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갱년기 불면증이 너무 심해서 병원에 갔더니요.
의사 선생님이 수면제 처방해주면서 설명해 주더라고요.
수면제는 임시방편, 상처에 붙이는 대일밴드 같은 거다. 근본적인 치료책이 아니다.
근본적인 치료는 수면패턴을 바꿔야만 할 수 있다고요.
진짜 수면제를 먹어보니 잠이 드는데는 도움이 되는 것 같은데 정확히 2시간만에 깨어서 더 말똥말똥 잠이 안오더라고요. 그렇다고 수면제를 또 먹을 수도 없고, 두시간이라도 잔게 어디냐 포기하고 일어나곤 했는데요. 물론 멜라토닌도 2년이상 장복을 했지만 효과 못 느꼈고요.
요새 잠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의사선생님이 얘기한 '근본적인 치료방법'을 한 번 해 봤어요. 안 됨 말고 하는 심정으로. 일단, 잠 자기 한 시간 전부터 폰이나 스마트 기기 사용 금지. 전 잠안오고 너무 힘들면 결국 폰으로 팟방 들으면서 조는 듯이 한 두시간 눈 붙이곤 했거든요. 일정한 취침시간을 정해놓고요. 전 12시부터 6시. 그럼 11시쯤 잠옷을 입고 스마트 기기 없이 두꺼운 책을 한권 들고 침대에 들어요. 한 시간 쯤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면 잠이 스스르 올 때 책 내려놓고 불끄기. 전 첫날은 독서등이 없어서 캠핑할 때 쓰는 헤드라이트 달고 책 읽고 정말 두 챕터쯤 읽으니 눈이 감기길래 불끄고 잤는데 놀랍게도 6시간 스트레이트로 잤고요. 둘째날도 그게 통하더라고요. 그 다음날 부턴 독서등 주문한 거 편하게 쓰면서 한 30-40분쯤 책 읽고 자면 푹 잘 수 있었어요. 밤잠을 제대로 자게 되니 세상이 달라보이네요. 밤에 잘 못자서 낮에도 겔겔하고 직장만 간신히 다녀오고 일하다 안 졸면 다행. 살림도 청소 설거지 빨래 다 쌓아두고 미뤄두곤 했는데, 어제는 기분좋게 설거지 하면서 콧노래를 불렀더니 아이가 깜짝 놀라면서 엄마 뭐 좋은 일 있냐고 묻던데요. 간단하지만 하기 싫어서 안 하던 sleep ritual. 약 먹는 것보다 건강한 방법이고 효과도 좋은 것 같아요. 불면증 동지들, 꼭 한번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