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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이야기 (3) - 가출 -

| 조회수 : 1,098 | 추천수 : 3
작성일 : 2005-08-22 10:20:18

은주 이야기 (3) - 가출 -


가출.

은주가 국민학교 5학년때엔 사고도 많이 냈다.
은주는 매일 놀다가 늦게 들어 온다고 엄마에게 혼나기가 일쑤였다.

그때도 5학년 어느날 이었다.
그날 아침, 은주 엄마는 엄포를 놨다.

"너 오늘도 늦으면 다리 몽둥이 분질러 놀껴!!"

은주는 정말, 오늘만은 엄마말 듣고 일찍 집에 가려 했다.
그렇게 맘먹고 모처럼 일찍 집에가서 엄마에게 칭찬 받을려는 맘으로 운동장을 지나는데
매일 같이 놀던 동무가 부른다.

"은주야~ 우리 십자 가이생 하고 놀자..."
"안돼! 오늘은 집에 일찍 가야해.."

그렇게 뿌리치고 지나가는 은주의 등뒤에 결정적인 한마디가 따라왔다.

"은주야~..너 그럼 깍두기 시켜 줄께..."

'으잉..? 깍두기..??? 이게 웬 횡제람...'
깍두기란 한마디에 은주의 결심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놀이에 푹 빠져 들었다.

하늘이 어둑해질 무렵에 놀이를 마치자 은주는 갑자기 겁이 덜컥 났다.
집을 걸어 오면서 엄마의 무서운 얼굴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드디어 대문 앞까지 온 은주는 도저히 집안으로 들어 갈 수가 없었다.

한참을 망설인 은주는 집앞에서 몸을 돌려 건너편 갈대 숲으로 들어 갔다.
갈대는 무척 높이 자라서 어른들 키 보다도 높았다.
갈대 숲 사이에 쪼그려 앉아 갈대 사이로 멀리 대문을 바라 보았다.
하늘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은주의 마음은 더욱 무섭고 슬퍼졌다.

그때 어디선가 소근 소근 말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솔깃한 마음에 소리 나는곳으로 살금 살금 기어가 보니 그곳엔
동네 오빠와 언니가 무슨 말인가 속삭이고 있었다.
어린 은주의 눈에도 한눈에 둘이 무었을 하는건지 느낄수가 있었다.

'아항.. 요것들이 연애 하는구낭...'
'후후... 언니, 오빠 나한테 잘 걸렸다... 내일 동내 방내 실컨
놀려 줘야지... 얼래리 꼴래리.. 하면서...'

그런 상황에서도 은주의 장난끼는 여지없이 발휘 되었지만 은주는
지금 장난을 치면 엄마에게 들킬것 같은 마음에 숨만 죽이고 있었다.

한참을 속삭이던 동네 언니와 오빠는 같이 갈대숲을 빠저 나가고
이젠 은주 혼자 그 속에 남게 되었다.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지고 멀리 동네 집집마다 불빛이 세어 나왔다.

은주는 이제 본격적으로 무서워졌다.
또 점점 더 추워져서 몸을 웅크리고 덜덜 떨며 멀리 은주의 집을 바라보았다.

은주의 눈에서 눈물이 날려고 할 무렵에 은주네 집 대문이 열리며 엄마 아빠와
일꾼 아저씨들 여러명이 손에 휏불을 들고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은주야.... 은주야...' 하고 부르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리기 시작 했지만
은주는 혼자있는 무서움보다 엄마에게 혼날 무서움이 더 컷던지 '저 여기 있어요..'란 말이
입안에서만 맴돌았다.

어린 은주는 무섭고 슬퍼서 눈물이 났다.
휏불이 점점 가까이오고 은주를 찾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때 무언가가 스르륵~ 스르륵~ 갈대를 헤치고 다가왔다.
은주가 고개를 돌리자 거기엔 송아지 만큼 커다란 도사견이 큰 입을 벌리며
벌써 코 앞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은주는 속삭이는 작은 소리로 외쳤다.

"저리가! 저리가!"

그러며 겁도 없이 그 큰 개의 얼굴을 주먹으로 쥐어 박았다.
그 개는 은주가 평소처럼 장난을 하자는줄 알고 꼬리를 흔들며 쪼그리고 앉아있는
은주의 얼굴을 혀로 햝는 것 이었다.
은주는 엄마에게 들킬까봐 저리 가라고 발로 차고 주먹으로 쳤지만 누렁이는 낑낑 거리며 장난만 쳤다.

그렇게 은주가 집에서 기르는 누렁이와 실랑이를 하는데 큰 소리가 들렸다.

"저기 누렁이가 은주를 찾았다..."


은주는 아빠의 품에 안겨서 집에 들어올때 일부러 더 기운이 없는척 눈을 감고 축 늘어졌다.
은주는 이제부터 엄마에게 혼날일을 생각하니 정말로 기운이 없기도 했다.
안방에 누워 눈을 감고 엄마의 호통을 기다리는데 의외로 부드러운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은주야... 밥먹고 자야지..."

은주는 실눈을 조금뜨고 보니 엄마의 걱정스런 모습이 보인다.
부시시 일어나 밥상을 보니 평소에 은주가 좋아 하던 반찬들이 가득 하다.
그래도 분위기상 좋아하는 내색은 못하고 기운 없는척 하며 두 공기의 밥을 다 비워버렸다.

은주가 밥먹는 동안에 엄마는 아무 말씀도 없이 반찬을 이것 저것 집어 주셨다.
밥상을 물리자 마자 그동안의 긴장이 풀렸던지 스스르 잠이 들어 버렸다.

눈을 뜨자, 아침이다.
엄마는 부엌에서 밥 짖는 소리가 들린다.
은주는 몰래 나가 세수를 하고 들어와선 책가방 들고 득달같이 뛰어 나가며 소치쳤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아~~"


학교에 와서 보니 배가 고프다.
혼날까봐 뛰어 나오느라 아침도 못먹구 왔던 것이다.
점심시간에 동무들 도시락 뺏어 먹어야지 하며 점심 시간을 기다렸다.

점심시간 종이 울렸다.
누구껄 먼저 뺏어 먹을까 하고 궁리하는데 선생님이 부르신다.

"임마, 아침은 먹구 학교 와야지...
방금 은주 엄마께서 이 도시락 주고 가셨다."

은주는 갑자기 콧날이 시큰해지는걸 느끼며 어제 저녁때와는 다른 눈물이 눈에 번졌다.

- 은주 이야기 (3) 끝 -


덧말 : 은주가 도데체 누구길래...
강두선 (hellods7)

82cook에 거의 접속하지 않습니다. 혹, 연락은 이메일로...... hellods7@naver.com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미스마플
    '05.8.22 1:28 PM

    ㅎㅎ
    장난꾸러기 은주가 사모님이라는데 한표.

  • 2. 강두선
    '05.8.22 3:27 PM

    은주이야기 3편만에 드디어 리플 하나 받아보네요. ㅠ.ㅠ
    다른분들 글에는 리플도 많이들 다시더니 제 글에만 모두 모른척~ 하시길래...
    글 올리지 말라는 무언의 압력인가... 생각하고 있었답니다...

    은주가 저의 아내가 아닌가... 생각 하는 분들이 계신것 같던데, 아닙니다.
    ^^

  • 3. 작은애
    '05.8.22 6:13 PM

    한발 늦었군요
    첫번째 덧말에 은주가 누꿀까적혀있길래 두번째 올린땐 누군지 밝힐줄 알았는데 왠일이래 세번재까지
    미스터리로 남겨놓으시다뇨 내 오늘은 누군지 알아겠다며 벼르고 있었는데 오늘도 은주가 도데체 누구길래로 끝을 맺다니오 정령이러실 겁니까
    사모님도 아니면 어릴적 동내 동무가 아닐까?(배경은 좀 오래된 듯해서요)

  • 4. 건이현이
    '05.8.23 11:12 AM

    엥? 저도 사모님이라고 생각했는데.....아니라구요?
    그럼 어머님이신가?

    얼렁 일고 나가느라 댓글은 못달지만 재밋게 읽고 있으니 계속 쭈욱~~ 올려주시어요. ^^

  • 5. 강두선
    '05.8.23 1:16 PM

    어릴적 동무... 였으면 저도 좋겠습니다만, ㅎㅎ
    사실 은주가 누구인지는 그리 중요한게 아닙니당~

    그동안 제 글에만 댓글이 없어서
    그만 올릴까...
    자암시~ 망설였었는데 건이현이님 땜에 기분 좋아 히죽~ 웃으며
    계속 올려볼랍니당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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