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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에 얼굴 처박고 침까지 먹여…또다른 ‘윤 일병들’

작성일 : 2014-08-08 23:11:32
2011년 겨울 김지영(34·가명)씨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오빠가 차를 몰고 경찰서 문으로 돌진했다가 붙잡혀 있다는 것이었다. 경찰서에서 만난 오빠 김영훈(36·가명)씨는 동생을 붙잡고 “누군가 나를 쫓아온다고 생각해 도망쳤다”고 했다.

동생 김씨는 14년 전인 2000년 12월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했다. 오빠는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다 1999년 7월 입대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전투경찰’로 차출돼 경기도 ○○경찰서에서 근무했다. 입대 1년여가 지난 이듬해 12월 정기휴가를 나온 오빠는 평소와 달리 말이 많고 불면증 증세를 보였다고 했다. “청와대에서 아침을 맞을 수 있다”는 둥 횡설수설했다. 병원에서는 ‘양극성 정동장애’라는 진단과 함께 장기간 입원 관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2001년 1월 퇴원 뒤 부대로 복귀했지만 오빠의 불안·초조 증세는 그치지 않았다. 오빠 김씨는 그해 2월 다시 입원했다.

오빠 김씨는 폭행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가 쓴 진술서를 보면, 경찰서에서 검문소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구타가 시작됐다. 선임 2명은 김씨의 얼굴을 변기에 처박거나 침을 먹도록 했다. 군홧발로 머리와 급소를 걷어차 머리와 고환이 부어오르기도 했다. ‘소원수리함’에는 이런 내용을 적지 않고 백지를 내는 게 ‘관례’였다고 한다. 간부들 차량번호 등을 제대로 외우지 못하면 “무차별적으로 몸의 모든 부분을 맞아야만 했다.” 그는 “경찰서 직원들도 훈련 중 구타는 묵인해주는 풍토가 있었다”고 썼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동생 김씨는 국민신문고와 국민권익위원회에 전화도 하고 진정도 넣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공상’ 판정을 받았지만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빠는 두 차례 자살 시도까지 했다. 그런 아들을 보며 부모도 우울증에 시달렸다.

대형 로펌에서 일하는 동생은 어떻게든 오빠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었다. 김씨는 오빠의 ‘명예 회복’을 위해 관할 보훈지청에 국가유공자(공상군경) 등록신청을 했지만 2012년 5월 ‘비해당 결정’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증거 부족’을 이유로 재판은 2년째 시간만 끌고 있다. 오빠처럼 전투경찰로 근무하다 폭행 등으로 양극성 정동장애가 나타난 이의 국가유공자 신청을 받아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그나마 위안이 된다.

동생 김씨는 “재판을 하는 건 보상을 받으려는 게 아니다.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어떤 사람들은 군대 폭력이 당연하다고 말하지만, 우리 집안은 한순간에 정신질환 집안이 됐다”고 했다.

김씨의 사례처럼 관련 기관의 미온적 태도가 군대폭력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의 고통을 키운다. 군은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로 자살한 병사를 ‘일반 사망’으로 처리했다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적을 받고서야 뒤늦게 ‘순직’ 처리하기도 했다. 인권위 결정문을 보면, 2012년 8월 육군에 입대한 ㄱ이병은 자대 배치 뒤 선임병 9명한테서 대대원 모두의 이름과 소속, 입대 월, 식단표 등을 외우도록 강요당하며 지속적인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 사건을 조사한 헌병단은 ㄱ이병이 “계속되는 폭행과 가혹행위로 심신이 지친 상태였다”고 보고서에 썼다. 그런데도 육군본부 전공사망심사위원회는 ㄱ이병의 자살에 ‘3년 전 사망한 부친에 대한 그리움’ 등 개인적 이유가 더 컸다며 순직이 아닌 일반사망으로 처리했다. 군은 인권위가 재심사를 권고하자 지난달 17일에야 “순직으로 처리하겠다”고 했다.

서영지 박기용 기자 yj@hani.co.kr

[포토] ‘윤 일병 사망 사건’ 현장검증 사진 44장 공개

인권운동가 박래군 “MB 정부 때부터 군내 폭력·사망 사건 증가”
IP : 119.197.xxx.9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링크
    '14.8.8 11:11 PM (119.197.xxx.9)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50141.html

  • 2. 원글
    '14.8.8 11:12 PM (119.197.xxx.9)

    불의가 지배하고 불의에 저항하는 정의가 핍박받는 사회가 군대에서 재현되고 있을 뿐이다.
    독립군 때려잡던 왜놈군출신들이 정권을 잡고 독립군 출신들을 거세하는 세상에서 젊은이들도 불의편에 서야 삶이 편하다는 걸 알기에 폭력에 저항하기보다는 폭력에 합류하는 것이다,
    독재정권이 그렇듯이 군수뇌부는 군대민주화 절대 원치 않는다.
    민주화되면 자기들이 권력을 휘두르는데 지장을 받기 때문이다.
    이게 친일부역자들이 만든 군대와 이 나라의 전통이다.

  • 3. 살인마 한효주남동생도 즉각 수사하라!
    '14.8.8 11:16 PM (119.197.xxx.9)

    순직 결정 뒤집은 군 --김일병에게 자살책임

    조사관--"수백건의 사건을 담당했지만 김일병 사건 처리는
    이례적, 이사건은 순직결정을 받을 수 있은 모든 조건을 갖췄다"

  • 4. 그래서
    '14.8.9 12:16 AM (211.194.xxx.156)

    민주적인 정권이 들어서면 미군 범죄도 줄어든답니다.

  • 5. 국민호구
    '14.8.9 12:56 AM (211.215.xxx.166)

    윤일병 사건을 식당에서 뉴스보던 어떤 40대 놈이
    민주화 되어서 저렇다고 떠벌리더군요.
    진짜 면상을 갈겨주고 싶었는데ㅠㅠ
    이명박근헤가 본인들 자식 죽이는 줄도 모르고 좋다고 헤헤 거리면 찍어주는 국민들 정말 답이 없어요.ㅠㅠ
    지금은 그저 약육강식 동물의 세계인듯 합니다.
    관람하는 대통령만 있고,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저 니들이 알아서 해라 인 시대에 살고 있네요.
    없는 사람들만 죽어나가는 시대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없는 사람들이 자진해서 이런 세계를 만들고 있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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