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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이 낳으면 시어머니를 부르자는 남편 어쩌나요 ㅠㅠ

아기 조회수 : 3,211
작성일 : 2014-07-21 10:55:28

결혼한지 1년쯤 되었고 이제 아기 가지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나름 직장이 인정적이라.. 복직해도 나쁘지 않은 직장이거든요. (6시 칼퇴근할 수 있고 업무강도도 그닥 세지않아요. 다만 창의적인 직업이다 보니 스트레스는 받아요.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스트뤠스 ㅎㅎ)

아이를 갖기에 앞서서 복직을 할 것이냐 퇴직을 할 것이냐로 저는 고민이 많거든요. 친정이 근처이긴 하지만 친정엄마도 사회생활 중이라 붙박이로 아이를 봐주실 순 없으시고요.

어제 남편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에

"여보, 요즘에는 하루 종일 애기 봐주는 도우미 아줌마 조선족도 150이래. 내 월급에서 그거 빼고 나 점심 사먹고 출퇴근 교통비 하고 나면 남는 게 없겠다."

했더니.. 남편도 생각하는지 별말 없더라고요. 그냥 음...그건 그렇지만... 글쎄..이런 식으로 대답만 하면서요. 남편은 평소엔 일하는 여자가 좋다, 니가 능력 인정 받고 일하는 거 자랑스럽다, 하면서도 아이가 3살까지는 엄마가 키우는 게 좋지 않을까? 왔다갔다 해요.. 예전에는 "오퐈만 믿어! 너는 전업 하는 거야!!!" 하더니 본인도 사회생활에 치여보니 이건 아니다 싶은지 요즘엔


"니가 회사에서 인정받는 게 내 일처럼 기쁘구나아아앙." 하는 드립도 칩니다 ㅋㅋ

그런데 저희 친정엄마는 본인이 사회생활을 오래 하셔서 그런지 여성들이 출산 후에도 꼭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단지 저랑 다른 상황이라면 저는 어릴 때 외할머니가 키워주셨고 상주하는 시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근데 엄마는..한 3년 정도는 내 월급은 고스란히 아이한테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복직하라고 하네. 3년은 남는 거 없어도 그 이후에는 아이한테 드는 시터 비용도 확 줄거고(어린이집 종일반 보내고 파트타임 시터를 쓰거나 엄마가 잠깐 봐주시거나) 그러면 그 이후에는 내 경력도 단절 안되고... 이후로 10년 정도는 직장 생활할 수 있으니까. 근데 나도 일하는 엄마 밑에서 자라서 그런지, 내 애는 내가 보고 싶은 맘도 있고... 근데 가정 경제나 내 경력을 생각하면 복직하는 게 맞고...아 어려워... 애를 누가보냐고!! 소는 누가 키우냐고!! 흐흐 "

했더니 남편이 골똘히 생각하다가 대뜸 이러더라고요

"그럼 우리 엄마를 집에 오시게 해서(3시간 정도 거리의 지방에 사세요. 근처에 아들딸 다 사시고 시아버지도 계심. 연세는 예순다섯) 엄마한테 용돈 조로 80만원 정도 드리고 파트타임 시터를 써서 한 80만원 정도 드리는 건 어때? 150만원을 한 사람한테 다 주는 건 아깝잖아. 엄마가 애도 잘 봐주실 거고 너도 편하고...(너도 편하고....너도 편하고....너도 편하고........)"


(응? 뭣이라고? 내가 잘못들었나...)

헐......저도 모르게 버럭 큰 소리로

"안돼~!!!! 말도 안돼!!"

했습니다. 남편이 급 불쾌한 표정으로 "왜?" 되묻길래

"어머니 너무 힘드셔! 젊은 사람도 애기 보다가 손목 발목 허리 다 나가는데 안돼안돼!그건 불효라고!!!" (지금 생각해도 제 순발력은 신의 한수였습니다...)

효자왕 남편은 제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별말 없더라고요.. 근데 왠지...저 애기 낳으면 나가서 돈 벌고 시어머니가 올라와서 애기 본다는 명목으로 저 시집살이하게 될 거 같아요 ㅠㅠ

시어머니 인품은 좋으신 분입니다. 그치만 단 한번도 사회생활 해보지 않으셔서 집밖의 일은 아무것도 0%도 모르시는 분입니다. 또 남편의 조카들 보니 육아에도 엄청 간섭이 심하시더라고요. (애기가 감기만 걸려도 니가 임신했을 때 어쩌고 부터 나옵니다. 대놓고 말씀하시는 건 아닌데 엄청 쪼그만 소리로 공시랑공시랑 거리시는 거 여러번 들었어요. 형님은 시어머니가 이렇게 생각하시는 거 모르실 수도 있어요 ㅋㅋ 목소리는 밤 12시 샤론스톤 뺨치게 나긋나긋하심)

그나마 멀리 떨어져 있는 덕에 시어머니에 대한 애정과 존경이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남편이 저렇게 얘기하니까 뜨악하더라고요..

덜컥 애 가지면 안되겠죠?ㅡㅡ

그리고 이런 상황 속에서 전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걸까요? (복직과 퇴직... 퇴직을 할 경우.. 지금 하는 업종이 프리랜서가 가능해서.. 어느 정도 용돈벌이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단지 한번 프리를 선택하고 나면 재취업은 쉽지 않겠죠. 그리고 지금 직장이 아기엄마가 다니기에는 나쁘지 않고요... 연봉은 현재 3500 정도고요. 휴일근무나 야근 전혀 없습니다. 연차도 눈치 없이 쓸 수 있고요..)

아....이제 아기 가져보려고 엽산이니 뭐니 챙겨먹고 신랑이랑 어흥 놀이 좀 할까 했더니...시어머니가 발목을 잡네요 ㅠㅠ

IP : 118.33.xxx.40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들둘맘
    '14.7.21 10:58 AM (211.226.xxx.210)

    저도 결국 그래서 퇴직을 했죠.. 어머님이 합가하자고 하실거 같아서요 ㅡㅡ;;

  • 2. 각자
    '14.7.21 11:03 AM (1.241.xxx.162)

    아내는 친정엄마가 편하고 남편은 자기 엄마(시어머니)가 편하죠..
    그러니 한 몇년은 월급 다 들어간다 생각하고 시터쓰셔요
    친정엄마 오셔서 봐주시는것도 아내 입장에선 편하지만....남편들은 회사에 와서
    집에 들어가기 싫다고 많이 해요

    그러니 몇년은 월급 들어간다 생각하시고 그래도 나중에 경력연장에
    아이 어느정도 크면 그때 안그만둔것이 현명했다 하실거에요

  • 3. 어흥
    '14.7.21 11:05 AM (14.40.xxx.9)

    님의 순발력에 감탄하고 있어요, 어떻게 그런 짧은 순간에 주옥같은 답변을 할 수 있으신지...

  • 4. ...........
    '14.7.21 11:11 AM (222.232.xxx.60)

    놓치기 아까운 직장 같은데그런 이유땜에 관두시면 안되죠.
    시터 쓰시고 남편분께는 어머니 힘드시다고 계속 어필하세요.
    그래도 우기면 나중에 어머니 더 연세 드시고 여기저기 아프시면
    그때마다 우리 아이 봐주시느라 저리 되신거 아닌가..하며 늘 죄책감 들것 같아
    돈으로 쓰는 사람 고용하겠다고 하세요.
    그래도 우기면 어머니가 계시면 불편하다는점도 어필하시구요.
    자기는 장모님이그렇게 와있어도 편하대요?
    에휴...어머니 올라오시게 하는걸 '너도 편하고'라고 하는걸 보니
    그 댁 남편도 교육시키려면 갈 길이 머네여.

  • 5. 어휴~
    '14.7.21 11:11 AM (180.68.xxx.105)

    대체 이놈의 나라 남자들은 젊으나 늙으나 다 왜 저러는지....

    너도 편하고....너도 편하고....너도 편하고.....너도 편하고....
    남편더러 가족같이 좋은!!!! 회사 상사님 모시고 딱 한달만 살아보라고 하세요.

  • 6. ...
    '14.7.21 11:15 AM (125.185.xxx.31)

    ㅋㅋㅋ 순발력 현명하시네요~
    저희 엄마도 며느리랑 애정관계가 돈독한데 그게 다 서로 멀리 떨어져서 사는 덕분인 거 같아요.
    제가 행여라도 엄마는 아들 며느리랑 살 생각 말라고 그러는데 요샌 이게 맞는 거 같아요.
    엄마도 그렇게 생각 하시고...
    베이비시터 고용하시는 게 여러모로 부담이 없으실 거 같아요 ㅎ

  • 7. 원글
    '14.7.21 11:28 AM (118.33.xxx.40)

    사실 남편이 바라는 1순위는 장모님이 봐주시는 거예요. 그런데 엄마가 버는 돈이 저희 둘 합친 것만큼 많다보니 회사 그만두시고 애 봐달라 소리를 못하는 거예요 ㅋㅋ 당신 어머니는 전업이니.. 80정도 드리면 되지 않냐 하는 겁니다.

    본인은 장모님과 굉장히 돈독하고..(친정과는 꽤 가까운 거리라서 자주 만나요) 너 빼고 장모님이랑 둘이 여행도 가고 싶다고 할 정도로 장모님 좋아라 합니다. 주말이면 저한테 친정가자고 보채기도 해요 가서 장인어른이랑 소주 한잔 땡겨야 되겠다면서요. 본인 엄마아빠가 보고 싶은데 멀리 있어서 그러지 못하니 장인 장모님이라도 봐야겠답니다 ㅋㅋ 저희 엄마한테도 얘기해요, 엄마는 웃으면서 내가 꿩 대신 닭이냐!!!! 하시고요. 그러니 남편이 마냥 자기 엄마만 편하고 장모님이 불편해서는 아니예요. 그러니 저도 대놓고 불편을 드러내지 못하고요....(그래서 더 괴로워요 ㅠㅠ)

    그리고 저 순발력이 발휘된 뒤에는... 시어머님에 대한 애정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워낙 손주 봐주다가 몸 상하신 어르신이 많아서요..


    지금까지 드는 생각으로는...
    복직을 하되, 한 2달 정도 시어머님 올라오시게 해서...아들이랑 정도 찐하게 나누시고, 아기도 실컷 보시게 하면 남편의 못된 병(ㅋ)이 좀 잠잠해지지 않을까 해요...글고 2달 정도면 어머님께서 먼저 못하겠다, 집어치우고 내려가버리지 않으실까요? 히히히

  • 8. ...
    '14.7.21 11:36 AM (1.241.xxx.162)

    원글님 현명하신것 같아요 ㅎㅎㅎ
    아마 2달 정도 초기에 하시면 못하시겠다 내려가실듯....
    대신 원글님은 시어머니라 생각마시고 친정엄마라고 생각하시고 집안일이나 아기케어를 무리하게 하시면
    안되요...

    그냥 내엄마라면 편하게 지냈을 그 태도로(?) ㅎㅎ 하셔야 합니다.
    가장 큰 오류가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며느리된 입장에서 몸이 힘들어도 눈치보며 다 하는거죠
    그러니 시어머니들은 조금 편하니...있으시고 며느리들은 죽을맛이죠

  • 9. 귀여운
    '14.7.21 11:51 AM (59.17.xxx.144)

    새댁이네요 ㅎㅎㅎ
    지혜롭고 현명하구요.
    직장은 계속 다니는 쪽으로 하세요^^

  • 10. ㅇㅇ
    '14.7.21 12:19 PM (121.166.xxx.231)

    저도 홀어머니인데

    저는 어머니 댁으로 들어왔어요.

    여자도 직장생활을 꼭 해야한다는 생각이라

    엄마손에 못크는게 안쓰럽긴하죠.
    그렇다면...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가 차선책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이 입장에서
    제가 불편한건 두번째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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