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도 넘은 첫사랑이 유튜브에 나오더라고요.
본인이 유튜버가 아닌, 금융 설명회인가 블록체인 뭐 이런 거 연구자 한 사람으로 나오더라고요.
대학 때 만나 짧지만, 깊은 마음으로 좋아했어요.
그 친구가 입대 앞두면서 헤어지게 됐어요.
정확히 말하면 제가 차였어요.
자기 친구들은 입대 전 여자 친구와 여행을 간다, 같이 밤을 보냈다... 뭐 이러면서 저에게도 여행을 제안했는데,
그 당시 분위기가 결혼도 안 한 남녀가 여행을 가는 건 결혼 앞두고도 드문 일이었어요.
적어도 제 주변은 그랬어요.
그랬더니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면서...
암묵적으로 결혼까지 약속한 사이있긴 했어요.
입대하고도 편지 주고 받았고,
첫 휴가 때 만났는데, 매정하게 이별 통보를 하더라고요.
자기를 좋아하는 믿음이 없다고요.
정말, 매우 힘들었어요.
그 친구의 친구(저에게도 친구)도 만나고, 여동생하고 편지도 주고 받으면서,
저의 애절한 마음을 달랬는데요.
정말 매정하게 딱 끊더라고요.
지나가는 군인만 봐도 생각나서 울고,
제가 뭐 잘못했나 수없이 자책도 하고.
몇 달을 정말 힘들게 보냈어요.
결혼하고도 꿈에 나왔는데, 꿈에서도 저를 외면하고, 제가 그 장소로 온다고 하면 미리 다른 곳에 가는 등...
30년이 넘었는데도 보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유튜브에 그 사람 이름을 검색했더니...
긴가민가했어요.
마른 체형이 꽤 두툼하게, 샤프했던 인상이 사납게,
부드럽던 손짓이 산만하게, 다정하던 목소리는 발음이 뭉개지는...
발표를 듣는 입장에서는 집중이 안 되는, 수준이 좀 안 되는 발표를 하더라고요.
질문을 바로 못 알아들어 대답 못 하기도 하고요.
물론,
지식은 저보다 훨씬 깊을 수 있고, 사회적으로 성공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의 저 모습이라면,
당차게 채인 것이 한편 다행이기도 한 인상이었어요.
30년을 넘게 간직했고, 그립고, 애잔했던 마음이 많이 사라졌어요.
한 번이라도 보고 싶었던 마음도 접을 수 있게 됐어요.
아직도,
첫사랑에 가슴이 아린 분들은,
첫사랑 그 사람의 현재 모습을 보면 환상(?)이 현실(?)이 될 거예요.
이런 말이 있지요,
첫사랑이 못 살면 마음이 아프고,
첫사랑이 잘 살면 배가 아프고,
첫사랑과 같이 살면 머리가 아프다.
--- 는 말이 떠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