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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이와 진이 (12) - 소꿉놀이 -

| 조회수 : 722 | 추천수 : 16
작성일 : 2005-06-22 16:25:04
1994-02-21

<< 주이와 진이 (12) -소꿉놀이- >>

설날 연휴때 무리했었던지 월요일 출근 할 때부터 몸이 시원치 않았다.
그다음날 화요일엔 회사에서 하루종일 끙끙 거리더니 급기야 그다음날엔
출근을 못 하고 집에서 하루 쉬고야 말았다.

집에서 몸조리(?) 하기 위해 회사를 하루만 때려친 오늘은 바로 주이의 유치원
졸업식이 있는 날 이다. 오늘은 유치원 스쿨버스를 운행 안하니까 11시 까지 각자
부모님 모시고 유치원으로 오라 했단다.
몸이 좀 괜찮으면 같이 가 보면 좋으련만, 쉬는김에 확실히 쉬자는생각에 그냥 집에 있기로 했다.
그 대신에 진이를 내가 집에서 보기로 하고....

주이는 선생님이 한복을 입고 오랬다고 한다.
아내는 주이 한복 입히랴 머리 빚기랴 자기도 화장하랴 분주히 나갈 준비를 했다.
다른때 같으면 같이 나서겠다고 조르고 때를쓸 진이가 오늘은 내가 있어서인지
얌전히 혼자 잘 놀고 있다.

"진이야, 언니하고 엄마는 유치원에 가라고 그러고 진이는 아빠랑 같이 놀자. 응..?"
"응..."
"예쁘게 말해야지..."
"니에~~~"
"오올치~ 진이가 젤 예뻐요."

아내와 주이가 집을 나서자 진이는 선선히 빠빠이를 한다.
이제 진이와 단 둘만이 남았다.

"진이야 모하고 놀까...? 소꿉놀이 할까...?"
"니에~~~"

안방에다 소꿉놀이 장난감 바구니를 좌악~ 깔아놓자 진이는 좋아하며 혼자 이것 저것 조물락 거린다.
그걸 바라 보며 나는 한쪽 옆에 깔아 놓은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누웠다. 잠시 깜빡 잠이 들었을까...
갑자기 진이가 내 손을 붙들고 흔든다.

"압빠아~ 자지마아~ 압빠아~ 자지마아~ "

계속 눈을 감고 자는척을 하자 이번엔 조그만 손가락으로 눈꺼풀을 억지로 벌리며 눈을 뜨라고 한다.
그제서야 눈을 뜨자 진이가 손을 잡아 당기며 일어 나라고 한다.

"압빠아~ 일어나아~ "
"응... 그래... 일어나서 뭐할까...?"
"압빠... 밤머어여~ "

일어나 보니 진이가 조그맣게 밥상을 차려 놨다.
밥그릇, 수저, 배추, 생선, 주전자, 물컵 등등 제법 앙증맞게도 차려놨다.
진이와 난 둘이 앉아서 차려진 밥상을 맛있게 먹었다.

"냠냠~ 진이야 이거 참 맛있다... 그치..?"

진이는 배추도 먹으라고 주고 생선도 먹으라고 집어준다.

"아~ 다 먹었다."

다 먹었다고 하자 주전자에서 물을 컵에다 따라준다.
입으로 쭈루루루~ 소리를 내며...

"자아~ 이제 다 먹었으니깐 진이가 설것이 해라~~아빠는 또 잘께~~"
"니에~~~"

한참 혼자 부스럭 거리는 소리를 듣고 잠을 청하려 또 누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진이가 또 깨운다.

"압빠아~ 자지마아~ 압빠아~ 자지마아~ "
"응..? 진이야 설것이 다 했니..?
"니에~~~ 압빠아~ 밤머어여~"
"또 먹어...? 좀전에 먹었잖아."
"압빠아~ 또오 밤머어여~"

고개를 돌려보니 밥상이 또 차려져 있다.
이번엔 반찬이 계란과 당근으로 바뀌었다.
밥상 앞에 앉아서 밥 먹기 싫다고 하자 진이가 먹여 주겠단다.
조그만 장난감 숟가락으로 밥을 푸는척 해선 내 입에다 대고 아~ 하랜다.
그렇게 진이가 먹여주는 밥을 하나 가득 먹고는 만세~를 외쳤다.

"다 먹었다~ 만세~~"

가만 생각해 보니 이러다가는 몸조리(?) 한답시고 쉬기는 커녕 진이가 계속 해주는 밥 먹느라
소화불량이 걸릴것 같다.
그래서 생각해 낸것이....

"응애~ 응애~ 진이엄마~ 아빠애기가 지금 졸리우니깐 진이엄마가 좀 재워주세요~ 응애~ 응애~"

그리곤 이불 속에 누워서 열심히 울어 재꼇다.

"응애~ 응애~"
"오오~ 구대... 오오치~~ 오오치~~ 괜차나~ 괜차나~"

진이는 내 옆에 앉아서 내 가슴을 토닥이며 얼르기 시작했다.
눈을 사알짝 뜨고보니 진이는 주둥이를 뾰죽히 내밀고 정성껏 토닥거리고 있었다.
내가 자는척 가만히 있어도 계속 토닥거리기는 하지만 얼굴 표정이 진이도 졸리운 표정이다.
5분쯤 지났을까...
진이의 손놀림이 뜸해지더니 스스르 내 옆으로 쓰러지는게 아닌가...
'후후후... 짜식... 진작에 그럴꺼지...'
난 쾌재를 부르며 잠든 진이를 안아 침대에 누위고 잠버릇 험한 진이가 떨어지지 않게
내가 침대의 바깥쪽을 막으며 누웠다.

이제 좀 편히 자려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계속 이불 걷어차고 발로 나를 차며 계속 시중을 들게 하는 것 이었다.
잠이 들만하면 툭~, 또 들만 하면 툭~....

그렇게 한참을 씨름을 하고 있는데 밖에서 딩동~ 소리가 난다.
"누구세요..?"
"아빠~ 저예요.... 주이~~~"
"아니 벌써 끝나고 왔니...?"

문을 열어주자 현관을 들어서며 아내가 한마디 한다.

"그동안에 조용히 좀 잠좀 잤었요...??"
"머라구..?? 잠을자..?? 내가..?? 어이구우~~"


1994. 2. 16.
강두선 (hellods7)

82cook에 거의 접속하지 않습니다. 혹, 연락은 이메일로...... hellods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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