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억척스러움이 싫을때

미스유 조회수 : 1,180
작성일 : 2025-04-04 09:38:50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말을 꺼낸다.

너 참 대단해.

어떻게 혼자서 알아서 척척 다 해내는거야?

왜 그러냐고? 입에서 봇물처럼 터져나오려 하는

내 숨은 마음을 잠근다고 애썼다.

 

나야 이렇게 살수 밖에..다른 방법이 없어서..

 

어제 우연히 거울을 봤다.

눈에 띄게 많아진 흰머리를 보곤 등꼴이 오싹하다.

내새끼 아직 어린데

나 아프면 안되는데 돈도 더 벌어야 하는데

 

미용실가면 이제껏 본 손님들 중에

머릿결이 제일 좋다고 칭찬받았던 내 머릿결이

푸석푸석했다.

괜히 마트에서 제일 비싼 샴푸를 사서 계산하는데

10만원이 훌쩍 넘었다.

이것 역시 내 흰머리 만큼이나 등꼴이 오싹하다.

 

떠들썩하게 했던 결혼식.

그 후에 남은 깊은 상처.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을땐 이미 늦어있었다.

전업주부로만 지내던 나는 

그냥 맨몸으로 나왔다. 내새끼를 두고.

 

아이를 눕혀놓을 내 집하나 없다는게

이렇게 처참할지 몰랐다.

그렇게 사랑하는 내새끼하나 책임 못진다는 죄책감에

내 자존감은 다 깨져버렸다.

긴 밤을 홀로 지새우며 내가 뭘 잘못했던가 되짚고 되짚어 찢어진 상처가 벌어져서 생생하게 느껴지는 기분을

매일 느꼈다.

 

처음엔 내새끼한테 그래도 엄마가 숨쉬고 살아는 있어야지.

내새끼한테 자랑스러운 엄마로 살고는 있어야지.

나중에는 내가 자리잡아서 내가 내새끼 데리고 와야지로

한걸음 한걸음 일어섰다.

 

눈물 흘릴 자격도 없는 못난 엄마라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닥치는 대로 살았다.

내가 벌어온 돈으로 내새끼 건사는 내가 할거라는

사명감과 부담감으로 힘들고 짜증도 났다.

근데 그게 유일한 방법이라 합리화하면서 살았다.

그래서 내새끼가 나에게 다시 돌아왔다.

 

모든게 행복할 것 같지만,

여전히 아이에게 미안하고 부족한 엄마이다.

 

몸이 아픈곳도 생겼고

원치않았는데 억척스러움도 생겼다.

 

알아서 잘한다는 소리가

분명 칭찬인데

혼자서 달려왔던 지난 날의 내 잔상이

가슴에 남아서 뜨끔뜨끔 아프다.

 

IP : 58.237.xxx.74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5.4.4 9:47 AM (106.101.xxx.87)

    애쓰셨어요. 대단한 엄마네요.
    힘든감정. 애써 누르지말고
    그 친구분한테 하소연도하고 수다도 떨고 하세요.
    그러면 조금은 편해지지 않을까요?

  • 2. 나는나
    '25.4.4 9:51 AM (39.118.xxx.220)

    왜 싫으세요.
    그 억척스러움으로 내 자식 건사하는건데요.
    이제껏 고생하셨지만 앞날은 평안하길 기원합니다.

  • 3. 잘사셨어요
    '25.4.4 9:51 AM (58.29.xxx.96)

    억척스럽다 아니고
    고고하게 씩씩하게 잘사신겁니다.
    남자에게 얹혀서 사는 인생이 뭐가

    단어선택을 친구가 잘못한거에요.

  • 4. ㅇㅇ
    '25.4.4 9:54 AM (180.71.xxx.78)

    억척이 아니라.
    열심히 살았구나 얘기해준거에요

  • 5. 액면그대로
    '25.4.4 10:02 AM (211.212.xxx.29)

    대단하다 한 건 정말 존경스럽게 대단해서 한 말일 거예요
    제가 그 말 하는 사람인 쪽인데..
    상황이 더 나은 것도 아닌데 야물지 못해서 훨씬 한심하게 지내거든요

  • 6. ......
    '25.4.4 10:09 AM (218.50.xxx.110)

    원글님께서 정말 잘 살아낸 훈장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나일 먹어보니 온실속 화초? 손에 물 안묻히고 큰거? 이런거 다 부질없었고, 남는 것은 강한 멘탈, 그리고 튼튼한 몸이더라고요.
    원글님도 건강 잘 챙기시고, 아 난 잘 살고있어! 세번 정도만 외쳐주세요.

  • 7. 엄마
    '25.4.4 10:36 AM (221.138.xxx.92) - 삭제된댓글

    저희 어머니께서 그렇게 살아오셨어요.

    잠잘시간도 없을정도로 분주하게 사셨기때문에 다른 가정처럼
    교육?에 신경써주시지 못했지만
    그녀가 자신의 삶을 대한 자세를 직접 옆에서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
    제겐 큰 자신이고 다시없을 배움이 되었답니다.

    아이들은 그런 엄마의 존재만으로도 이미 부자입니다.
    건강 잘 살피시고요.

  • 8. ..
    '25.4.4 12:06 PM (118.44.xxx.51)

    우리 딸이 엄마 억척스럽다고 칭찬해줘서 전 좋았어요.
    억척스럽지않았다면 여기까지 오지못했을거예요.
    자식 위해 억척스러워진 제가 좋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08566 7시 정준희의 해시티비 시사기상대 ㅡ윤석열 석방, 한덕수의 알박.. 3 같이봅시다 .. 2025/05/05 699
1708565 둘 중에 누가 더 잘생겼나요? 2 ㅇㅇ 2025/05/05 1,415
1708564 정말 궁금한 아이피회원 9 ..... 2025/05/05 914
1708563 국힘 지도부 "7일 단일화"…김문수 ".. 8 ... 2025/05/05 1,954
1708562 고속버스터미널 꽃매장 3시면 닫을까요? 3 ........ 2025/05/05 676
1708561 자영업힘든게 최저시급 올라간게 크죠 48 ㅋㅋㅋ 2025/05/05 3,765
1708560 민주당에서 방어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 나왔나요? 5 ㅇㅇㅇ 2025/05/05 1,045
1708559 나이 50인데 아이돌 방송댄스 배우고싶어요 11 저기 2025/05/05 1,680
1708558 조희대 화환 받았네요 14 더쿠아자아자.. 2025/05/05 4,301
1708557 폐백이 가부장적 의식인가요? 10 폐백 2025/05/05 1,721
1708556 조희대 재판관의 만행 6 . . 2025/05/05 1,004
1708555 데친문어 다신 안 먹을 거에요 5 .. 2025/05/05 4,813
1708554 조희대 10법비들 판결이 일반 유권자의 인식이래요 4 사법쿠테타 2025/05/05 858
1708553 묵은지로 김치볶음밥 될까요? 13 ㅡㅡ 2025/05/05 2,174
1708552 김문수 8 ........ 2025/05/05 935
1708551 옻 순 알레르기 14 ㅇㅇ 2025/05/05 1,012
1708550 종합소득세 신고요. 3 .... 2025/05/05 1,768
1708549 김치찌개 너무 맛있게 된 비결이... 3 헉... 2025/05/05 4,551
1708548 이슬람의 역사 유튜브 2 공유 2025/05/05 753
1708547 상품 품목별 온라인 구매 비중  1 ..... 2025/05/05 438
1708546 발도 가렵고 몸이 가려워서 괴로워요.. 11 가려움 2025/05/05 1,855
1708545 펌) 윤석열 목격 (5.5. 오전 개 산책) 21 ... 2025/05/05 3,147
1708544 월세 종합소득세 신고요. 2 세무서 2025/05/05 1,917
1708543 피곤해요 2 ... 2025/05/05 717
1708542 순금은 카드결제 안되나요?신분증도 보여달라는 12 왜? 2025/05/05 2,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