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살아요.
뉴욕에 일이 있어서 주말에 갔다가, 일요일 아침 일찍 뉴욕에서 출발했어요.
비가 꽤 많이 와서 남편도 평소보다 속도를 줄여서 운전했는데, 4시간 주행하는 동안
9건의 사고를 봤어요. 살면서 이렇게 사고가 많이 난 것을 본 적이 없어서
우리 오늘 정말 조심해야겠다 이러면서 왔는데,
마지막 30분에 결국 저희도 사고를 당했어요.
왕복 8차선 고속도로.
저희는 2차선으로 가고 있었는데, 1차선을 달리던 차가 빗길에 미끌어지면서
몇 바퀴 돌다가 결국 피해가던 저희 차에 충돌했어요.
그 차가 미끌어지는 것을 발견하고 불과 4초도 안되었을거에요.
다행히 남편과 저희 뒤의 차가 동시에 반응을 해서
뒷 차가 속도를 죽이며 4차선으로 이동하고, 저희는 3차선으로 이동했지만
어쩔 수 없이 사고차량에 부딪치고 말았어요.
사고차량이 미끄러지는 것을 본 순간
아 이건 큰 사고다 싶었는데
정말 운이 좋았어요.
일요일 아침이어서 평소보다 차량이 적어서 다른 차선으로 이동할 수 있었고
비가 많이 와서 다들 과속하지 않고, 차 간격을 여유있게 두고 운전했기에
지금 이렇게 무사히 글을 쓸 수가 있어요.
사고차량과 충돌했지만 다른 추돌사고로 이어지지 않고 간신히
갓길에 정차하고, 여보 괜찮아, 나 괜찮아, 뒷자석에 있던 우리 개 괜찮아
이렇게 확인하고 있는데
사고 차량도 더 이상의 충돌없이 갓길에 정차했어요.
그리고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는데
남편은 보자마자 Oh.. poor kid...
스무 살, 스물 한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청년이 운전석에서 내리며
온 몸을 떨면서 쏘리, 아임 쏘 쏘리 하면서 저희 차로 다가왔어요.
남편은 그 것을 보자마자 차에서 내려서
난 괜찮아, 너는 괜찮니? 다치지 않았니 하며 어깨를 두들여 주더군요.
그 청년이 어쩔 줄을 몰라하니까 나중에 듣기론 남편이
나도 괜찮고 내 부인도 괜찮고, 우리 개도 괜찮아
너만 괜찮으면 돼 하면서 달랬다고 하더라고요.
비는 여전히 거세고 쏟아 붓고, 남편이 그 청년을 계속 달래며
그의 차에 가서 한참 앉아 있다 나왔어요.
마찬가지로 나중에 전해 듣기를 아이가 너무 놀래서
응급차 불러줄까 어떻게 해 줄까 하면서 진정시켰대요.
그렇게 있다가 나오더니 저희 차를 지나쳐서 뒤로 가더라고요.
저는 꽤 놀라고 상황이 어찌 되는지 몰라서 뒤는 생각도 못했는데,
저희 뒷뒷차도 갓길에 정차해 놓은 상태였어요.
남편이 가서 너희 괜찮니, 우리는 괜찮아 했더니
그 사람들이 사고 어떻게 나는지 다 봐서 혹시 증언 필요할까봐
기다리고 있었대요.
그래서 괜찮다고 하고 그 차 먼저 보내고
사고차량으로 가더니 잠시 후에 사고 차도 보내고
저희 차로 돌아왔어요.
우리 이렇게 그냥 가도 괜찮은거야 했더니
면허증이랑 차량 등록증이랑 전화번호 다 받아왔다고 하면서
다행히 인명피해도 없고 차도 크게 망가지지 않아서
집에 가서 처리 하면 될 것 같다고 해요.
갑작스런 폭우로 생긴 물웅덩이 위를 운전하면서
경험이 부족해서 이런 일이 생겼다고, 사고 운전자에게 속도를 더 줄여서
2차선으로 운전하라고 하면서
네 잘못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생긴 일이니까
집에 무사히 도착하면 전화하라고 했다네요.
이 모든 과정을 차안에서 지켜보며
저는 좀 울컥했어요.
남편이좋은 녀석이라는 것을 알아서 결혼했는데,
이제는 좋은 녀석에서 꽤 괜찮은 어른이 된 것 같아요.
요즘 좀 싫증 날 것 같았는데ㅎ... 이렇게 또 별 것 아니지만 제게는 정말 멋진
모습 보여주네요.
집에 와서
이 사고를 돌이켜 보니
정말 좋은 운이 겹치고 겹쳐서 큰 사고가 안난 것 같아요.
도로가 평상시보다 많이 한가해서 속도를 낼 법 한데
비가 많이 오니
다들 속도를 줄이며 운전을 하고, 안전간격을 지켰고
특히 저희 뒷차와 남편이 엄청난 싱크로를 보이며 한 차선씩 물러나고
생각지도 않았던 뒷뒷차는 혹시 모르니까 증인이 되주려 정차했다 하고
사고차량 운전자는 온 몸으로 미안함을 표시하면서 내리고
마침 저희 남편은 꽤 괜찮은 어른이 되어서 어린 사고 운전자를 달랠 수도
있었고
연쇄추돌이 다행히 이렇게 막아졌어요.
결론은
빗속에서 운전할 때는 차량 간격 평소보다 여유있게 유지하고 감속하는 것이
살길이다! 이런 일은 교과서가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