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 이어 이번엔 이탈리아 여행 뒷담화를 풀어볼게요!
7월 초에 떠났더니 날씨 이슈(돌로미티 지역 폭우 ..폭염) 가 많아서 주로 숙소에 머물다 보니 숙소 관련 에피소드가 꽤 많네요.
남편과 함께 땀 뻘뻘 흘리며 고생도 했지만, 잊지 못할 추억들이 가득했네요.
밀라노 대성당의 로맨틱한 일몰
'밀라노는 대성당 말고 볼 게 없다'며 스킵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저희는 밀라노 성당앞 광장에서 멋진 패션 피플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꽤 흥미로웠어요. 성수기 목요일에만 열리는 대성당 테라스에 올라가 오케스트라 연주와 함께 로맨틱한 일몰을 감상했고요. 대성당에 가신다면 목요일 일몰 시간 맞춰 꼭 테라스 한번 들러보세요!
트레치메 테스토스테론 과잉 남자와 친절한 프랑스 커플
한국의 '세 봉우리'라는 뜻을 가진 트레치메는 이탈리아 동부 돌로미티에 있는 5~6시간짜리 트레킹 코스예요. 장엄한 돌산을 360도 둘러보는 코스인데, 등산이라곤 해본 적 없는 저희 부부는 생고생 끝에 다음 날 온몸에 골병이 들었답니다.
게다가 왕복 버스를 예약해야 해서 시간을 못 맞추면 숙소로 돌아갈 수도 없었어요.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이 코스를 걷는데, 90도 급경사 구간에서 호방하게 '뿡뿡' 방귀를 뀌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던 40대 아저씨, 일명 테토남(테스토스테론 과잉 남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랬겠지만, 너무 대놓고 그러시는 건 좀...^^;
저희가 거의 네 발로 기어 올라가고 있을 때, '뚜르 드 몽블랑' 선수처럼 차려입은 프랑스 커플이 쌩쌩 지나가더라고요. 반쯤 넋이 나간 저희를 보더니 "아 유 오케이?!" 하고 물어봐 주는데, 그 친절함이 정말 감사했어요!
볼차노 교통 거점 도시에서의 새치기 빌런
볼차노는 한국의 대전처럼 교통 거점 도시 같은 느낌이었어요. 버스 터미널에서 표를 사려고 줄을 서 있는데, 나이 지긋하신 분이 모르는 척 새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 뒤로 다른 분들까지 줄을 서면서 두 줄로 갈라지는데, 남편이 새치기하는 걸 정말 싫어해서 제가 나서서 "여기는 제 줄이니 제가 먼저 살게요!"라고 말했어요. 어르신 경로 우대도 좋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죠.
P.S.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탈리아 지역 버스 티켓은 대부분 앱으로 구매 가능하다고 해요. 모바일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만 현장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잇츠 유럽 스타일!' 에어컨 없는 숙소
7월 초인데 이탈리아도 이상 고온 현상으로 정말 더웠어요. 더위를 많이 타는 남편은 고생했는데, 밀라노 베르나 호텔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었답니다. 밀라노역에서 5분 거리인 베르나 호텔, 에어컨, 어메니티, 친절함까지 완벽했어요. 특히 새벽 체크아웃할 때 잘생긴 직원분이 물 두 병을 챙겨주셔서 정말 감동이었어요.
유럽 호텔들이 생수 인심에 얼마나 야박한지 아시는 분들은 공감하실 거예요. 그래서 더 감동이 컸답니다.
하지만 다른 숙소들은 좀 달랐어요. 돌로미티의 도비아코 숙소에서는 남편이 더위를 못 참고 선풍기라도 없냐고 물었는데, 주인분이
"노노! 잇츠 유럽 스타일!" ㅡ..ㅡ
이라고 단호하게 거절하셨거든요.
마치 '우리는 대대로 여기서 이렇게 장사해왔으니, 싫으면 다른 곳으로 가라'는 느낌이랄까?
남편은 이 일로 살짝 마음의 상처를 입었죠.
그래도 주인분은 나머지는 다 친절했어요.
저희가 트레치메 트레킹 때문에 아침 일찍 나서야 한다고 하니, 조식 시작 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조식을 차려주셨거든요. 테이블마다 인사를 건네며 피드백을 묻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지만, 남편은 여전히 그곳을 '배짱 장사'의 대명사로 기억하고 있답니다.
오르티세이 인스타 감성 숙소
팀 버튼 영화에 나올 법한 아기자기한 마을, 돌로미티 서부 오르티세이에 묵었을 때는 숙소 때문에 진땀을 뺐어요.
숙소 측의 갑작스러운 예약 취소 통보로 노숙할수 없어, 급하게 잡느라 두 배나 비싼 가격을 주고 예약했죠.
이곳 숙소는 겉보기엔 번지르르했지만 실속은 없는 타입이었어요. 싱크대는 너무 작아 설거지할 때마다 물이 다 튀고, 침대는 붉은색 원형에다 방 한가운데 뚫린 월풀 욕조와 번쩍거리는 사이키 조명까지! 전형적인 '인스타 인증샷용' 숙소였어요. 러브호텔 같은 분위기에서 남편과 야릇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에겐남(에스트로겐 풍부한 ) 남편은 계속 저를 피해 다니기 바빴네요.^^;
다행히 버스 터미널 바로 옆이라 위치 하나는 최고였답니다.
베네치아의 친절함과 특별한 조식
베네치아 본섬은 이상 고온과 바다 습기 때문에 남편이 내내 힘들어했어요. 숙소가 명품 거리에 있어서 캐리어를 끌고 돌바닥을 가는 대신 수상 버스를 이용했죠.
호텔은 10제곱미터도 안 되는 작은 방이었지만 있을 건 다 있었고, 풋크림까지 챙겨주는 세심함에 감동했어요. 체크인할 때 주변 맛집과 관광지를 10분 넘게 브리핑해주던 친절함도 기억에 남고요.
조식 시스템은 조금 독특했는데, 뷔페에서 음식을 직접 가져다 먹는 게 아니라 직원에게 말하면 가져다주는 방식이었어요.
처음엔 불편했지만, 이틀째 되니 '대접받는 느낌'이라 나쁘지 않더라고요.
좁은 식사 공간에서 충돌 사고라도 있었나 하고 상상해봤습니다.
이상 심심해서 뒷담화겸 여행기를 적어보았는데요,
여러분이 겪었던 재밌는 여행 에피소드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