다고 했는데...서브쓰리를 했는지 궁금합니다
    아직 소식이없네요^^
    항상 건강하게 달리시길 바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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