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더위에 찌들어 만사 귀찮다가 이제 선선해진 날씨에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어요
어젯밤 자기 전 오늘이 문화의 날이라 뭐 없을까 찾아보다가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장욱진 회고전이 있어서 얼른 예매하고 (그래봤자 문화의 날이라 입장료 0원) 덕수궁 안에 석조전(대한제국역사관)도 예약으로만 관람가능이라 1회 15명 제한 해설코스를 예약했죠
오늘 아침 비가 살살 내리긴 했지만 우산을 안써도 크게 젖을 정도는 아니라 기분좋게 덕수궁으로 갔어요
빗물에 촉촉하고 싱그러워진 궁내를 걸으며 고목들도 보고, 잎끝이 붉게 물들어가는 잎을 보며 가을도 느끼고, 복잡한 건물들 사이에 보슬비에 젖어 색이 더욱 선명해진 궁들이 운치있고 멋졌어요
덕수궁이 다른 곳들과 달리 한국 전통건물과 신고전주의 건물이 어우러져 색다른 분위기가 있죠
대한제국역사관 관람이 예약된 터라 그곳부터 갔는데 덕수궁 여러번 간 저도 그곳은 오늘이 처음.
실내화를 갈아신고 들어가는데 아침에 신을 때 낡아서 살짝 비치는듯 낡은 부분이 결국 빵꾸가.. ㅎㅎ(가실 분들은 꼭 새양말 신고 가셔요^^)
해설사분이 해설을 굉장히 꼼꼼하고 재미있게 해주셔서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어요
대한제국이 세워지고 지어진 황제의 궁궐이지만 지어지자마자 일본에 주권이 넘어가며 결국 사용은 못했다는.. (중간중간 잠시 머무는 숙소나 접견용으로는 한번씩 쓰이긴 했지만)
100년전 대한제국과 위상, 그 후 일본과의 관계 등 역사를 짚으며 이야기를 들으니 현실과 겹쳐지며 기분이 많이 씁쓸하고 화도 났어요
참 유익한 시간이었고 한번 가보면 좋겠다 싶어요
근대 건물인 석조전 2층 발코니에서 내려다보는 덕수궁은 석조전 관람의 꽃!
그리고, 다음으로 본 장욱진 회고전 '가장 진지한 고백'은 강강추입니다
문화의 날이 아니라도 입장료 2000원만 내고 보기엔 미안할 정도로 엄청난 양의 작품과 머리를 맞대고 각지에서 노력해서 모은 자료들과 인터뷰와 새롭게 발견된 것들, 최초로 전시되는 작품들.. 등 그의 생애 작품이 총망라된 전시예요
저는 3시간을 쉬지않고 둘러봤는데 시간이 모자랐어요 (270여점의 작품이 1,2층 4곳에 나눠져 전시됨)
앞으로 두세번은 더 와서 봐야 충분히 여유있게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보고 또 보고 싶은 그림들도 많고요
어린아이 그림같은 단순함과 순수함이 있지만 그 안에 인생 철학이 들어가 있고 자연을 바라보는 화가의 마음이 보이고 평생을 두고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고 물감과 캔버스에 저항한 흔적과 흐름이 보이는 그의 그림들이 좋아요
한국전쟁 속 평화를 꿈꾸는 그림도 보이고, 평생 든든한 고향인 가족애도 보이고, 세상에 나의 갈 길 가는 당당함과 자유로움도 보이고, 인생을 살아가며 함께 나이들어가고 삶의 무게를 넘어 초연으로 가는 모습이 그림에 다양하게 들어있어요
비오는 날인데도 미술관엔 사람이 무척 많았는데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는 뜻이겠죠
내년 2월까지 한다고 하니 놓치지 않으셨으면..
그리고 100년만에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돈덕전도 둘러보실 수 있어요
불타없어졌다가 재건된 돈덕전은 당시 외교의 장으로 접견, 접대가 이루어지던 곳인데 외관이 아주 화려해요
이러니 꼭 홍보담당직원 같네요 ㅎㅎ
혼자보기 아까운 구경들이라 82님들과 나누려고 후기 써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