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가을라떼

조회수 : 1,104
작성일 : 2023-12-08 11:30:25

제가 매일 지나다니는 동네 골목에 카페가 하나 있어요 

한 번도 들어가본 적이 없었는데 시그니처 메뉴를 적어

문 앞에 내놓은 흑판 간판에 어느날 눈길이 갔어요. 

계절마다 이름을 붙여 라떼를 만드시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9월 어느날 처음 인식했을 때 거기에

"가을라떼"라고 적혀있는데 

그게 너무 유혹적인 거에요. 

수제밤크림에 시나몬스틱과 파우더를 넣었다고 적혀있는데 

내가 올 가을 가기 전에 책 한 권 들고 여기 꼭 가서 

예쁜 머그잔에 가을라떼 한 잔 마시면서 책읽어야지

암 테이크아웃은 맛이 아니지 

지나갈 때마다 다짐을 하면서 

9월이 10월 되고 다시 11월이 되고... 

 

11월에 날씨가 미친듯이 추워지면서 조바심이 났어요. 

아 겨울이 왔네 가을라떼는 이제 팔지 않으시겠네.. 

꼭 한 번 마셔보고 싶었는데 오늘은 영하 8도네.. 하.. 

그런데 영하의 추위에도 간판에는 꿋꿋하게 

가을라떼가 적혀있었어요 

분홍분필로 그린 단풍잎과 함께. 

위안을 얻으면서 그러나 저는 11월 말이 지나도록 

가을라떼를 마시지 못했습니다. 

그런 것도 있어요. 그 앞을 지나갈 땐 가을라떼 꼭 마셔야지 해놓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제 건망증도 한몫했죠. 

 

12월이 되고 그 골목을 지나는데.. 

드디어 간판에 가을라떼가 사라지고 겨울라떼가 등장했어요. 

토피넛크림에 마시멜로우를 올렸다고 

분홍분필로 그려진 단풍잎은 지워지고 

눈사람이 그려져있었어요. 

그때의 실망감과 아쉬움과 자책감은... 

세달이나 뭐했냐 대체 너란 사람... 

 

그리고 12월도 벌써 한주가 지나가는 오늘, 

운동이 끝나고 땀흘리며 그 골목을 지나가는데... 

버릇처럼 겨울라떼 라고 쓰인 입간판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지나치는데

누가 자꾸 뒤통수를 잡아끄는 것 같은 거에요? 

뒤를 저도 모르게 돌아봤는데 

가을라떼!!! 

입간판 뒷쪽에 그 분홍분필단풍그림이랑 가을라떼 글씨가 

여전히 써있는 거에요! 

지나다니면서 봤을 때 사장님 성정이 귀찮아서 앞뒤만 바꿔놓을 정도로 게으른 분은 아닌 것 같았는데??? 

모자 푹 눌러쓰고 땀 좀 흘렸지만 염치 불구하고 

용기내어 들어가서 머뭇거리며 물어봤죠 

 

지금은 이제 가을라떼 안하시죠?

 

아니요 합니다 

 

비록 책은 못가져왔지만 운동복 차림이지만 

시나몬스틱 휘 저어가며 

밤크림 들어간 

살짝 달큰한 라떼 

(저 원래 달고 유유들어간 커피 안좋아하거든요 ) 

마시고 있어요 

 

세 달 기다려서 마신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입니다

늘 헛헛하고 외롭고 정크푸드로 배채우던 저 

오늘만큼은 가짜식욕이 더 일지 않을 것 같네요 

 

 

 

 

 

IP : 121.161.xxx.75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3.12.8 11:33 AM (14.52.xxx.123)

    어느 동네 카페인지 한번 가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글이에요.
    가을라떼는 밤이고 겨울라떼는 토피넛에 마쉬멜로우면 봄이랑 여름은? ㅋㅋ
    나중에 또 글 올려서 알려주세요.

  • 2. ...
    '23.12.8 11:36 AM (118.221.xxx.25)

    가을라떼가 인기가 많았나봐요
    다시 등장한 걸 보니...
    맛있겠어요 밤크림이라니...

  • 3. 우리
    '23.12.8 11:48 AM (121.182.xxx.73)

    늦가을이라고 우겨 봅시다.
    ㅎㅎ

  • 4. 글이
    '23.12.8 1:38 PM (61.77.xxx.88)

    넘 포근하네요.
    저도 가을라떼 마시고 있는듯 따뜻해집니다.

  • 5. .....
    '23.12.8 4:35 PM (110.13.xxx.200)

    어머 가을라떼 너무 운치있네요. 맛보고 싶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30715 식물등 led조명이 식물 성장에 정말 도움이 되나요? 6 .. 2023/12/14 1,695
1530714 주식해서 돈은 잃었지만.. 5 0-0 2023/12/14 5,367
1530713 제가 이상한 사람인가요? 6 . 2023/12/14 2,684
1530712 감사원 채용되면 서울에서만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나요? 1 2023/12/14 1,003
1530711 요즘은 스틸레토굽 안 신죠? 8 ........ 2023/12/14 2,184
1530710 초2 달력문제.. 도움좀 부탁 드립니다. 5 육아 2023/12/14 1,200
1530709 고야드 짭 25 ㄹㄹㄹㄹ 2023/12/14 8,410
1530708 돈 생각하니 우울하네요. 14 ... 2023/12/14 7,133
1530707 아이 인스타 몰래보던걸 아이가알았을때 24 흠.. 2023/12/14 5,552
1530706 나는 계산적이라 친구가 없나보다... 54 2023/12/14 20,489
1530705 브이라인 리프팅 밴드요... ..... 2023/12/14 568
1530704 작년에 종부세 40만원 냈는데 올핸 없네요? 18 .. 2023/12/14 3,100
1530703 기초연금 국민연금연계감액 이거 다들 알고 계셨나요? 7 ㅇㅇ 2023/12/14 3,148
1530702 한 2주 남았나요?곧 60이예요. 8 ㅇㅇ 2023/12/14 2,089
1530701 수시 합격자발표 지나서 확인해도되나요?? 6 궁금이 2023/12/14 2,851
1530700 퇴근해서 집에 혼자 8 2023/12/14 3,250
1530699 은행서 돈 얼마찾으면..금융감독원에 6 gusrmq.. 2023/12/14 4,391
1530698 50년뒤 한국인구3500만명, 100년뒤 국가소멸 23 .. 2023/12/14 3,862
1530697 푸바오와 할부지 마지막회 해요 13 ㅁㅁ 2023/12/14 3,307
1530696 일본 후쿠시마 폐수 방출의 근본문제(서균렬 서울대 명예교수, 원.. 3 원전위험공익.. 2023/12/14 949
1530695 우당탕탕 패밀리 스토리 아시는 분 6 궁금 2023/12/14 1,021
1530694 루어팍 버터 맛있나요? 21 겨울비 2023/12/14 3,985
1530693 재수 성적 4 재수 2023/12/14 2,112
1530692 높은 단계 스도쿠를 1:40초에 푸는 사람이 있네요? 1 스도쿠 2023/12/14 1,033
1530691 윤석열 캐비넷을 좋아했던 양모씨 3 2023/12/14 3,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