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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book story7-거울 속의 네 모습, 정혜신 사람VS사람,남자VS남자

| 조회수 : 1,673 | 추천수 : 24
작성일 : 2006-05-28 02:31:50
결혼 전 저희 친정집은 동네 아줌마들의 주요 마실 장소였어요.

오전 10시 경이 되면 남편과 큰 아이들은 회사와 학교로 보내고 삼삼오오 슬리퍼를 끌고 저희 집에 오셨

지요.

늦은 아침과 점심, 그리고 간간이 간식까지 해결하고, 아주 가끔은 부업거리를 들고 와 함께 하시곤 하셨

죠?

여름에는 수박이나 옥수수, 감자 등이 시골에서 올라오곤 했는데 대형 냉장고도 김치 냉장고가 드물었

던 때라 큰 찜통에 쪄서 다 같이 나누어 먹고 특히 수박 같은 과일은 계속 잘라가며 그 자리에서 몇 통씩

해치우곤 했죠.

겨울엔 김장도 당연히 다 같이 하셨는데 어느 해 겨울인가는 트럭으로 한꺼번에 배추와 무가 올라와서

천 포기쯤 담으셨나 봐요.

우리 집 몫은 200포기 정도?(그해 우리 집 식탁이 상상이 가시죠? 김치 부침개, 김치 볶음밥, 김치 만두,

김치찌개 등등)

양념이 많이 들어가지 않았어도 그때 김치가 참 맛있었어요.

그때까진 우리 친 할머니께서 젊으실 때라 겨울 내내 간식하라고 뻥튀기랑, 강정이랑 엿 같은 거 많이 보

내주셨는데 저희 자매들이 단 걸 별로 안 좋아하는지라 동네 아줌마들께서 거의 다 드셨지요.

지금 생각하니까 괜히 아깝네요. ㅋㅋㅋ

젊은 아기 엄마들은 애기 들쳐 업고 와서 젖도 먹이고 국에 밥을 말아 먹이기도 하셨는데 침을 튀기며 수

다를 떠느라 아이 입에 제대로 숟갈을 조준하기도 힘들어 보였지요.

주로 시댁 흉, 남편 흉, 애들 자랑 등 아줌마들 레파토리를 듣다보니 그게 또 은근히 중독성이 있더라구

요.

학교만 다녀오면 턱 괴고 방 한구석에 앉아서 아줌마들 얘기에 귀를 기울였지요.

남의 시선을 상당히 의식하는 편이신 친정 엄마는 속상해도 내색도 못하고 아줌마들 가고 나면 혼을 내

곤 하셨는데. 야단을 맞아도 그때뿐이지 한 번 중독되니까 아줌마들 얘기가 너무 궁궁해 공부도 안 되는

거 있죠?

한 아줌마는 거의 매일 남편 흉을 너무나 리얼하게 보셨는데 길 가다가 그 댁 아저씨만 봐도 나도 모르

게 나쁜 X 소리가 터져 나오더라고요.

오후 5시가 넘어서야 다른 집 아이들이 각자 엄마를 부르러 오면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켜 세워 각자의 집

으로 퇴근하셨어요.

걸쭉한 농담과 리얼 토크를 즐기시던 동네 아줌마들 덕에 일찍이 사람에 대한 공부를 톡톡히 한 셈이지

요.


철이 들고 부터는 그 오지랖이 더욱 넓어져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가 출간해 낸 책을 정신없이 사들이

적이 있었어요.

근데 비슷비슷한 책을 많이 읽다보니 식상하게 되더라구요.

심리학에 대한 관심도 어느 정도 엷어졌을 무렵 사람에 대한 관심에 불을 지핀 책이 바로 정혜신 박사의

사람VS사람이었어요.

원래 이 책은 전편인 남자VS남자의 속편 격인 책인데 전 친숙한 인물들이 더 많은 것 같아 이 책을 먼저

읽었어요.

지금 봐도 뉴스메이커인 정몽준, 이명박, 심은하, 박근혜, 김수현, 손석희 등등 이름만 들어도 아~ 하고

탄성이 나오는 인물들의 내면이 잘 묘사되어 있어요.

특히 이 책의 장점으로 철저한 자료 조사로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거예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

도 있지만 개인적 만남을 통해 친밀감이 생기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작가의 의견에 공감할 수 있

지 않아요?

또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라면 인터뷰를 물리게 했을 것이고 어떻게 자신을 보여줄까에 대해서는 인터뷰

어보다 한 수 위일 가능성이 높잖아요.

일종의 기 싸움에서 밀리기 시작하면 객관적인 인터뷰는 물 건너가고 상대방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만

이 전달될 거구요.

물론 작가의 자료가 100% 맞는 다는 보장 역시 없지만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려고 했다는 노력만은 높

이 사고 싶어요.


두 번째로는 전문 작가 뺨치는 글 솜씨가 있다는 거예요. 논리적으로 하나하나 파헤쳐 지는 인물들의 실

상에 빠져들게 하는 작가의 문장력은 오랜 수련을 거친 외과의의 환상적인 시술 장면처럼 멋져서 작가의

의견에 도무지 태클을 걸 수 없게 만들어요.(물론 이 책을 읽은 다른 분들이 제기하는 작가의 진보적인 성

향이나 편향적 시각에 대해  저도 어느 정도는 인정해요. 하지만 사물이나 인간에 대한 시각 차이는 누구

나 가지고 있는 것이고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에 대한 평가를 듣는 것 역시 내 시야를 넓힐 수 있는 방

법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때가 때인 만큼, 또 이 책에서 언급된 인물 등 중에 유난히 정치인들이 많이 눈에 띄기 때문일까요?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갖춘 사람들일수록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자기를 극복하려고 하는 노력이나 의지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뛰어난 재능이나 지식이 바르지 못한 곳에 쓰일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는지 우리는 수도

없이 보아왔잖아요.

특히 정치인의 경우 이미지같이 겉으로 보여 지는 부분만 부각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올바른 판단이 힘

들구요.

공인일수록 자기 자신을 컨트롤하고 실수를 인정하는 강한 도덕심이 선행 되야 한다고 봐요.

이 책을 읽으면서 신은 인간에게 지극히 공평한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어요.

돈이 많다고 해서 좋은 부모님을 가졌다고 해서, 본인이 똑똑하다고 해서 신뢰받을 수 있는 완벽한 인간

인 것은 아니니까요.

작가의 다음 책이 기다려지는 건 단점보다는 배울만한 장점을 많이 가진 멘토들이 많이 탄생하기를 바라

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요?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정숙
    '06.5.28 9:21 AM

    저랑 어릴때 환경이 비슷 하셨군요
    샬롯님도 글 쓰기 만만잖으시네요
    관심 가져 보겠습니다
    앞으로 좋은책 소개 많이 올려 주세요

  • 2. 무영탑
    '06.5.28 10:47 PM

    오랜만에 왔더니만
    벌써 7편에 닉넴도 바꾸셨네요.
    모일간지에 칼럼을 썼을 때
    명쾌한 분석에 즐겨 봤었지요.
    그러던중 자신의 환자와 재혼문제로 시끄러웠고....
    배짱으로 살자고 혜성처럼 등장한 이시형박사이후
    관심있게 지켜보는 정신과의사중 한분이지요.

  • 3. 예진모친
    '06.5.30 9:02 AM

    항상 좋은책소개해주셔서 감사해요....
    아마 다들 살롯님을 좋아하시는분이 많으실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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