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씨는 이제 여기서 멈췄으면 한다(feat. 세월호 사고)
2021.05.16.
소위 ‘한강 의대생 실종(사망) 사건’을 바라보고 대응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면 세월호 사고 때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에 실망스럽다.
혹자는 나를 감정도 없는 매정한 사람이라고 욕할지 모르지만, ‘한강 의대생 실종(사망) 사건’은 젊은 학생 둘이 공공장소에서 9병의 술을 먹고 나무에 오르고 노래를 부르며 구토를 하다 잠들었다 둘 중 한 사람이 (실족으로 추정되는 이유로) 한강에 익사한 사건일 뿐이다. ‘한강 만취남 익사 사건‘으로 부르는 것이 가장 이 사건을 가장 잘 설명한다고 본다.
사망자(이하 ‘손정민’ - 실명은 이미 언론에 보도되었고 사망자의 아버지도 블로그나 인터뷰에서 아들의 이름을 밝혔음으로 글쓰기 편의를 위해 실명을 그대로 쓰고자 함.)가 의대생이라는 이유로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사망자의 아버지(이하 ‘손현’)가 언론을 통해 동석했던 손정민의 친구(이하 'A‘)를 의심하는 발언들을 계속함으로써 타살의 의혹을 부풀려 사망자는 억울한 희생자로, 손현은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려 애쓰는 부성애가 넘치는 아버지의 상징이 되었다.
나도 손현의 애끓는 마음을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고 실종(사망) 사고를 접했을 때 같은 부모로써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은 것도 아니라서 지난 주까지만 하더라도 손현이 언론에 했던 인터뷰 내용에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주 들어 국과수가 부검결과 익사로 추정된다고 발표했고, CCTV 동영상이나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함께 술을 마셨던 손정민의 친구 A의 알리바이가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손현은 여전히 A와 A의 가족을 의심하고 언론 인터뷰를 연일하면서 국민들을 자극하는 발언을 하고 있어 누군가는 제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손현은 A를 자신의 아들 친구와 친한 사이가 아님으로 친구라고 부르지 말라고 하며 ‘동석자’라고 칭하면서 A를 범인으로 의심하는 발언들을 서슴치 않았다. 아들의 휴대폰 카톡내용을 편집하여 마치 아들과 A가 친한 사이가 아닌 것처럼 블로그에 올린 것도 A의 범행 가능성을 대중들에게 알리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전체 카톡내용을 보면 A와 손정민은 친한 사이에서나 나눌 수 있는 대화를 했고, 국내 뿐아니라 국외도 함께 여행을 갈 정도로 친한 사이였다. 양쪽 엄마끼리도 휴대폰 번호를 서로 알고 있을 정도였으니 둘이 친한 사이라고 아니라는 손현의 말은 설득력이 없다.
<'한강 의대생' 故 손정민씨 어머니>
http://m.monthly.chosun.com/client/mdaily/daily_view.asp?Idx=12506&Newsnumb=2...
5월 13일, 월간조선과 인터뷰에서 손정민의 어머니가 A는 손정민 집에서 자기도 했고 집에서 생일파티도 함께 했다고 말한 점으로 보아 A와 손정민이 친하지 않았다는 손현의 말은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손현은 아들이 물을 싫어한다며 친구들끼리 해변(강가)에서 신발을 신고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손정민이 스스로 한강 물에 가까이 가거나 뛰어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손정민이 만취해서 문제를 일으켰던 사실은 은폐하려 했다. 물을 싫어 하더라도 만취 상태에서는 행동이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이루어지고 기억도 없는 것이 보통이다. 손정민은 평소에 만취해서 지하철 종점까지 갔다가 손현이 데려온 적도 있는 등 술을 먹으면 가족들이 불안해 하다보니 위치추적 앱(아이쉐어링)을 깔았고, 손정민은 휴대폰에 락을 걸지 않고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을 손현은 아들의 사고 전에 블로그에 올렸다가 사고 후에는 블로그에서 삭제하였다고 한다.
A와 A의 가족들이 손정민 찾기와 수사에 비협조적인 것처럼 말하고, 신발을 버린 것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표현하기도 했는데, A와 A의 가족은 손정민 찾기나 수사에 적극 협조했던 것으로 알려졌고, 신발도 구토물에 오염된 데다 낡은 것이었고, 신발을 버릴 당시엔 A의 어머니는 손정민이 실종(사망)되었을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상태였다.
* 추가 : 5월 17일, A씨측 변호사가 밝힌 입장문을 보면, A씨측이 얼마나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는지 그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고, 손정민의 어머니가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으니 (더 찾지 말고) 집에 가시라고 문자를 보내 자신들은 집에 들어갔을 뿐이라고 한다. 이 입장문에는 당시의 타임 라인이 나오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A와 A의 가족은 최선을 다했고, A는 손정민의 죽음과 직접 관련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이 입장문 내용과 그 동안 밝혀진 CCTV 동영상, 목격자의 증언, 국과수 부검결과는 부합하고 있다.
<손정민 친구 입장문 발표>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5170839001&code=...
A가 임시로 휴대폰을 개통한 것을 두고도 손현은 휴대폰 번호를 바꾸고 잠적했다며 대중들에게 A를 의심토록 유도했다. 하지만 A는 휴대폰을 분실한 상태라서 경찰이나 가족, 그리고 손현과의 연락을 위해 어머니 명의로 휴대폰을 개설했으며, 개설 후 곧바로 휴대폰 번호를 손현에게 알려주었다고 한다.
손현은 아들을 한강으로 불러낸 것도 A인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A는 원래 손정민에게 손정민의 집이나 자신의 집에서 술을 먹자고 했으나 손정민이 한강 둔치에서 술을 먹기로 제안했다고 한다. 손현은 마치 A가 모종의 계획을 갖고 일부러 아들을 한강으로 불러낸 듯한 뉘앙스를 주면서 대중들이 자연스럽게 A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손현이 손정민과 A가 9 병의 술(소주주 4, 막걸리 3, 청주 2)을 마셨다고 보도한 SBS에 대해 그런 보도를 왜 하느냐고 항의한 것이나 국과수가 손정민의 혈중알콜농도가 0.154%라고 명확하게 수치를 말했음에도 면허취소(0.08%) 수준이었다고 말하는 것도 손정민이 만취한 것이 아니라서 실족사할 수 없다는 것을 강변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아들의 양말이 벗겨져 없었다고 손현은 주장했지만, 손정민을 발견할 당시 신발은 벗겨져 없어졌지만 경찰은 양말은 신겨져 있었다고 확인해 주며 보내준 유품을 확인해 보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한다.
A와 A 가족의 실명과 얼굴이 언론에 공개되고 A의 아버지 병원에 사이버 테러가 가해져도 자제를 요청하지 않았으며, A를 범인으로 추정하며 손정민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을 밝히라는 청와대 청원을 요청했고, 손정민의 죽음을 규명하라는 집회가 코로나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고 불법으로 진행되어도 손현은 그냥 방치하고 있다.
필자가 손현을 비판하기 시작한 것은 다음의 손현의 언급을 듣고 부터이다.
<아버지 손씨는 “A씨 측에서 신변보호 요청을 했다고 한다”는 기자의 말에 이렇게 답했다. “쇼(show)하는 거 아니겠어요. 오히려 신변보호 신청을 하면 이민이나 도망은 못 가겠네요.” 심신이 지친 아버지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자신의 블로그에 A를 저주하며 온갖 욕설을 퍼붓는 댓글이 달리자 이에 대해 ‘감사하다’는 댓글을 올렸다는 전언도 있다. 손현 블로그를 찾아 이게 사실인지 확인하려 했지만, 손현이 블로그에 아들의 사망과 관련한 글을 많이 올린 데다 그 글마다 천개가 넘는 댓글들이 달려 이 문제의 댓글을 찾기가 힘들어 사실 확인은 하지 못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손현은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친 것이다.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다소 과도하고 무리한 발언을 해도 소중한 외동 아들을 잃은 슬픔과 충격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A와 A의 가족을 범인 몰이하며 이들을 매장하려 하는 의도가 너무나 분명해 보여 더 이상은 우리 사회가 손현의 폭주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자신의 아들을 잃은 슬픔과 충격이 컸더라도 아무런 근거도 없이 자신의 아들 친구를 범인으로 몰아붙이고 그 가족들도 공범인 것처럼 선동하는 것은 용인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사건 초기 아무런 증거나 증언이 없었던 때와 달리, 지금은 CCTV 동영상, 목격자의 증언, 국과수의 부검결과가 나왔고, 이들 증거와 증언들은 A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으며, 반면 A가 범인이라는 단 하나의 증거나 증언도 없다.
시간이 갈수록, 경찰의 수사가 진행될수록 A는 손정민의 사망에 직접 관련이 없음이 드러나고 있으며, 현재의 증거와 증언만으로도 A의 혐의는 없다고 단정해도 무리가 없다고 판단된다.
상황이 이럼에도 손현은 3시38분(손정민과 A가 함께 있는 것을 목격했다는 증언)과 4시 20분(자고 있는 A를 깨워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는 증언)) 사이 42분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마치 이 사이에 A가 손정민에게 해를 끼친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이런 손현의 주장은 창조론자들이 미싱 링크를 언급하면서 진화론을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창조론자들은 한 종에서 다른 종으로 진화할 때의 과도기적 단계의 생물종이 있어야 하는데 현생 인류가 유인원에서 갈라져 나왔다면 그 사이에 연결되는 종의 화석이 있어야 한다며 진화론을 부정한다. 현생인류와 유인원 사이 호모 이렉투스가 있지 않느냐고 말하면, 유인원과 호모 이렉투스 사이의 미싱 링크는 어찌 하느냐고 또 되묻고, 그 사이에는 호모 하빌리스 화석이 있다고 하면, 유인원과 호모 하빌리스 사이 미싱 링크를 설명하라고 하고, 그건 호모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고 하면 또 그 사이 미싱 링크는 무엇이냐고 따지는 무한 루프로 진화론을 부정한다.
손현 역시 A와 손정민이 술을 먹기로 약속하고 만난 후부터 손정민을 찾기 시작한 시간까지의 A와 손정민의 행적에 의문점을 가지다가 3시 38분과 4시 20분의 행적이 확인되자 이제는 이 사이의 42분의 행적이 확인되지 않은 것을 두고 A의 범행을 계속 의심하고 있다. 창조론자들이 어느 시대, 어떤 생물종이라도 화석이 발견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과학적 사실을 모르고 계속 미싱 링크를 들먹이며 진화론을 부정하듯이, 손현도 한강 둔치의 CCTV 설치 현황이나 차량 블랙박스의 한계를 무시하고 모든 시간대의 분 단위의 두 사람 행적이 나오지 않은 것을 두고 자신의 의심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과수의 부검결과 익사로 판정이 났으며, 손정민은 만취해 잠이 들었고 A도 만취한 상태라 잠이 든 손정민을 한강까지 끌고가 물에 빠뜨릴 수 없는 상황임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상태다. 두 사람이 잠든 장소에서 A가 손정민을 한강까지 끌고 가 빠뜨리려면 울퉁불퉁한 축석에 손정민이 심하게 끍힌 자국이 나야 하는데 부검결과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 미싱 타임(3시 38분~4시20분)이 있다 하더라도 CCTV 동영상, 블랙박스 영상, 목격자의 증언으로 A가 손정민의 죽음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것은 알 수 있다.
만약 손정민이 누군가에 의해 한강에 빠뜨려져 살해당한 것이라면 그 범인은 A가 될 수 없다. 손현은 아들이 살해당했다고 생각하면 A가 아니라 제3의 인물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을 텐데 왜 계속 A를 범인처럼 몰아가고 제3의 인물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 수사를 해달라는 요구는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손현이 계속 A의 범행의 증거가 나올 때까지 수사를 계속해야 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세월호 유족들이 경찰, 검찰, 사법부, 특조위, 선체조사위 등 그 동안 8차례의 조사가 있었음에도 세월호 사고 원인을 계속 조사를 요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 동안 세월호 유족들이 자신들이 주장(실제로는 근거도 없는 음모론, 국정원의 고의 침몰, 잠수함 충돌, 고의로 닻을 내려 침몰 등)하는 증거들이 나올 때까지 조사나 수사를 요구하면서 국민들의 혈세가 얼마나 낭비되었는가? 세월호 인양하는데 수 천억원, 직립시키는데 수 백억원, 특조위 구성 등 수 차례의 조사하는데 수백억이 들어가 보상비를 포함하면 조 단위의 국민 혈세가 투입되었다.
냉정하게 보면 한강 의대생 실종 사건은 한강 만취남 익사 사건으로 국가의 행정력이 이 만큼 투입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동안의 강에서 발생한 익사 사고에 대해 정부가 해군까지 동원하고 대규모 경찰을 투입하여 20일 이상 현장을 뒤진 경우는 없다. 이 사건에 경찰이 매달림으로써 행정력 낭비도 문제지만 상대적으로 강력 사건 등 다른 치안 문제에 허점이 생기는 것도 문제다.
부검결과도 나왔고, A의 알리바이도 설명이 되었으면 이젠 더 이상 수사 요구를 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손현이 주장하는 증거가 나올 때까지 계속 쓸데없이 행정력을 낭비해야 하는가? 만약 이런 사건이 일본에서 발생했다면 사고를 당한 아버지는 어떻게 했을까 궁금하다.
필자가 손현을 옹호하는 여론이 절대적으로 우세하다는 것을 알면서, 또 이들이 손현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나올지 알면서도 이를 감수하고 이렇게 손현을 비판하는 이유는 단지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것 때문이 아니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손현의 지금의 언행들로 인해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하고, 이들에 대해 사회는 어떤 보호도 보상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손현의 A 범인 몰이가 계속되고 수사는 더 이상 진전이 없으면 이 상태에서 사건은 종결되고 대중들의 머리에는 A가 범인이라는 인식이 남게 되게 된다. A와 A의 가족은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게 될 것이고 손현이 아들을 잃은 고통보다 더한 고통 속에서 삶을 살게 될지 모른다. 왜 그들이 그런 삶을 살아야 하는가?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에 대해 손현은 책임이 없는가? 그리고 아무런 근거도 없이 손현의 주장에 부화뇌동하여 A와 A의 가족들을 매도한 대중들은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가?
세월호 유족들이 기무사의 유족 사찰을 주장하고, 윤석열은 국정원댓글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나온 자료를 토대로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을 가혹하게 수사했다. 이 과정에서 이재수 기무사령관이 자살했다. 그리고 검찰은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은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세월호 유족들의 근거없는 주장이 이재수를 죽음으로 몰았고 한 가정을 파탄시켰다. 이재수의 죽음과 그 유족들의 슬픔과 고통은 누가 책임져야 하나?
필자 역시 손현도 세월호 유족들의 무책임한 주장과 다를 바 없이 A를 범인으로 몰아가고 A와 A의 가족들을 사회적으로 매장해 가고 있다고 본다.
아들을 잃은 슬픔에 일시적으로 판단력이 흐려질 수는 있고, 그래서 일정 기간 동안은 유족들의 어떤 발언들도 이해할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르고 진정이 된 다음에도 도를 넘는 언행으로 무고한 피해자가 생긴다면 더 이상 이를 용인해 주면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만약 손현이 A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듯한 언행을 하지 않고 아들이 어떻게 익사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만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다 했다면 필자는 손현을 이렇게 비판하지 않았을 것이다.
손현은 지금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고 있고, A뿐아니라 A의 가족 전체는 아들을 잃은 고통 못지않은 피해를 보고 있다.
손현을 더 이상 도를 넘지 않도록 여기서 멈추도록 요구하는 것이 A와 A의 가족을 위해서도, 그리고 손현을 위해서도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