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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혼자 처음 짜장면집 갔던날.

마샤 조회수 : 3,080
작성일 : 2023-09-05 16:47:16

점심에 짜장을 시켜먹고 또 문득 생각나서

써봐요.

70년대 초반생 상도동

노량진에서 올라오면 사거리에 상업은행

(지금 kb은행) 윗길 언덕배기에 살았어요.

언덕배기 위로 올라가 왼쪽엔  시장이 있었죠

5살때  동네  친구가 길건너 시장에 짜장면 먹으러가자하는거에요.

그 친구네 집이 봉재공장을 하고 있어서 직원들 밥 대먹는 중국집 식권이 있었거든요. 친구집으로 가 선반위 바구니에 가득 든 두꺼운 회색종이로 된 식권을 하나씩 손에 쥐고

그야말로 5살 꼬마들의 대 모험이 시작된거에요 ㅎㅎ

엄마나 언니가 갑자기 나타나 집에가자 훼방놀까 마음이 급해져

둘이 손 꼭잡고 날듯이 시장통 중국집으로 뛰어갔죠. 큰길(어릴땐 찻길을 큰길이라도 했어요)도 아슬아슬 건너서.

낮이어도 어두컴컴해서 노란전구 불빛만 기억나는 그 시장골목을 지나 중국집에 다다르자 막 가슴이 터질것 같은거에요. 

이상한 흥분감, 혹시 거절당할까 걱정에.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점심시간은 지났는지

아주머니, 아저씨, 배달부로 보이는 아저씨

셋이 홀 탁자에 앉아있다 우릴 보더니

깜짝 놀라 엄마도 없이 어떻게 왔냐며 기분좋은 호들갑을 떨며 우리 앞에 눈을 맞추려

쪼그려 앉았을때 심장이 불걱불걱 ㅎㅎ.

그땐 아이들이 이집 저집 골목에도 강가 돌멩이 만큼 흔하고 많아서 귀여워하기 보단 남의 애들 시덥잖고 귀찮아 하던 시절이라

집에 가라 거절 당할까봐 로봇처럼 식권을 척 내밀었더니 아~ 하시며 까르륵 까르륵 웃으시며

아저씨랑 아줌마가 우리를 안아올려

식탁의자에 앉혀 주시는데 우리가 너무 작아서 의자 중간에 발이 겨우 떠 있는거에요.

짜장면이 나올 동안 연신 이마를 쓸어주시는데 우리 둘이 서로 마주보며 우리가 결국 해냈다는 성취감에  어깨가 으쓱으쓱하고 콧구멍에선 씩씩 더운김이 나오고 신나고 좋아 죽~~겠는데  나오는 웃음을

입술을 우물대며 누르고 짐짓 의젓한척.

고작 5살쟁이들이요.

드디어 짜장면이 나왔고

나만을 위한 온전한 한그릇에 또 감격!

짜장면 맛은 기억도 안나요.

돌아오던 기억도 안나요.

5살짜리 둘이 짜장면 먹으러갈 결심, 실행, 성공, 성취 이 기억이 50평생 가장 신나고 흥분됐던 성공의 기억이네요.  

 

 

IP : 211.112.xxx.130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한편의
    '23.9.5 4:48 PM (115.136.xxx.13) - 삭제된댓글

    수필을 본 기분입니다.

  • 2. ..
    '23.9.5 4:49 PM (222.236.xxx.19)

    우아 5살짜리 꼬맹이들이... ㅎㅎㅎ 짜장면을 먹으러 갔다니. 그 중국집 사장님 기억속에도 엄청 기억에 오랫동안 남았겠어요... 근데 진짜 똑똑하셨네요..
    저는 5살때 유치원도 혼자 못가서 맨날 울고 불고 하던거 생각이나요...ㅠㅠ 근데 짜장면을 사먹으러 갔다니.. 저보다는 진짜 똑소리 나셨네요..ㅎㅎ

  • 3. 저도70초반생
    '23.9.5 4:50 PM (119.193.xxx.194) - 삭제된댓글

    원글님과 같은 기억은 없지만
    뭔가 드라마의 한장면이 떠올라요...!! 언제인지 모르지만
    엄마가 내몫으로 자장면 한그릇을 온전히 시켜주는 기쁨이 아련하네요
    늙어도 난 자장면을 좋아할꺼야 했던적도 있고.. 학교다닐떄 친한오빠와 떡볶이를 먹으며
    난 늙어꼬부라져도 자장면하고 떡볶이는 좋아할것같아 했었는데...
    여전합니다 자장면과 떡볶이 좋아하는거 ^^

  • 4. ...
    '23.9.5 4:53 PM (106.101.xxx.213)

    용감한 다섯살의 모험이군요
    귀엽고 기특합니다 ㅎㅎㅎ
    그 짜장면 분명 맛있었겠죠
    이렇게 크나큰 모험으로 쟁취한 짜장면인데 ㅎㅎㅎ

  • 5. 쓸개코
    '23.9.5 4:54 PM (118.33.xxx.220)

    겁없는 꼬마들 ㅎㅎㅎ
    강가의 돌멩이만큼 흔한 아이들이나 외의 표현들 진짜 재밌어요.
    글을 어쩜 이리 흥미진진 재밌게 쓰시나요 ㅎㅎ

  • 6. ^^
    '23.9.5 4:55 PM (218.55.xxx.30)

    꼬맹이들의 으쓱으쓱한 기분이 생생하게 느껴지네요.
    잊지못할 유년 시절 모험담의 한 장면^^

  • 7. 어머
    '23.9.5 5:00 PM (121.133.xxx.137)

    일찍 성숙하셨..,ㅋㅋ
    장승배기인가요?

  • 8. ㄴ원글
    '23.9.5 5:13 PM (211.112.xxx.130)

    네 맞아요 ㅎㅎ

  • 9. ...
    '23.9.5 5:13 PM (175.223.xxx.169)

    5살때 짜장면이 뭔지 알았어요?
    전 그 나이에는
    짜장면이란 자체를 몰랐어요 ㅋ

  • 10. 어머
    '23.9.5 5:15 PM (58.127.xxx.169)

    저 그동네 부근에 살았었어요.
    그 골목...버스길 옆으로 들어가 과일가게있고
    시장 들어가고
    중간에 슈퍼있고 시장입구 건어물 어묵
    반대쪽 채소가게 굽어 들어가면 상인들 조로록
    영도시장이었죠. 반가와요ㅡ 추억에 젖네요
    기억나네요. 뒤로 올라가면 저택가 나오고.

  • 11. ㅋㅋ
    '23.9.5 5:15 PM (58.143.xxx.144)

    나 상도시장 앞 강남여중 나왔는데... 지금은 강현중학교라네요.ㅠㅠ

  • 12. ..
    '23.9.5 5:17 PM (223.62.xxx.235)

    따뜻한글
    감사합니다~

  • 13. ..
    '23.9.5 5:20 PM (116.39.xxx.156)

    어머 저도 강남여중^^ 강남여중으로 입학해서 강현중학교로 졸업했네요

  • 14. 원글
    '23.9.5 5:34 PM (211.112.xxx.130)

    저희언니가 강남중 다녔어요.
    그 시장 이름이 영도시장이었군요!
    그 시장 겨울되면 앞 공터 같은곳에
    스케이트장도 하고
    어느때는 시장 앞마당에서 회충약 장사와서
    차력쇼하고 구경하던 남자꼬마 불러내서
    약먹여 회충 나오던 기억. ㅎㅎ

  • 15. 뭐였더라
    '23.9.5 5:56 PM (211.178.xxx.241)

    우리집은 지금은 포스코더샆이네요
    우일농원 들어가서 아카시꽃 따먹던 기억나요

  • 16. ^^
    '23.9.5 6:07 PM (125.178.xxx.170)

    상상되는 귀여움.
    그런 기억이 있다니 얼마나 행복해요.

    저는 5학년 때 동네 친구랑 함께 한
    행복인데 무쟈게 빠르네요.

  • 17. .....
    '23.9.5 6:08 PM (49.1.xxx.31) - 삭제된댓글

    기분 좋은 수필을 읽었네요 ^^
    원글님
    필력 낭비하지 마시고 다음 브런치 같은곳에
    글 써보시는건 어떨까요??
    (이미 쓰고 계시려나요? )
    이 글만해도 아껴서 읽고 싶어요

  • 18. 어머
    '23.9.5 6:18 PM (58.127.xxx.169)

    맞아요 공터 얼려 스케이트장.
    가끔 어떤 언니가 피겨타고 가운데서 회전하면
    둘러서서 구경하고....
    저 살던 데는 두산위브가 되었어요.
    강남여중 갈 줄 알았는데 멀리 배정되서
    버스타고 상도여중 다니고
    고등학교는 한강건너 용산쪽 다녔었죠.

  • 19. 반가워라
    '23.9.5 6:30 PM (211.112.xxx.130)

    이렇게 제 고향분들과 같은기억 공유하네요.
    ㅎㅎ 아빠 사업망하기전 8살 떠날때까지
    행복했던 추억만 있어요.
    시장 들어가는 찻길 맞은편 골목으로 올라가면 끝에 우리집. 우리집 못미쳐 갈라지는 골목이 진짜 부자들이 살았는데 딱한번 어느 이층 집에 들어갔더니
    바닥과 2층 올라가는 계단이 진청색 벨벳같은 카펫이 깔려있더라구요. 별얘기 다합니다ㅎㅎ

  • 20. ...
    '23.9.5 6:37 PM (222.111.xxx.193)

    아이코 귀여워라
    응팔 보는 것 같아요.

    어떻게 5살 아가들이 갈 생각을 했을까
    기특하고 귀여워요 ^^

  • 21. 준맘
    '23.9.5 7:03 PM (14.4.xxx.254)

    아우 너무 잼있고 추억에 빠지게 하네요~
    저도 71년생 동네 기억들이 비슷해요
    근데 넘나 똑똑한 애기들ㅋ
    전 5세 기억도 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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