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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제 목 : 대입고사 보는날 슬픈추억

대학 | 조회수 : 1,595
작성일 : 2019-11-14 17:50:12
전 여상나와 졸업전 발령받아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었어요
학력고사세대라 시험이 더 늦은 12월로 기억하는데 제가 입사하고 일주일정도 됐나? 그정도쯤 대입학력고사 날이였죠
신입이고 아직은 교육중이라 유니폼도 안나와 학생처럼 옷입고 선배에게 일배우던 수습기간..
동기들이 40명쯤 됐는데 저랑 몇명만 우선 발령 받아 동기도 몇없고
조직이 크고 일도 많아 긴장모드에 아침일찍 출근하느라 녹초가 되서 힘들게 생활하고 있었어요
부서 상사분 자제가 고3였나봐요
아침회의시간 회의실에 빙 둘러앉아 있는데 자식대학시험으로 긴장되고 떨린다며 회의는 안하고 사적인 이야기만 하는데
저도 같은 고3..제앞에서 남직원들이 대학이야기를 어찌나 하던지요
당시 기업에 남직원들은 거의 다 명문대졸 사원이고 여직원은 80프로가 여상졸업자들이였어요

부서 여직원숫자도 10명이나 됐는데 다들 아무렇지 않게 같이 농담들 하고 있었는데 저는 자격지심인지 고3수험생 대학이야기 듣고 있기가 참 그렇더라구요
오후에 고3수험생둔 상사가 부서 막내인 저를 불러 간식 사오라고
돈을 주셨어요 부서원들이 상사분에게 엿이며 떡선물 했거든요
회사서 나와 분식집서 떡볶기 어묵 음료수 이런거 사러 돌아다니는데 쪼금 서글퍼서 눈물이 났던것 같아요
딱 학생같은 모습으로 졸업도 안했고 학교다니다 회사 출근한지 겨우 일주일이니 고등생 티 많이났겠죠
옷도 그렇고요 고등학교가 규율엄했던 그래도 명문여상이라 머리도 단발에 옷도 촌스러웠구요
그시간이 수능시험이 끝날쯤 였나봐요
저는 간식 사들고 회사로 들어오는데 인근 학교서 시험 본 고3들 나오고 앞에선 부모님들 계시고 ..그런 풍경들이 멀리 보이드라구요
부러워서 한참을 쳐다보다 회사들어왔는데 간식 먹기싫어 사다만 주고 저는 탈의실가서 좀 쉬었어요
잠시뒤 와보니 회의실에서 너저분하게들 다 먹고 누구하나 치우지도 않고 고대로 두고 다 갔더라구요
그때 그거 치우면서 뒤늦게라도 꼭 공부해서 대학가야지 결심했어요
그리고 3년뒤 진짜로 대학시험을 봤습니다
수능으로 바뀌어서 고생 무척했는데 집에서는 대학 못가게 얼마나 방해를 하던지요
몰래 시험보러 가느라 도시락도 못들고 가서 8시도 안되게 나와 하루종일 굶고 5시인가? 배에서 꼬르륵소리가 나서 배를 움켜쥐고
너무나 떨려 컴퓨터사인팬 쥔 오른손을 왼손으로 감싸며 겨우 마킹하고 나왔는데요

제가 도시락도 못먹고 멍하니 있으니 같은교실 있던 여학생이 재수생인지 초코렛을 몇개주더라구요
그게 두개 먹고 화장실에서 좀 많이 앉아 있다 시험봤어요

끝나고 나오는데 아무도 제가 시험보는걸 몰랐고 하루 월차내고 시험본거라 전날까지 야근하고 담날도 휴가로 인해 쌓인일 때문에 야근할 생각에 머리가 아팠지만..
3년전에는 시험은 커녕 회사 간식사러 돌아다녔던 고3짜리가
혼자 공부해 대학시험 도전한게 얼마나 자랑스럽고 뿌듯한 일인가
한편 기쁘고 제자신이 자랑스럽더라구요
결국 합격해 고생고생 해가며 대기업 그만두고 학교다닌다고 구박 받으면서 학교다녔어요
학비며 용돈 책값까지 몽땅 제가 다 알바와 장학금으로 충당하고 집에선 만원짜리한장 안받았는데 월급 안가져다 주고 돈벌어 형편어려운데 대학다닌다고 밥도 안차려주더라구요
알바때문에 밤12시에 들어와 공부하다 1.2시에 자고 아침 8시에는 집에서 나갔는데 들어오고 나갈때마다 뭐하러 대학은가서 저고생을 하고 있냐고 ㅠㅠ 그래서 돈이야기는 커녕 힘들단 소리조차 못했어요

그런데 그당시에 그상황들이 슬프고 힘들기보다 저는 참 좋았고 내자신이 대견스럽고 뿌듯하고 감사하고 그랬어요
아무리 구박하고 옆에서 난리를 쳐도 힘이 하나도 안들고 마음의 동요도 없었던것 같아요
내년이면 우리첫째도 대입시험을 보는데 시험장 앞에 아이랑 가면 기분이 색다를것 같아요
수능도시락도 맛있게 싸주고 꼭 데려다 주려구요

IP : 112.154.xxx.39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9.11.14 6:02 PM (1.237.xxx.128)

    원글님 토닥토닥
    넘 대견하고 멋져요
    화이팅입니다!!!!!!!!!!!!

  • 2. 유지니맘
    '19.11.14 6:11 PM (124.54.xxx.49)

    자랑스러운 엄마입니다 ..
    그때 어린 고3의 아이가 얼마나 속이 상했을런지
    저도 덩달아 속상해요 ..
    이렇게 당당하게 잘 지내오신 엄마에게 박수를 보내요
    내년 자녀분 수능 도시락은
    김 펄펄나는 맛난 반찬들로 쭈르륵 ~~~~
    꽉꽉 채워 보내시길 !!!

  • 3. ^^
    '19.11.14 6:19 PM (202.30.xxx.235)

    장해요~~토닥토닥
    저도 야간대학 을 제힘으로 졸업하고 모든 다 제가 했죠
    부모ㆍ형제는 있기만 했어요
    제가 저를칭찬하고 위로 합니다
    내 인생이니까요

  • 4. 넘나장하신분
    '19.11.14 6:20 PM (112.152.xxx.131)

    읽으면서 분노가 치밀었어요,
    엄마아빠 너무 하셨어요,
    그래도 잘 살아왔으니 스스로가 얼마나 뿌듯합니까^^
    쉽지 않은 자존감입니다. 정말 잘 하셨어요, 님의 아이들은 행복한 아이들일 듯..
    늘 행복하시길,,

  • 5. 000
    '19.11.14 6:39 PM (117.111.xxx.14)

    너무 글을 잘 쓰세요.. 그렇지 않아도 1년에 한 번씩 수능으로 나라가 들썩거릴 때마다 ..대학 진학할 수 없는 그 나이 아이들은 얼마나 소외되고 쓸쓸한 기분일까 늘 생각해요.. 너무 장하세요.그리고 아이가 수능을 보러 갔다니..한 편의 드라마 같아요..

  • 6. 훌륭하세요.
    '19.11.14 6:48 PM (125.177.xxx.106)

    그래서 할 사람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하게 돼있죠.
    근데 안할 사람은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도 안하더라구요.
    결국 환경 탓보다는 자기 할 바에 달린 것같아요. 무엇이든...

  • 7. 이맘때
    '19.11.14 7:08 PM (112.154.xxx.39)

    늘 그래서 저는 수능일 앞뒤로 이나라에는 마치 수험생 고3뿐인듯한 언론의 요란함속 소외된 시험 안보는 고3들이 생각나요
    본인이 원해서 대학을 안가고 시험을 안보는 학생들은 그래도 덜 짠한데 형편상 못가는 학생들.
    그런학생들도 꽤 많거든요

    그리고 고사장앞에 아무도 나와줄수 없는 학생들도 많구요
    힘든시험 보고 혼자서 걸어나올때 교문앞 자동차 히터 틀어놓고 달려나와 학생 안아주는 부모님들..
    제아이에겐 저도 그렇게 할겁니다

    간절함과 절실함 만한 동기부여는 없다 생각해요

  • 8. mmmmm
    '19.11.14 7:34 PM (112.216.xxx.186)

    원글님 파이팅!!!
    그 시절의 저도 비슷했네요.
    다만 전 동생들 수능볼때 제가 마중나갔어요.

    집에서 방해한건 아니지만
    공부하기 싫어서 여상을 갔고 그리고 대기업을 갔고..
    그런데 부장님 딸이 저랑 동갑. ㅎㅎㅎ

    그해 수능이 뭐 어쨌는지는 기억도 안나는게 다행이랄까요..
    저도 뒤늦게 대학가고 이직하고 결혼하고..
    내년에 딸아이가 고3이에요.

    그 아이가 시험볼때는 제가 마중나가있겠죠?
    벌써부터 그 시간의 딸 아이가 기다려집니다.

  • 9. 나무
    '19.11.14 8:03 PM (14.63.xxx.105)

    원글님 너무 멋지신 분이세요..
    어깨 으쓱 하시고 다니셔도 되고 자녀분들께도 자랑스럽게 말씀해 주세요.
    정말 훌륭하세요...

  • 10. .....
    '19.11.14 9:17 PM (122.36.xxx.223)

    멋진 분.
    손이라도 잡아보고 싶네요.

  • 11. 내꿈
    '19.11.14 9:18 PM (115.160.xxx.124)

    원글님 참 멋지세요^^
    저도 고3 여름방학전에 취업이 되서 회사를 다니고 중간에 시험쳐서 야간대학 원서 냈다가 예비3번 받고 떨어져서 그냥 회사 계속 다녔어요ㅜㅜ
    집이 지방인데 오빠 서울유학시킨다고 당연히 여상갔는데 평생 한이 되더군요.. 사회생횔 해보니 고졸과 대졸 차별이 은근히 있고 자존감도 낮아지기도 하구요

    근데 아들이 재수로 의대 합격하고 제가 위로가 많이 되었어요.. 오늘은 수험생도 없는데도 작년에 느꼈던것처럼 하루종일 긴장되고 걱정되고 ㅜㅜ
    다들 원하는 결과 있으면 좋겠어요~

  • 12. 위너...
    '19.11.14 9:51 PM (45.2.xxx.131)

    님이야말로 인생의 위너세요.
    자녀분들 잘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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