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폭우에 떠내려가는 듯한 소리가 엄청나게 커서
곤히 자다가 깼어요
조용한 음악 틀어놓고 초저녁에 잠들었는데
장대비 소리에 음악은 들리지도 않아요
진짜 이번에는 징하게 오래가다못해
동남아처럼 우기 같은 느낌이네요
가뭄때도 그리 극심하더니
물폭탄도 그 이상 수준이예요
가뭄 해갈은 진즉 되었을거고
저수지 채워지는건 두번 세번 되었을거 같습니다
여긴 주택인데요 비오면 새삼 고마운거는
바로 처마.
처마가 있으니 비가 이렇게나 세상 떠내려가듯 많이 또 오래 와도
강건너 불구경하듯 조용히 즐길수가 있어요
진짜 즐기는거죠
이 거센 빗소리를 촉촉함을 ..
이 수분 가득한 공기를
숨을 가득 들이마시니 내 몸안에
빗소리 촉촉한 수분도 함께 들어오는거 같아요
대기중의 독특한 비 향기도 함께 피부에 스며드는 느낌
스며들어 비와 저가 하나되는 느낌
오늘은 마치 엄청난 거대한 폭포 아래에 집이 있어
집이 그 폭포수에 샤워하는 듯 한 느낌에요
내려오는 그 거센 폭포수를
이 집이 오롯이 다 맞고 있는거죠
그래도 처마가 길게 내어져있어
완전 안전하니 마음이 고요해요
이런 폭포..같은 생각까지 하고요
아마 아파트였으면 진즉에 놀라서
(환기때문에 창문을 조금이라도 늘 열어두거든요)
곤히 자다가도 빗소리에 깜놀하고 이불밖으로 튀어나가
창문닫느라 여기저기 급히 뛰어다니고
걸레들고 여기저기 닦고 다니고 다시 걸레빨고
마루에 물이 스며들까봐 열심히 닦고..
잠깐이지만 난리 난리 생난리였어요
문을 못 열어서 답답하고
계속되면 창가에 습기도 차고
또 비오는 모습, 비오는 거리.. 등등 창밖을 내다보고 싶은데
창문이 다 닫혀있으니 창문유리 땜에 바깥이 안보였어요
그래서 처마가 너무너무 아쉬웠거든요.
건설사들이 집지을때 왜 그런부분을 보완하지 않는건지 궁금했어요
혹시 아파트 외관 때문이라면
버튼 누르면 비올때만 자동으로 열리는
그런 처마같은거 충분히 가능할거 같은데.. 하며
이런 저런 아이디어도 생각나네요
아무튼 오늘같이 무섭게 세상 끝장낼듯 비가오면
처마의 소중함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처마. 이름도 너무 예쁘지 않나요?
아무튼 피할수없으면 즐겨라 말이 있듯
이렇게 거센 장대비를 즐겨봅니다
정말이지 이 와중에 이렇게 고요히 즐길 수 있는건
다 처마 덕분이예요
처마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