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에 타고난 낙천적인 성격 덕분에 귀국하기 하루전까지도 이삿짐을 하나도 안싸고 버티고 있었다.
짐들은 대충 다 무빙세일로 팔았지만 한국으로 가져갈 거는 싸야 하는데, 하나도 안싸고,,,
그래도 마음이 하나도 불안하지 않은건 왜일까??
신기한 것은 미국에서는 이사를 나갈때 항상 처음 이사올때와 동일한 상태로 만들어 놓고 이사를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짐을 모두 뺀후 청소를 해서 깨끗한 상태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
방이나 거실 청소는 말할 것도 없고, 화장실, 부엌, 창고는 깨끗이 비우고 청소도 완벽히 해야하고 벽에 혹시 못이라도 박았다면 못구멍을 모두다 메우고 나와야 하고 아이들이 벽에 낙서라도 해 놓은게 있으면 다 지우고 나와야 한다.
일단 귀국 하루전에 무빙세일로 팔린 물건들을 다 옮겨야 했다.
침대, 책상, TV, 식탁 등등. 그리고 가져가야 할 짐들을 이민가방에 싸고,,,
만약 팔리지 않고 가져가기도 힘든 것들은 이웃들에게 다 나눠주고 난 다음에야 청소를 시작할 수 있었다.
밤 12시가 다 되었는데도 아직 한군데도 청소가 된곳도 없이 온통 짐만 어질러져 있는 상태였다.
너무나 다행스러운 것은 이웃들이 그래도 열심히 도와주어서 겨우 청소를 끝내놓으니 새벽 2시가 넘은 것 같다.
그래도 아직 짐을 다 못 싸고 남아 있다.
아마 새벽 5시경이 다 되어서야 겨우 짐을 다 싸고, 그래도 아직 남아 있는 물건들은 모두 아파트 바깥으로 꺼내놓고 겨우 쉴수가 있었다.
그러나 아침 8시가 되니까 resident manager가 와서 검사를 했다.
제대로 청소가 잘되어 있는지, 원상복구가 다 되어 있는지를 꼼꼼히 검사했다.
특히 화장실 청소, 오븐, 전자레인지, 냉장고가 청소되었는지 하나하나 검사했다.
만약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다시 검사를 받던지 벌금을 내야 하지만 좋은 이웃들의 도움으로 다행히 무사히 통과했다.
정든 이웃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이민가방 6개, 손가방 4개, 유모차, 카시트를 실고 공항에 갔더니 도저히 신랑 혼자 힘으로는 옮길수가 없어서 포터일군을 썼다.
요금은 없고 tip 만 받는다고 했다. Tip으로 10불을 줬는데 친절히 잘 해줬다.
그런데 check in을 하는데 무게가 조금씩 넘어서 안된다고 한다.
34, 35kg으로 맞춘 것들을 제한인 32kg으로 맞추어야 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조금 덜 들어간 28kg으로 1kg, 2kg씩 옮겨서 전부 33kg으로 만든 다음에야 무사히 check in을 마칠수가 있었다.
무거운 car seat 를 들고 비행기타는 gate 앞에 갔더니 check in 할때 무료로 맡길수가 있다고 한다.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걸 괜히 무거운 걸 들고 기내까지 가지고 왔다..ㅠㅠ,,,
다행히 비행기 안에서는 나연이도 많이 얌전해졌고 민철이도 잘 견뎌 주었다.
특히 민철이 옆자리가 하나 비어서 좀더 편하게 올수 있었다.
단단히 각오했었는데, 그나마 잠도 잠깐씩 자고 편하게 온거 같다.
미국 갈때는 나연이가 18개월때인데 계속 울어서 14시간 내내 남편이 안고 있은 걸 생각하면 얼마나 다행인지...
인천에 도착해서도 무빙카트 2개에 이민가방 3개씩 실고 김해공항으로 가서 시댁부터 가려고 했는데 나중에 이 짐들을 다시 전주로 옮겨가는게 힘들것 같아 계획을 변경해 일단 전주로 가서 이삿짐 보관해둔 임대아파트에 짐부터 갖다 놓기로 했다.
근데 어떻게 전주까지 가나 방법을 찾던 중에 Van은 30만원을 넘게 달라고 해서 결국 공항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문제는 짐이 너무 많아 운전기사가 안되다는 것이다.
처음엔 완강히 안된다고 하더니 그럼 앞차, 뒷차로 두 버스에 나눠서 타고 가겠다고 하니까 우리가 안되보였는지 갑자기 그냥 짐을실으라고 한다.(진작에 그렇게 해주면 좋았을걸,,,)
무사히 싣고 전주에 도착하니 전주 집까지 옮기는 것도 막막했다.
전주에 12시 정도에 도착해서 누굴 부르기도 그렇고 . 그냥 택시를 불러서 몇번을 왔다갔다 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택시를 잡았다. 몇번 왔다갔다 해야 할 줄 알았는데, 그냥 트렁크에다 이민가방 두개를 딱 세우서 꽂으니가 두번만에 옮길수가 있었다.
결국 새벽 1시가 되어서야 짐을 다 옮길수가 있었다.
새벽 1시인데도 아이도 어른도 모두 잠은 안오고 말똥말똥하고 배도 고프고 해서 24시간 하는 전주의 "왱이 콩나물해장국집"에 밥먹으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