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엄마는 어린 저를 보면 오로지 아빠 욕만 했어요
대화란걸 해본 기억이 단 한번도 없어요
그저 신세한탄 아빠 욕, 시댁 식구들한테 서운한거, 동네사람 욕.
제가 성인이 돼서 독립하고 안부전화를 하거나 가끔 친정을 방문해도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지는 끊임없는는 레파토리. 정말 진절머리가 날 정도였어요
그런것 말고는 엄마한테 어떤 얘기도 들어본 기억이 없어요. 혹여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다 묻혔겠죠. 임팩트가 큰 이야기들로.
저는 말대꾸 한번 해본적 없는 아이였어요
엄마 같은 사람이 되고싶지 않아서 늘 책을 읽었어요
읽을 책이 없어 봤던걸 보고 또보고
아빠 책장에 있던 수십년된 누렇게 바랜 세계명작 전집이었어요. 읽어도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그런 것들로 가득했지만요
반작용 때문인지 중학교때 항상 난 착하게 살아야지 어려운 친구를 도와야지 그생각을 끊임없이 했던것 같아요.
제가 엄마가 되고 나서는 내가 본 엄마가 아닌 책에서 본 엄마가 되려고 열심히 흉내 냈었어요
제법 흉내를 잘 낸 덕분이지 애도 잘컸어요
그런데 애가 사춘기가 되고 예뻤던 아이가 미운짓을 하니 내가 아는 내 엄마의 모습이 스물스물 올라오네요
엄마의 언어란 참 무서운거였어요
뼛속에 각인되어 있어서 쉽게 떨어져 나가지 않네요
아이 앞에서 누구를 비난하고 신세를 한탄하고 그런 건 절대 하지 않으려 했는데...
정신 차리려고 이렇게 글이라도 써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