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외숙모가 우아하세요.

조회수 : 4,884
작성일 : 2025-08-03 15:41:37

우아 이야기 지겨우신 분은 패스. ^^

 

제가 직업상 잘나가는 사람들, 여교수, 여자 아나운서들과 일을 많이 했는데

제 오십 평생 외숙모처럼 우아한 사람은 못 봤어요.

 

평생 시골 읍소재지에서 

자식들 키우며 전업주부로 사셨어요.

행동이 단정하시고 말에 기품이 있으시고 

표현이 밝고 긍정적이세요. 

가족을 대하는 태도가 한결같으세요.

어려서 그 집에 가서 일주일씩 놀고 그랬는데 외삼촌이나 자녀들에게 언성 높이는 걸 본적이 없어요.

 

집은 항상 깔끔하고 음식도 정갈하게 하시고요. 

팔순이 넘으신 지금도 항상 깔끔한 옷차림, 단정한 커트머리, 

조용한 음성, 눈빛이 따뜻하시고

전화하실때 여보세요. 조차 차분하세요. 

 

제일 좋은 점은 남의 욕을 일절 하지 않으세요.

손아래 시누이인 우리 엄마에게는 반존대를 하시는데,

한번도 사이가 나빴던 적이 없죠.

울엄마 성격이 정말 보통이 아닌데도 올케한테 함부로 하지 못하는건

외숙모가 감히 그럴 수 없는 사람인걸 알기 때문이라고 봐요.

외할머니한테도 평생 잘 하셨고,

물론 외할머니도 기품이 있는 분이라 며느리에게 예의를 차리셨고요. 

한번은 엄마, 외삼촌, 외숙모 이렇게 같이 있는 자리에서

저희 엄마가 다른 누구를 욕하려고 드릉드릉 시동을 거는데

외숙모가 조금 듣고 계시다가 그 분위기를 슬쩍 무마시키시더라고요.

그런데 그 스킬이 대단했어요.

유머스럽게, 다른 화제로 전환시켜서 그 전체 분위기의 품위를 지켰어요. 

저는 그런 내공이 정말 대단하다고 봤어요.

 

제가 일하면서 만났던, 세상에서 우아하다고 알려진 그런 사람들조차

우리끼리 사적인 이야기나누면서 누구 욕하는 분위기가 되면

정말 눈빛이 변하면서 그 뭐랄까...굉장히 인간적인, 나쁜말로 하면 원색적인,

그런 분위기가 되거든요. 물론 저도 당연히 그런 류의 인간이고요. 

 

그래서 진정한 의미의 우아를 유지한다는 건 결국 본질적인 것과 관련이 있구나,

자신의 기품을 지키는 인간이 되기란,

정말 힘든 것이구나.

그냥 말 좀 흉내내구. 옷 좀 좋게 입고, 피부 관리 좀 받는다고 되는게 아니구나.

자기 본능을 다스리는 일이구나 싶어요. 

 

외숙모 딸인 외사촌 언니도 굉장히 우아합니다.

말 한마디도 예쁘게 하고, 예의바르고 그래요.  

사촌언니의 딸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저는 엄마를 닮지 않으려고 정말 노력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마무리가 슬프네요. ㅜㅜ 

 

 

 

 

IP : 49.163.xxx.3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5.8.3 3:46 PM (121.185.xxx.105)

    저도 우아함이란 본능을 다스리는 아우라라고 생각해요.

  • 2. 원글님
    '25.8.3 3:59 PM (14.49.xxx.19)

    글 이해가됩니다 일단 우와함의 기본은 험담을 하지않는다 인것같아요 남이야기 절제하기가 너무힘들어요

  • 3. ㄷㅎ
    '25.8.3 4:05 PM (110.15.xxx.165) - 삭제된댓글

    뒷담화가 얼마나 재밌는데....수다의 꽃^^;;

  • 4. ..
    '25.8.3 4:14 PM (116.32.xxx.76)

    최근 82에서 읽은 '우아'관련 글들 중 가장 마음에 와닿네요. 그냥 지인이 아닌 가족으로 오랫동안 본 사람이라 사람들 앞에서만 우아한척하는 분도 아닐거구요. 그냥 격이 다른 사람. 기품 있는 사람. 그게 우아보다 한 수 위.

  • 5. 좋은글
    '25.8.3 4:24 PM (211.208.xxx.76)

    이네요
    기품있는 분이신거 같아요
    인간의 품격같은걸 잘 지키시는 분
    외삼촌이나 외할머니도 비슷한분이라
    그분의 격을 훼손시키지 않으셨나봅니다
    비슷한 부모 비슷한 배우자를 만나는게 참으로 복이더군요

  • 6. ..
    '25.8.3 4:40 PM (114.205.xxx.179)

    가까이에 보고 배울수있는분이 계시다는거 부랍습니다

  • 7. 우아하지아니한가
    '25.8.3 5:27 PM (39.7.xxx.29)

    하핫,
    마무리가 슬프네요에서 너무 웃었어요 ㅋㅋㅋ
    원글님도 유머까지 겸비함 우아녀이실듯

  • 8.
    '25.8.3 6:17 PM (211.230.xxx.41) - 삭제된댓글

    신독이 힘들죠

  • 9. O0
    '25.8.3 9:07 PM (121.157.xxx.110)

    가까이에서 보고 배울수 있는 분이 계시니 부러워요.
    외숙모님을 이렇게 높게 평가하고 계시는
    원글님도 좋은 분일 듯.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46538 반려로봇은 좀 괜찮아보이네요ㄷㄷ 흠흠 21:07:19 6
1746537 12분짜리 사도바울 애니메이션인데 퀄리티가 좋습니다. 재밌어요. 21:03:03 69
1746536 "이해되었어오" 라는 말 자주 쓰는 사람 7 궁금증 21:00:13 222
1746535 선천적으로 휜다리는 교정이 힘들까요? 6 20:59:18 161
1746534 로봇개장수 서성빈 회장, 유튜브 출연 2 어쩐지 20:58:51 247
1746533 뷰티 디바이스 사려구요. 2 olivee.. 20:49:06 301
1746532 교육부장관 후보자 음주운전 전과 있네요 .. 20:47:41 296
1746531 퀵서비스는 일요일에는 안하나요? 4 일요일 20:42:18 152
1746530 여러분의 주사는 뭔가요? 5 ... 20:41:59 269
1746529 JMS는 이제 망한건가요? 10 ㅇㅇ 20:27:43 1,802
1746528 요즘 결혼할때 양가 할머니들께는 어떻게 예단을 하나요? 7 .. 20:24:08 925
1746527 직장에서의 저의 처신에 대해.. . .. 20:22:29 410
1746526 이보영 안락사 드라마 메리킬즈피플 재밌어요 7 ㅇㅇ 20:20:07 1,136
1746525 오전에 목동으로 이사 글 올렸던.. 13 20:15:20 1,504
1746524 다시 더워진 2 ㄱㄱ 20:12:11 1,063
1746523 서울대 10개 되면 입시 부담이 줄어들긴 할 것 같아요 18 .. 20:11:20 1,031
1746522 오뉴월 하루 땡볕이 무섭다고 1 .. 20:07:27 889
1746521 두유 ,,, 4 병아리콩 20:05:24 616
1746520 아들 여자친구가 못생겼어요ㅡㆍㅡ 43 난몰라 19:54:00 5,145
1746519 빅5 대학병원 수간호사입니다 도와주세요 8 도와주세요 19:51:50 3,656
1746518 윤석열 짜지는게 8 ... 19:42:41 1,807
1746517 예쁘신 분들 들어와보세요 42 ㅇㅇ 19:21:29 3,854
1746516 욕심이 큰사람 보니까 1 ㅎㄹㅇㅇ 19:15:41 1,010
1746515 다리 찢기 잘되는 분들 골반 넓으신가요? 9 ... 19:11:02 740
1746514 한국에 당뇨, 고지혈증, 경동맥 위험군 많아서 다행이에요 3 ㅎㅎ 19:06:06 2,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