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어쩌죠ㅠㅠ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예요.
지난 금요일 오후, 외근 나와서 운전중인데
알림장앱으로 담임선생님에게 전화가 왔어요.
아이들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에
전화가 오면 보통 좋은일은 아니잖아요.
가슴 철렁하며 받았는데
첫마디가 "어머니, 제가 지금 너무 당황스러워서요" 였어요.
무슨일이 생겼구나 직감하고 숨죽여 들었죠.
요약하면
2학기 들어 아이들 수업태도가 안좋아서
5교시 끝나고 쉬는시간에 반아이들 단체로 움직이지 못하고 앉아있게 했다.
화장실 급한 아이는 다녀오라고 했는데 아이들 서너명이 손을 들고, 나랑 같이 화장실 갈 사람~ 하면서 장난스럽게 말했고, 공교롭게 저희 아이가 맨 마지막에 화장실 가겠다고 해서 너희들 장난치지 말고 벌받아 하고 안보내줬다.
그런데 저희 아이가 오줌을 쌌다는거예요.
그래서 자기가 너무 당황스럽다.
아이가 울면서 웃으면서(?) 용변을 봤다.
저 이 말도 무슨말인지 모르겠어서
네? 웃으면서 울면서요? 되물었더니
네..
아니 그래서 아이는 지금 어디있냐 물었더니
교실에 있데요.
조퇴를 해야할 것 같은데 어머니가 일하시는 중일텐데 데리러 오실 수 있나 연락했데요.
그래서 제가 교실에 다른 아이들이랑 같이 있는게 말이 되냐, 분리부터 시켜달라고 했어요. 제가 옆 도시에 있는데 최대한 빨리 가겠다고.. 근데 시간이 걸린다고..
분리부터 시켜주고 아이한테 핸드폰 가지고 있으라고 해달라.
그리고 남편이 혹시 나보다 먼저 갈 수 있는지 연락하며 막 밟아서 가고 있는데 5분도 안되서 아이폰으로 전화가 왔어요.
죄송하다는 말부터 하는 아이한테
괜찮다고 누구나 실수 할 수 있다고
지금 어디냐고 물었더니 5층이래요.
교실이 5층이라.. 5층 어디냐고 했더니
복도에 있데요. 순간 너무 화가나서
선생님한테 왜 분리시켜 달라고 했는데 애가 복도에 서있냐 물었더니 자기가 수업시간이라 수업을 해야한데요. 그래서 수업이 문제냐 다른 애들 없는 공간으로 애보내달라 했더니 빈공간이 어디인지 찾아야 하고 어쩌고.. 횡설수설 하더라구요. 그래서 교무실에 다른 선생님도 안계시냐 제가 분리시켜 달라는 요청밖에 안했는데 지금 뭐하시는거냐고 하고..
도착해서 보니 아이는 교무실에 있더라구요.
그 사이 아이 아빠가 교감에게 전화해서 퇴근 후 담임이랑 같이 면담 요청해뒀고
아이 데리고 나와서 얘기 들어보니
5교시 음악시간이었는데
친구 한명이 노래를 따라 부르지 않아
누구 때문에 너네 다 엉띠벌(엉덩이 띠지 않는벌?) 받는거라고 하고 쉬는시간에 앉혀둔거고, 화장실 가고 싶다고 얘기 했지만 선생님이 안보내줬고 다른 친구가 웃긴말을 해서 웃다가 오줌보가 터졌나봐요.
그 이후 상황을 물어보니 선생님이 화장실 가서 씻고 오라고 해서 혼자 화장실 가서 뒷처리를 하고 교실로 돌아오니까 선생님이 안계셨고(그 때 저한테 전화하러 복도에 나갔나봐요) 반친구들은 이미 우리 아이 책상에서 최대한 멀리멀리 이동해있었고 아이들이 냄새난다고 닦으라고 해서 애들이 쳐다보는 와중에 혼자 쭈그리고 앉아 휴지며 물티슈며 갖다가 자리를 닦았다고...
이야기 듣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구요ㅠㅠ 아이가 얼마나 수치스러웠을까...
그리고 이제 학교를 어떻게 다니나..
안그래도 저희 아이를 놀리는 무리가 있어서 스트레스 받아왔었는데..
남편 퇴근 후 같이 학교를 찾아가니
교감선생님, 담임선생님이 계셨고
놀랐을 아이를 위해
교감, 교장, 학교 상담쌤, 필요하면 외부기관 연계해서 상담을 하겠데요.
저는 우리 아이 상담이 중요한게 아니라 다른 아이들이 걱정되는거다, 아이들 입 막아줄 수 있냐.. (지역이 좁습니다. 중학교 두 학교로 다 배정돼요.) 고등학교 때까지 오줌싼 애란 꼬리표 붙이고 어떻게 사냐..
월요일에 그 학급에 들어가서 교감선생님이 훈화말씀 하겠다,
아침 조회를 통해 전교생에게 친구 사랑, 친구 배려를 가르치겠다
5학년 전체학급에 도덕시간 한시간을 배려의 가치를 교육하고 동영상을 보여주겠데요.
저는 다른 대책을 얘기해주시라고 했고
저희에게 원하는게 있으면 얘기를 하라네요.
아이는 친구들 마주치는걸 두려워합니다.
시간이 지나서 친구들 기억이 흐릿해졌으면 좋겠데요.
어제밤 자기전에는 용기내서 가보겠다고 하더니 아침에 등교준비까지 다 마치고 도저히 못가겠다고 하네요. 안보냈습니다. 제가 지켜줄 수도 없고 도저히 등떠밀어 보낼 수가 없었어요ㅠㅠ
담임 선생님은 1학기때 부터
8:40까지 교실에 도착하지 않으면 1교시 쉬는시간을 엉띠벌을 시켰고 저희 아이는 안그래도 지각 싫어하는 아이인데 엉띠벌은 정말 싫다고 등교 강박이 생겨 8시도 안됐는데 언제 나가냐고 언제 출발하냐고... 예민해져서 서로 힘이 들었어요.
학교가 걸어서 25분거리라 저나 남편이 출근하면서 동생이랑 같이 차로 내려줘서 다같이 준비를 마쳐야 출발을 하거든요.
1학기 때 제가 담임선생님에게 건의해서 엉띠벌을 없앴어야 하는데 뒤늦게 후회만 합니다ㅠㅠ
담임쌤은 엉띠벌을 아이들이 알려줘서 알았다, 4학년때 이런 벌을 받았었다고 이야기해줘서 해보니 효과가 있는것 같아 계속 했답니다.
교감쌤은 담임 선생님이 초임교사라고 처음 발령받고 오신거라고.. 어리고 잘 몰랐고, 또 당황해서 대처를 잘 못하신거니 이해해달라고 합니다.
담딤선생님의 책임회피가 너무 화납니다.
처음 전화 걸었을 때도 죄송하다는 말한마디 없었습니다. 일이 벌어졌으면 아이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수습이 제일 중요한거 아닌가요. 아이만 방치해두고 저한테 전화거는 일이 우선이었는지.. 화장실을 아예 안보낸건 아니고 앞에 애들이 장난을 쳐서 진짜 장난인줄 알았다는 핑계만...
그런 선생님을 믿고 다시 학교에 보내라고 하니 정말 어찌해야할지 모르겠어요ㅠㅠ
아이가 친구들 마주치는걸 두려워하는데
저라도 백번 천번 못가죠.
실질적으로 우리아이를 위해서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