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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유감

| 조회수 : 1,790 | 추천수 : 8
작성일 : 2006-06-14 01:13:00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머피의 법칙이지만... 제가 보는 경기는 꼭 지더라구요.
아주 다행스럽게도 워낙 운동경기 하는 거며 보는 거며 그닥 좋아하지 않는지라 그런가보다 하며 살았는데 2002년 정말 혹독한 시련이 제가 몰아쳤습니다.
거리마다 쏟아져나오는 빨간무리들.... 가는 술집마다 울려대는 응원가....
어디 가서 놀만한 곳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전 2002년 그 뜨거웠던 여름. 저 혼자 집에서 에어컨 켜놓고 밖에서 우와~ 하면 얼른 비디오에서 TV로 돌려 골장면 다시 보여주는 거 보며 즐거워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2006년..
이젠 뭐 애까지 하나 딸려 어디 응원하러 나가라고 등떠밀어도 갈 수 없는 형편이지만 돌리는 방송국마다 월드컵 아님 볼만한 프로가 없으니 이거 또한 답답하더라구요.
그렇다고 뻔~한 제 머피의 법칙을 딱 무시하고 경기봤다가 혹시라도 지면 또 '혹..나때문?'이라는 자책감에 괴로워할 것같구요.
드디어 D-day.... 토고와의 첫 경기가 있는 오늘 저녁 10시....
일찌감치 울뚱이 씻겨 재워놓고 저도 얼른 옆에 누워버렸습니다.
잠이라도 자야 시간도 빨리가고 볼까 말까 고민도 안할꺼같아서요.
근데 왠걸.. 늘 12시나 되어야 퇴근을 하던 울신랑이 오늘따라 9시에 피자에 맥주까지 챙겨들고 들어오는거에요. 마누라의 머피의 법칙을 깨준다나 머라나 하면서요.
자기는 보는 경기마다 꼭 이겼으니까 자기만 믿으면 된다며 어찌나 강조를 하고 또 하던지...
그래서 저.. 피자 한조각 입에 물고 신랑옆에 앉아 생방송으로 대한민국 : 토고의 경기를 시청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저 머리 쥐어 뜯으며 TV꺼버렸잖아요.ㅠㅠ
제가 경기에 나가 뛴 것도 아닌데 어찌나 심장은 튀어나올 것처럼 쿵닥거리던지...
안되겠다 싶어 울뚱이 손잡고 아파트 놀이터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그네 밀어주면서도 계속 '나때문이야.. 내가 왜 그런 짓을 했을까나... 후반은 안봤으니까 잘 하겠지?' 머릿속으로 빌고 또 빌었습니다.
그렇게 20여분...
아파트가 들썩하더라구요. 우와~ 우와~
그 우와소리에 전 집으로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울 신랑 엄청 큰소리 치더군요. 자기만 믿으라고 했지 않냐고, 저보단 자기의 기가 더 센거라구.ㅋㅋ

어쨌든..
대한민국 화이팅이였습니다^^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onion
    '06.6.14 1:36 AM

    저도 그런데...
    전 컴퓨터에 달라붙어있었지요.
    다음엔 놀이터에서 모임을 가져도 좋을것 같아요.^^
    (근데 생각해보니 담엔 새벽이네요..그냥 자야겠어요.)

  • 2. 쌍봉낙타
    '06.6.14 7:32 AM

    머리를 쥐어뜯어가며 봤네요. 으휴..
    끝나고 보니 사자 머리가 되어있고!
    흥분해서 잠도 잘 못자고
    큰일났어요.
    남은 게임들 다 보다간 대머리 되겠어요 ㅠㅠ

  • 3. 지원
    '06.6.14 9:52 AM

    에이~~~많은 사람들이 그런생각을 가지고있는데요
    물론 저도 그랬어요^^
    근데 어제는 구냥 봤어요
    이겼잖아요~~~^^
    깨면 되는거예요^^

  • 4. 사랑가득*^^*
    '06.6.14 12:01 PM

    저희는 이천수 골 넣을때 올케가 화장실에, 안정환 골 넣을때는 제가 화장실에 가 있을때 들어갔습니다. 화장실에 앉아있다가 골~인 소리에 허겁지겁 나와보니 선수들 기뻐하는 모습만 보이더군요. 역사적인 순간을 놓쳤습니다. 뭐 이런일이 다 있습니까?ㅠㅠ 제 동생 다음 축구할 때 우리가 지고 있을때는 지 와이프더러, 동점일때는 저보고 화장실에 들어가 있으랍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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