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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아한 지인

노마드 조회수 : 2,597
작성일 : 2025-08-03 00:54:08

같은 학원에서 수강생으로 만난지 6년 된 지인이 있어요.

저보다 10살 많아서 그분은 50대 중후반입니다.

저는 물론 다른 수강생들도 그 언니 얘기하면

다들 우아하다고 해요.

그분을 통해서 느낀 우아함은 이런거예요.

 

일단 재력이 엄청 좋거나 날씬한 동안 미인은 아니세요.

젊었을때 꽤 예뻤을 얼굴인데

키는 큰 편이고 나이들어 과체중이세요.

여자들이 많다보니 늘 다이어트나 위고비, 각종 시술

같은 얘기하며 언니도 같이 맞을래요? 물어보면

자기는 세월을 정통으로 맞아보기로 했다고 웃으며 

거절하시고 실제로 화장품도 올리브영이나 코스트코에서

대충 사서 쓰세요.

 

그런데 안목이 세련되어서 흔한 스타일이 아니고

같은 연배분들과는 확연히 다른 자신만의 스타일링을

아주 잘 하세요.

알고보니 미대 졸업하셨더라구요.

일단 외모는 대략 이런 스타일인데

정작 우아하다고 느끼는건 그분 에티튜드예요 

 

6년간 매주 한번 수업 듣고 카페도 가는데

그분이 한번도 신발 벗은걸 본 적이 없어요.

다른 분들은 수업 시간에 뒤에서 보면

대부분 신발 반쯤 벗고 있거나 카페 가면 소파에서

양반다리하는 분들도 종종 있는데 

이 분은 단 한번도 그런 식의 흐트러짐이 없어요.

 

제가 코스트코 회원이 아니어서 이 분 따라서

장보러 간 적이 한번 있었는데

마트매너라는 것도 있구나 그날 처음 알았어요.

카트 밀고 다니다 물건 구경할게 생기면

일단 카트를 사람들 통행에 방해 안되는 곳을 찾아

세워놓으시더라구요 

카트 밀다가 통로 한가운데 버려두고 구경하는 사람이

천지인데 그런 배려 신선했어요 

사람들 틈을 헤집고 지나가야하는 상황에서도

그냥 카트 밀고 통과하는데 아니라

"좀 지나갈게요" " 죄송합니다"

단정한 목소리로 일일이 양해 구하시는데

몸에 밴거더라구요.

물건 위치 알려준 직원에겐 꼭 감사합니다 인사하시고

판촉하는 직원분들이 손님 이거 한번 시식해보세요

잡아세울때마다 웃으며 가볍게 일일히 목례해주시고

지나가는데 그동안 판촉사원들 투명인간 취급했던

제가 조금 부끄러웠어요 ㅎ

어딜가도 문 잡아주는 매너가 몸에 밴 분인건

알고 있었지만 일상적인 매너도 완벽하더라구요.

 

사람을 대하는데 있어서 자신의 경계가 매우 분명해서

좀처럼 그 선을 안 넘다보니 그 흔한 남편, 시댁 얘기 같은거

잘 안 하시고 특히 남 뒷담화 하는거 한번도 본 적 없어요.

나이에 대한 언급이나 왕언니 대접 같은거

질색하시고 매우 수평적으로 대하세요.

 

늘 우리 수업과 관련된 자료와 트렌드 등에 대해

얘기하시는데 시류를 꿰뚫어 보는 감각이 매우 젊고

외국 생활도 오래 하신 분이라 

외국 자료 제일 잘 찾으시고 해석해서 다 알려주세요.

30대 젊은 분들도 대부분의 자료는 이분께 요청해요.

박람회에 한번 같이 갔는데 외국인 부스에서

영어로 상담하시는거 보고 저 반성하고 왔어요 ㅜㅜ

 

가끔 82에서 우아한 말투와 자세가 어떤거냐

묻는 질문이 올라오는데 제가 옆에서 본 우아함은

낮고 부드러운 말투는 당연하고

평소 가치관, 취향, 지적능력 심지어 유머와 위트까지

모두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굳이 지인의 얘기를 이리 길게 자세히 쓴 이유는

제가 그분처럼 50대 중후반이 되었을때

퍼질러져서 우아고 나발이고 다 잊고 살까봐

나중에 꺼내보려고 기록 삼아 적어봤어요.

 

 

 

 

 

 

 

 

 

 

 

 

 

 

 

 

 

 

IP : 106.101.xxx.229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5.8.3 1:06 AM (118.219.xxx.162)

    사람을 대하는데 있어서 자신의 경계가 매우 분명해서

    좀처럼 그 선을 안 넘다보니 그 흔한 남편, 시댁 얘기 같은거

    잘 안 하시고 특히 남 뒷담화 하는거 한번도 본 적 없어요.
    ----------------------
    어매 찔려라..
    나름 입 단속하고 살았는데, 빗장 한 번 풀리니 한 번이 어렵지 담부턴 술술이더라구요. 반성하고 다시 다 잡아봅니다. 인격이죠.
    나도 우아해져야지~

  • 2. 그렇군요
    '25.8.3 1:12 AM (118.235.xxx.192)

    보통 의 마트매너 라든가 타인을 대할때의 기본적인
    태도조차도 장착하지않은 사람들 이 많아서 인가요?

    우아함으로 보일정도면 .

    뒷담화하지않는것은 인정합니다
    그건 기본성품이라고 생각합니다

  • 3. 진진
    '25.8.3 1:13 AM (169.211.xxx.228)

    저는 그런 분과 친구하기는 어려울거 같아요.
    일단 저의 우아하지 않음이 눈치보일거 같고
    저는 뒷담화를 매우 좋아하고
    친구가 누구 뒷담하는거 듣는걸 좋아합니다.ㅎㅎ

  • 4. ..
    '25.8.3 1:19 AM (114.205.xxx.179)

    뒷담화는 듣는사람도 지치게해요.
    너무이쁘고 괜찮은친구가 뒷담화가 일상인걸 겪고나서부터 달리 보이더라고요.
    이뻐보이지않고 가벼워보이고..
    그걸 느낀뒤부터 뒷담화 안하려 노력합니다.
    그래도 남편흉은 어쩔수가...

  • 5.
    '25.8.3 1:21 AM (49.168.xxx.19)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거 빼곤 저도 이렇게 사는데요

    늘 배려하고 감사하고

  • 6. 지인분
    '25.8.3 1:26 AM (182.210.xxx.178)

    저랑 동년배인데 배우고 싶은 부분이 많네요.
    따라해서 저도 우아해지고 싶어요..

  • 7. 40중반
    '25.8.3 1:26 AM (223.38.xxx.52)

    대학동기중에 우아한 친구가 있어요
    외모도 연예인급인데 심성자체가 고와 말도 어찌나
    이쁘게 하는지..수십년지기에게도 야, 너, 니 이런표현 쓰는것도 못봤어요
    저랑 닮은건 둘 다 뒷담화 안하고 말 옮기는거 싫어하는데
    오랜만에 연락 닿은 다른 동창과 대화중에 제 얘기가
    나왔는데 'ㅇㅇ아 내가 ~까지 말했어' 하면서 별것도 아닌
    제 상황 말한거를 미안해하는데 귀엽기까지 해요
    전문직 남편과 결혼해 전업으로 살아서 세상찌듬도 없어요

  • 8. 진짜
    '25.8.3 1:32 AM (211.206.xxx.180) - 삭제된댓글

    드물게 다 갖췄네요...
    외적인 치장 허세도 없고,
    변화를 자연스레 수용하면서
    몸에 벤 단아하고 정돈된 행동 습관.

  • 9. 진짜
    '25.8.3 1:34 AM (211.206.xxx.180)

    드물게 다 갖춘 분이네요.
    외적인 치장 허세도 없고,
    변화를 자연스레 수용하면서
    몸에 밴 단아하고 정돈된 행동 습관들.
    옆에 있으면 자연스레 언행이 조심해질 듯.

  • 10. oo
    '25.8.3 1:36 AM (118.220.xxx.220)

    상상이가네요 외모나 목소리도 느낌이 있을것 같아요
    신발 안벗는거 카트 치워두는거 익스큐즈미 하는건
    사실 기본 상식이고 특별한게 아닌데 이걸 안지키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특별한게 되어가는군요
    뒷담화 안하는건 정말 중요한 일인것 같아요
    그런 분이 지인이면 참 좋으시겠어요

  • 11. ...
    '25.8.3 1:37 AM (39.7.xxx.128)

    흠...
    50대 지인분의 행동들 읽어 내려오며
    나랑 아주 똑같네~했네요
    저도 늘 그리 행동하는데 아 나도 우아하구나란 생각을^^
    (영어 잘 하는 거는 빼구요)

  • 12. .....
    '25.8.3 1:38 AM (211.109.xxx.240)

    영어 잘하는 것 빼고 오십후반 저도 꼭 이렇게 살아요 달리 어떻게 살아요 신발을 왜 벗어요 감사인사 꼭 하고요 뒷담화는 남편하고만 해요 외국생활도 오래했고요 몇 번 보는 사람보다 몇년간 주기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이 점점 더 호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 데 친근해져서 그런가 했더니 호옥시 내 우아함 때문?

  • 13. 노마드
    '25.8.3 1:44 AM (106.101.xxx.165)

    이 분과 식사하러 가면 제가 은근 긴장하더라구요.
    식탁 예절 반듯하신건 당연하고
    식사 마치고 난 자리가 그렇게 정갈한 사람 처음 봤어요.
    일어나면서 남의 의자까지 모두 넣어주세요.
    저도 정말 저렇게 나이들고 싶어요.

  • 14. 그런데
    '25.8.3 1:54 AM (222.100.xxx.51)

    그분이 하는 행동, 그냥 공중도덕이라고 생각해서 늘 해오던건데
    그게 그렇게 경탄할 일인가.....그게 더 놀라워요

  • 15. 원글님도괜찮은분
    '25.8.3 2:09 AM (116.32.xxx.155)

    이 분과 식사하러 가면 제가 은근 긴장하더라구요.

    불편하기도 하지만 이런 사람이 가까이 있어야
    퍼지지 않고 정갈하게 되는 것 같아요.

  • 16.
    '25.8.3 2:15 AM (1.226.xxx.50) - 삭제된댓글

    저 스스로 반성하게 되네요
    저도 우아하다는 애기는 몇번 듣긴 했는데 저의 본모습을 본 그 사람들 나중에 엄청 깼을거 같네요 ㅎㅎ
    그나저나 무슨 학원인데 6년째 다니시는지 매우 궁금합니다

  • 17. 오뚜기
    '25.8.3 2:53 AM (118.37.xxx.194)

    우아한 삶. 마음이 귀족이시네요

  • 18.
    '25.8.3 3:06 AM (210.96.xxx.10)

    저는 말씀하신거 다른건 다 잘하는데
    수업 들을때 신발을 말그대로 반쯤 벗고 있어요 ㅠ
    발이 조이는 느낌이 들어서요 ㅠ
    주의해야겠어요

  • 19. 어머
    '25.8.3 3:11 AM (221.140.xxx.55)

    남의 자리까지 넣어주고 뒷정리하는 것까지
    저하고 너무 닮았어요.
    그런데 그런 매너들이 특별?한 건가요?
    저도 읽으면서 다 기본적인 것들이고 평소 제 행동이
    그래서인지 그 걸 특별하게 보는 이가 있다는게 놀랍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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