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후반입니다. 결혼한지 20년쯤됐고 애들 고등학생. 집안 유일한 딸..
천상여자고, 순종적이라 자기주장해본적없는 엄마와
자수성가 아빠밑의 아빠닮은 장녀.
밑으로 남동생들있는데, 하나는 자기앞가림조차 못하고, 다른하나는 오직 자기앞가림 밖에 모릅니다. 아버지 아직 현직으로 건재하시구요. 아직 건강과 모든게 짱짱한 70대 중반 우리 엄마 자주 저에게 하는말이, 우리 딸 없었으면 어쨌겠냐.. 에요.
제가 엄마에게 유일한 위로이고 안식처라는 걸 알지만, 이세상에서 이말이 제일 이기적인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부모교육에서 그러잖아요.
아무리그래도 부모는 부모고 친구가 될수 없다고.
자식은 자식이고, 부모는 부모입니다.
부모가 그의 부모에게 받은 상처,
부모가 서로의 배우자에게 받은 상처를
자식에게 완전히 치유받을 순 없어요.
가끔 줄수 있는 위로는 휘발성이 짙어서 그 순간 뿐이고, 자신의 근원적 결핍을 해결하지 않으면 전인생을 걸쳐 계속 반복됩니다.
근데 주변에 보면,
부부관계에 불만이 많은 어머니들이, 대부분 딸에게 그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딸은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양가감정과 원가족을 지긋지긋해하면서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그 선을 아슬아슬하게 감당하면서 살더라고요. 제주변에 다 어느정도 먹고사는집인데 대부분 그렇습니다.
부부금슬 괜찮으면,
자식이 딸만있든 아들만있든 어머니의 삶의 질에 크게 차이 안나구요,
딸데리고 목욕탕만 못간다는것 뿐,,
솔직히
젊은 딸이 엄마데리고 신상까페 맛집, 해외여행..
삶의 질이 좋아 보이는것은 사실이지만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해서요.
딸이랑 그런 소소한 기쁨 누리지 못한다고 인생이 후져지는것도 아니고,
내삶이 상대적으로 초라하거나 후줄그레한것도 아니구요.
저는 결혼하고 근 20년동안 엄마의 교묘한 감정쓰레기통을 담당하고 있어요. 볼일이 있어서 일정이 있어서 용건이 있어서 전화해도 결국은 한스러운 자기인생에 대한 회한, 아빠에대한 서운함.. 토로, 아들들에 대한 불만... 어느정도는 이해하고 공감해요. 나도 아내고, 나도 엄마니까요. 그치만 자기복은 자기가 짓는거 아닐까 그런 생각해요. 이세상에 인과가 없이 일어나는 일도 물론 있으나 그렇다고 해도 어떤 일을 받아들이는 자신의 그릇 만큼이 자신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다고 생각해서요.
그래서 저는 할수있는 만큼만 합니다. 자기앞가림 못하는 아들도, 자기앞가림만 하는 아들도 아무 죄가 없죠. 자식은 자식 몫의 인생살기에 바빠요. 그리고 그 둘 모두 그렇게 서운해하는 엄마를 빼다 박았습니다. 저는 오히려 아버지를 완전히 닮았고요 부모로써 서운해하지도 힘들어하지도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좋으라고 낳았으면 그런 감정도 거두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잘 되진 않겠지만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이들면 그런 조절도 어렵겠죠. 장담할 수 없는 노년이라고 생각을 많이합니다.
제가 너무 편협할까요? 저희엄마는 불쌍한걸까요? 저도 자식키우는데 매일 생각합니다.
자식의 오리진인 어머니가 또다른 오리진인 아버지를 부정하는 힘든 고리...
그만하라고, 그만해야하는 것 알면서도 교묘하게 아닌척, 그 타령뿐인 어머니..
오늘도
자식에게 부모는, 부모에게 자식은 뭘까 생각하지만, 결국 인간은 이기적일수 밖에 없구나 생각하는 일개 회원의 푸념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