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어느 백화점 빵집에서 계산하려고 줄 서있었어요.
제 뒤로 어떤 나이 지긋한 여자 어르신이 한 분 서 계셨고
또 그 뒤에도 몇 분 계셨던가봐요.
그 어르신이 뒤에 서신 분께
“그건 속에 뭐가 들은 거에요?” 라고 물으셨어요.
뒷 분의 대답
“아, 이거요? 이거 양파맛 나는 크림치즈가 들은 건데요,
이 집에서 제일 잘 나가는 거에요. 이거 사려면 아침에 꼭 와야 해요”
라고 대답하시는 겁니다.
목소리가 젊은 청년이었는데
살짝 수줍고 정중하면서도 본인이 좋아하는 빵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거 같았어요.
어떤 빵이길래 그런가 궁금하기도 하고
청년도 궁금하길래 살짝 뒤돌아봤더니
아주 통통한 건장하지만 귀여운 청년이
가슴팍 가득 그 빵봉지들을 안고 있는 거에요.
아마도 5-6봉지는 족히 들었을 것 같았어요.
빵은 비닐에 들어있었고 넓적둥글한 링도너츠처럼
가운데가 뚫려있는 흰 빵이었어요.
어르신이 “아, 그래요? 맛이 진짜 궁금하네, 나도 하나 사야겠다,
그런데 나이 많은 사람들도 좋아하는 맛 맞아요?” 이러시는데
나도 모르게 하나 덥썩 집어오고 싶었으나….
50대 중반 운동해도 소식해도 잘 빠지지 않는
내 살을 생각해서 꾸욱 눌러 참았다눈 ㅠㅠ
(그러나 지금도 눈에 아른거리는…)
담에 가면 하나 슬쩍 사올까 봐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