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이런글 저런질문

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일단 제목에 끌려...지름신

| 조회수 : 1,612 | 추천수 : 20
작성일 : 2005-09-14 07:23:48
[2030 세상 읽기] 지름신이시여, 이 가혹한 시험을 거두소서


그분이 오셨다! 심장이 거세게 고동치기 시작한다. 지갑을 쥔 주먹에 움찔 힘이 들어간다. 이럴 때면 배경음악도 경쾌하다.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 아아, 그분은 언제나 예고도 없이 들이닥치시어 우리를 가혹한 시험에 빠뜨린다. 그 이름도 위협적인 '지름신'의 대습격. 짜릿하고 매혹적인,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어떻게 벗어나야 할 것인가. 지름신은, 물건을 충동구매한다는 속어인 '지르다'라는 동사에 신(神)을 합쳐 만든 신조어다. 인터넷 쇼핑이 보편화하면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이 단어의 용례는 다음과 같다.

그녀-앗, 이 구두 예쁜데? 얼마 전에 산 초록색 원피스와 입으면 딱 어울리겠어.

지름신-(조용히 속삭이며) 그래, 예쁘다. 질러버려.

그녀-(의기소침하며) 지름신, 제발 날 유혹하지 마. 이번 달엔 보너스도 안 나온단 말이야. 엄마가 보시면, 또 샀느냐고, 신발가게 차릴 셈이냐고 잔소리하실 거야. 그래도 너무 사고 싶은데 어쩌지?

지름신-까짓것 얼마나 한다고 그래? 이 정도 가격이면 양호한 거야. 가죽도 좋고 색깔도 환상적이잖아. 기본형이라서 한번 사 두면 두고 두고 신을 수 있으니 오히려 경제적이지.

그녀-그래? 정말 그렇겠지?

지름신-당연하지. 지금 안 사면 금방 품절돼 버릴 거야. 너는 앞으로 영원히, 이것보다 맘에 드는 구두는 절대 발견할 수 없을 테지. 솔직히 인생 뭐 있어? 까짓것 즐기면서 사는 거야. 그냥 확 질러버려!

그녀-(단호히 신용카드를 내밀며) 이거 주세요. (조금 작은 목소리로) 삼 개월, 아니 육 개월 할부요.

당장 필요가 없는 물건일지 모른다. 그래도 상품을 앞에 두고 떨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유혹과 절제, 저항과 순응, 절실함과 후회 사이를 오가는 그 오만가지 감정의 퍼레이드는 정말로 격렬한 접신(接神)과 비슷한 느낌이다. '지름신'의 존재는 충동구매 소비자들에게 평화와 안식을 주기도 한다. 소비 충동을 펌프질해 대는 가상의 절대자를 만듦으로써 자신의 내면에 솟구쳐 오르는 충동구매의 죄책감을 희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왜, 쇼핑하는가. 우울하고 보잘것없는 일상을 벗어던지고 싶어서? 나에게도 이 정도의 구매력은 있다고 자신을 위로하고 싶어서? 물건을 골라 값을 지불하고 마침내 품에 받아 안는 행위를 통해, 현실에서는 좌절되곤 하는 독립과 자율성의 느낌, 그 오롯한 성취감을 맛보고 싶은 건 아닐까? 그래도 한 달 뒤 꼬박꼬박 도착하는 카드 영수증을 받아들었을 때의, 그 후회와 자책감도 반드시 기억할 일이다. 지름신을 정신없이 맞아들이기엔 우리들 지갑의 두께가 너무 얇다.

소설가 정이현(ㅈ일보에서 펌)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wine
    '05.9.14 11:36 AM

    ㅎㅎ
    명절 앞에두고 더더욱 공감이 가네요
    지름신 아무렇지도 않게 맞아들이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35295 범인은 대표님 2 나거티브 2026.03.27 113 0
35294 건강 생각하면 한번씩 읽고가세요 김현주 2026.03.24 186 0
35293 음식에서 나왔어요 플라워 2026.03.20 316 0
35292 유독 한국인들만 좋아죽는것.. 김현주 2026.03.18 1,541 0
35291 무속인도 세금내나요? 2 아짐놀이중~ 2026.03.02 897 0
35290 줌인줌아웃에 사진 몇장까지 올릴 수 있나요 ilovedkh 2026.02.19 489 0
35289 배부분이 누런 굴비? 2 시냇물 2026.02.12 1,040 0
35288 이게 뭘까요? 1 7000 2026.01.04 2,315 0
35287 이 신발 어디브랜드인가요? 1 제주도날씨 2025.12.16 3,891 0
35286 독서 문화 기획 뉴스 2 눈팅코팅Kahuna 2025.12.10 1,363 0
35285 오래된 단독주택 공사 어떻게 시작하면 될까요? 2 너무너무 2025.11.19 2,227 0
35284 테일러 스위프트 신곡 1 매운 꿀 2025.10.17 2,330 0
35283 50대 여성 미용하기 좋은 미용실 제발... 17 바이올렛 2025.10.02 6,217 0
35282 미역국에 파와 양파를 ? 8 사랑34 2025.09.26 3,610 0
35281 가지와 수박. 참외 해남사는 농부 2025.09.11 1,907 0
35280 햇님이 주신 선물 롯데? 1 해남사는 농부 2025.09.05 3,058 0
35279 맹장 수술 한지 일년 됐는데 대장내시경 현지맘 2025.09.03 2,022 0
35278 유튜브 특정 광고만 안 나오게 하는 방법 아는 분 계실까요? 2 뮤덕 2025.08.25 2,000 0
35277 횡설 수설 해남사는 농부 2025.07.30 2,693 0
35276 방문짝이 3 빗줄기 2025.07.16 2,255 0
35275 브리타 정수기 좀 봐 주세요. 3 사람사는 세상 2025.07.13 3,638 0
35274 이 벌레 뭘까요? 사진 주의하세요ㅠㅠ 4 82 2025.06.29 6,152 0
35273 중학생 혼자만의 장난? 2 아호맘 2025.06.25 4,139 0
35272 새차 주차장 사이드 난간에 긁혔어요. 컴바운드로 1 도미니꼬 2025.06.23 2,602 0
35271 베스트글 식당매출 인증 21 제이에스티나 2025.06.07 13,111 4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