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세계일주 항공권 취소해야 할 듯

.. 조회수 : 4,118
작성일 : 2016-07-05 22:09:10
내가 82쿡에서 본 일이다.

늙은 여자 하나가 아시아나 사무실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세계일주 항공권을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세계일주 항공권으로 진짜 세계일주 여행을 할 수 있는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녀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사무실 여직원의 입을 쳐다본다.
여직원은 여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항공권을 자세히 보고
"좋아요."
하고 돌려준다. 

그 여자는 "좋다"는 말에 기쁜 얼굴로 항공권을 받아서 가방 깊이 집어 넣고 몇번이나 인사를 하며 나간다.
그녀는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이번에는 대한항공 사무실로 찾아들어간다. 
가방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항공권을 내어 놓으며,
"이걸로 정말 세계일주를 할 수 있습니까?"
하고 묻는다. 사무실 직원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항공권을 어떻게 만들었어요?"
한다. 여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럼 마일리지를 길바닥에서 주웠다는 말이에요?"
"누가 마일리지를 길바닥에서 줍습니까? 사람들이 마일리지를 얼마나 악착같이 모으는데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늙은 여자는 손을 내밀었다. 항공사 직원은 "좋소."하고 던져 주었다.

그녀는 얼른 집어서 가방에 넣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항공권이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보는 것이다. 잉크 묻은 손가락이 아시아나 항공 파일안으로 
그 항공권을 쥘 때 그녀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쭈그리고 앉아서 
항공권을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녀는 얼마나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간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어떻게 그리 많이 모았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녀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항공권을 가방 깊이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어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나같은 여자에게 1마일이라도 줍니까? 10마일리지 한번 그냥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천원에 1마일리지씩 모았습니다. 어떤 카드는 천원에 1.5마일리지도 줍디다. 또 어떤 카드는 가입하면 마일리지를 보너스로 주고요. 500마일 주는 이벤트도 빠지지 않고 참여했어요. 포인트를 마일리지로 전환도 하고요. 
일년에 사만포인트만 전환할 수 있어요.
남편 딸 아들 마일리지도 다 긁어모았어요. 이렇게 모으는데 5년 넘게 걸렸어요."
그녀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마일리지를 모았단 말이요? 그걸로 무얼하려고?"
하고 물었다. 그녀가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고저 세계일주 항공권을 꼭 한번 갖고 싶었습니다."

----------------
이렇게 얻은 세계일주항공권을 예약취소하려고 해요.
약 40만원 정도 날릴 것 같아요. 
제 나이가 오십 초반이에요
늦게 낳은 둘째가 고1이에요.
원래 기숙사 학교 넣고 올해 여행다니려고 몇년동안 마일리지 모았어요.
근데 딸아이가 '떨어져서 집근처 일반고에 다녀요
과떨이 외떨이들이 오는 학교라 빡세요. 날마다 울면서 다녀요.
요즘 기말고산데 울고 그래요.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항공권 취소하려고 해요.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보는데 
어떤 사람들은 애두고 가면 어쩌냐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가도 애한테 큰 영향없다. 네가 안가는건 너를 위한 거지 애를 위하는 건 아니다
그러고 애 대학가면 우울증 걸린다고 합니다.
안간다고 애가 공부를 더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 맘 편하려고 그러는 거겠지요.
그래도 발길이 안 떨어지네요. 
그냥 2학기 시작하고 애맘이 안정되면 중간고사 전에
한 2주정도 유럽이나 다녀오럽니다.
IP : 203.250.xxx.190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6.7.5 10:42 PM (211.219.xxx.31) - 삭제된댓글

    펌글이라고 표시해주세요

  • 2. ..
    '16.7.5 10:44 PM (203.250.xxx.190)

    펌글 아니에요
    다른 까페에 윗부분만 올리긴 했어요

  • 3. 아니그럼..
    '16.7.5 10:45 PM (211.219.xxx.31) - 삭제된댓글

    ㅂㄱㅁㄹㅇ님??

  • 4. 호텔이랑 식사비는요?
    '16.7.5 10:51 PM (74.101.xxx.62)

    항공표만 있다고 되는게 아니고,
    호텔예약도 하셔야 하고,
    식사도 하셔야 하고,
    외국에서의 교통편도 확보하셔야 하고,
    사실... 항공권자체보다 더 들 돈이 많아요.

    그리고 영어가 되신다면 flyertalk에 가셔서 많이 읽어 보세요.
    항공권말고 호텔, 여행비등이 있으시다면 아이가 아무리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놓고 다녀오실만 하다 생각합니다. 그 정도 나이 아이면 엄마가 여행 다녀오는거 크게 부담되지 않아요.

  • 5. --
    '16.7.5 10:57 PM (14.49.xxx.182)

    가시건 안가시건 즐거우실것 같아요 ㅎㅎㅎ
    가도 될것 같아요. 아이도 어차피 혼자 가는 길입니다.

  • 6. 세계일주
    '16.7.5 11:42 PM (221.156.xxx.15)

    무슨 얘기인지 글이 잘 이해가 안되는데,, 뭐 여튼
    필리어스 포그 시절도 아니고 세계일주가 무슨 의미가 있나요? 피곤하고 막노동스러운 일이죠. 걍 가시고 싶은 곳 한 살이라도 더 일찍 가보는게 의미있습니다. 그 것도 굳이 여행을 좋아하신다면요.

  • 7. 221님
    '16.7.6 12:09 AM (203.250.xxx.190)

    그러니까 말이에요.
    그냥 그게 해 보고 싶은 거에요. 은전한닢처럼요.
    사실 비행기로 가는게 더 싸고 빠른데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고 가고 싶고,
    미 대륙횡단도 자동차로 한번 해야 할 것 같고
    아프리카 종단 열차도 한번 타야 할 것 같고..

    그런 거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82980 초6아들이 술을 .. 31 .... 2016/08/03 7,029
582979 박그네는 사드 설치하는건가요? 4 ... 2016/08/03 837
582978 패딩 이름 좀 찾아주세요 7 덥지만 2016/08/03 1,385
582977 걸음걸이 교정 받아보신 분 계신가요? 4 걱정 2016/08/03 1,878
582976 서울 저렴한 숙소 좀 알려주세요~ 2 d, 2016/08/03 991
582975 원글아스와인 2 ㅎㅎ 2016/08/03 648
582974 미국도 조직문화 더러워요. 너무 환상가지지 마세요 15 지겨운회사원.. 2016/08/03 7,410
582973 비염과 휜코 동시에 수술 잘하는 병원 추천 3 삼계탕 2016/08/03 1,679
582972 차량 구입시 명의에 따른 세금, 보험 문의요 4 2016/08/03 622
582971 돈돈 거리는 사람 어떠세요 ? 26 씁쓸... 2016/08/03 12,863
582970 긴글입니다. 시간되시는분만 읽어주세요. 41 긴글 2016/08/03 8,192
582969 잔잔한 팝송 듣고 가세요 1 .. 2016/08/03 719
582968 아이들과 부산여행..조언부탁드려요~~~ 2 ........ 2016/08/03 1,117
582967 직수로 되는 냉정수기 괜찮은거 있나요 5 추천부탁 2016/08/03 979
582966 더 플라자 호텔 조식 별로네요 2 더 플라자 2016/08/03 3,086
582965 뉴욕호텔 조식포함질문요 5 뉴욕 2016/08/03 1,353
582964 시댁 용돈 드려야 하나요? 63 며느리 3년.. 2016/08/03 9,277
582963 올해 원피스를 많이 사게 되네요 5 과소비 2016/08/03 2,784
582962 최ㅎㄹ씨 80억 사기를 처가에서 갚아줬다는거 22 ,,,,, 2016/08/03 26,390
582961 원산도로 휴가다녀오신분 계세요? 3 휠라 2016/08/03 661
582960 새송이버섯 보관법 알려주세요 2 새송이 2016/08/03 3,883
582959 뉴욕 여행 갑니다. 뭐하면 좋을지 좀 알려주세요. 5 뉴욕 2016/08/03 1,354
582958 미드 굿와이프 어디서 볼 수 있나요? 6 야옹 2016/08/03 1,875
582957 보일러 교체하려 하는데 인터넷 어떨까요? 3 보일러 2016/08/03 795
582956 네팔 동행 박범신 "문재인, 독서량 많은 외유내강 형&.. 2 박범신 2016/08/03 1,4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