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남편과 같이 뭔가를 하고 어디 가는 게 싫어요

마이크로 a형 조회수 : 3,726
작성일 : 2012-07-07 22:56:01

 결혼연수는 20년을 넘겼지만 아이들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

낮시간은 거의 혼자,밤시간은 묵묵히 둘이 밥을 먹고 각자 티비를 보다 잡니다.

남편은 끊임없이 리모콘을 돌리고 시청 볼륨을 너무 크게 들어서 가물에 콩나듯 같은 프로그램을 보아도

전 방에 있는 티비로 작은 볼륨으로 보아야 해요.혼자 조용히 있는 시간이 워낙 길다 보니 큰소리에 편두통이 오기 쉽거든요.

가끔 금요일이면 남편은 퇴근전에 카톡이나 문자를 보내옵니다.

오늘 영화볼까?

나와서 저녁 먹을래?

주말에 어디 갈까?

그런데 어떤 영화를 볼지 뭘 먹을지 어디를 갈지에 대해선 전적으로 no idea란 겁니다.

제가 폭풍 검색해 고른 영화나 맛집이 마음에 들면 다행이지만 가끔 잘못 고를 때가 있지요.

그래도 복불복이란 생각으로 보는데 옆자리에서 꼭 속삭여요, "넌 재밌냐?"

어디 가자고 해서 어디 가고 싶은데 반문하면 글쎄..?하다가 하루가 다 가고..

사실 전 가고 싶은 곳이 많아요,

화성 성벽길도 걷고 싶고 모란미술관에 사진 찍으러도 가고 싶고 삼청동도 좋아하고

전주한옥마을도 가고 싶어요.

그런데 화성은 출퇴근도 차로 하는 데다 걷는 건 회사에서 점심먹으러 갈 때뿐인 남편에겐 넘사벽이고, 가끔 직원이나 지인들 만나보면 "*장님이 무척 가정적이신가봐요,사모님이랑 맨날 영화보시고 어디 가고 그러신다고~"하는 소리 들을 때 제일 뿌듯해 하는 남편은 어딘가 찍고 온게 중요하지 화성 성벽 흙길을 어떻게 느끼고 걸었는지는 안중에도 없습니다.저는 성벽길을 걷다가도 구석진 돌계단 아래 이끼긴 돌문이 보이면 거길 내려갔다 와봐야 하는 사람이거든요.

조각에도 사진에도 관심없는 남편이 모란미술관 같은 데서 할일이 있을리 만무하고 전 뒷짐지고 기다리는 사람 세워두고 맘편히 촬영거리를 찾아볼 수가 없어요.

삼청동,남편도 가끔 가자고 하는데 차 안 끌고는 절대 안가요.저는 그 비싼 주차료와,차 세워둔 데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동선의 한계로 그 동네 산책이 맘편하지 않고요. 저는 외국여행을 가도 명소보다도 길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선 길 닿는 데까지,갈라진 모든 길들을 거닐어 보는 타입이거든요.

전주한옥마을..남편은 전라도 가고 싶지 않대요(지역감정의 문제지만 이건 좀 배제해 주세요).니네는 전주 이씨면서 왜 진짜 조상님 보러 가자는데 싫으냐고 하면 제 말이 틀리대요.

기차나 고속버스 여행 하는 동안 창밖도 보고 이어폰으로 음악도 듣는 여유 전혀 이해 못하는 남편은 <편하게> 차로 가자고 하고 운전 내내 이웃 차선의 "ㅁㅊㄴ들""저따구로 운전하는 ㅅㄲ"을 쉬임없이 지적하고 중얼댑니다.차라리 창문열고 욕하거나 갓길로 세워 따져라,당신이 백날 궁시렁거려봐야 저런 사람 못 고친다고 말해도 소용 없어요.그저 웬만하면 남편하고 같이 차 탈일을 안 만들지요.. 자동차를 몰고 여행지로 떠나는 시간,옆자리에 자기가 같이 가잔 마누라 있고 요새 차 좋아서 각종 음향 빵빵한데 뭔 불만이 그리 많은가요 길에만 나서면.

남편이 어디 가자고 할 때는 대비해서 혼자 또는 친구들하고 미리미리 가봅니다.차 대기 좋고 조금 걷다가도 바로 돌아올 수 있고 내가 두번째 가도 지겹지 않은 곳으로요.

아,**가고 싶다 하고 말하면 왜 그런지 설명 안해도 딱 캐치해 주는 남편들,혹시 있나요..?

IP : 122.32.xxx.129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7.7 11:06 PM (220.86.xxx.155)

    원글님 20년차시면 내공도 상당하실거예요 금요일밤에 같이 영화보자 밥먹자 데이트하자는 남편이면 충분히 개선의 여지가 보여요 전 여행이나 놀러갈때 제가 계획세우고 가고 싶은데 가요 남자들 그렇게까지 캐치하기 쉽지 않아요 남자들이 길잘 찾잖아요 외국에서 지도 보고 찾을때 대단하다싶던데요 맞춰가 보세요 남편들도 아내가 다 만족스럽진 않을거예요 ^^*

  • 2. 손이꽁꽁
    '12.7.7 11:07 PM (110.35.xxx.78)

    저도 원글님 같은분이 남편이었으면 좋겠네요 ㅋ

    남편과 가치관, 정서, 생활 습관등이 딱 들어맞는건 로또만큼 힘든거 같아요

  • 3. 아~~~
    '12.7.7 11:10 PM (211.234.xxx.66)

    제가 요새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앞으로 남은 이 긴 세월..이 맞지않는 퍼즐조각
    억지로 끼워맞춰..사는건 넘 아까운게 아닐까 하는..
    같은 곳.같은 방향 걷고 싶은데..그러지 못함이 너무나
    슬퍼요.

  • 4. 호호
    '12.7.7 11:11 PM (115.137.xxx.221)

    원글님 남편하고 어릴때 헤어진 것만 같은 남자 지금 티브이 보고 있네요...
    두분이 만나게 해줄까요? 저두 여행스타일 안맞아서 혼자 다니는게 좋은데...
    요즘 자꾸만 따라올려구 해요...
    문제는 남편이 같이 있으면 집중할 수 없어요... 신경쓰여서...

  • 5. 마이크로a형
    '12.7.7 11:18 PM (122.32.xxx.129)

    손이꽁꽁님,안 들어맞으려면 아예 아무것도 안 맞던가요..예를 들어 밖에 나가는 거 죽어도 싫다던가.

    호호님,그러게요..저러면서 꼭 따라나서려고 하니..ㅠ.ㅠ

  • 6. ...
    '12.7.7 11:22 PM (112.149.xxx.61)

    자게에서 남편 자랑 별로 한적 없고 주로 욕하는데 동참했었는데 --;
    오늘은 아니네요
    제 남편은 어디가는거 좋아하고
    미리 뭐할지 어디갈지 맛집 이런거 검색하는거 좋아해요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둘이만 다니는 일일 별로 없지만
    나중에 나이들면 서로 안맞아서 따로 다니진 않을거 같아요
    이런거 잘 맞는 부부가 의외로 주위에 없긴하더라구요 저보고 부럽다고들 하네요

    근데 그 버럭하는 승질머리랑
    집에서 손하나 까딱안하는거땜시 항상 티격태격
    배려잘하고 온화한 남편이 부러움

  • 7. 즐기는것도맞아야
    '12.7.7 11:26 PM (211.36.xxx.233)

    윗님 남편이랑 울남편 넘똑같네요
    본인이 항상 먼저 맛집에 여행지에 서두르지만 전 별로...버럭하는 승질머리땜에 정떨어진지 오래
    ..진정 남편아닌 사람과 하고싶네요..

  • 8. 한동안
    '12.7.8 11:47 AM (220.120.xxx.162)

    야~ 타 ! 하면 다소곳이 타고 쨘~하고 이곳이 어디야? 하는 상상을 했어요.
    저 혼자 계획하고 여행하는게 넘 힘들어 이제는 어디도 가고 싶지 않아요.
    어딜 가도 죽어라 고생하며 가서는 또 금방 돌아가자니....

    죽이 잘 맞는 동성 여행친구 한명 있었음 좋겠어요.

  • 9. 세피로
    '12.7.8 8:00 PM (119.207.xxx.54)

    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44792 요즘 괜찮은집딸들은 그냥 평범남 이랑 결혼하던데...의사랑 하는.. 4 근데 2012/08/22 4,140
144791 MB의'청계재단'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6 참나쁜대통령.. 2012/08/22 1,874
144790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친구.. 13 ........ 2012/08/22 4,492
144789 배심원 판결,이거 정상이예요? 2 ... 2012/08/22 1,184
144788 맘편하게만 살수 있다면 전업이 더 좋죠 21 사실 2012/08/22 2,969
144787 좌절했을때 힘을 줬던 말이 10 책상 2012/08/22 2,413
144786 중1 여아 키가 어느정도 되나요...(155면 작은편이겠죠?ㅠㅠ.. 11 키얘기가 나.. 2012/08/22 4,933
144785 일본 도쿄의 아파트 가격은 어떤가요? 2 아파트 2012/08/22 4,623
144784 반포쪽 대단지 아파트 2 이사 2012/08/22 1,806
144783 나 울고 싶어요 위로해주세요 32 2012/08/22 4,712
144782 공부한걸 후회하는 분 계신가요? 2 후회 2012/08/22 2,023
144781 8월 22일 [손석희의 시선집중] “말과 말“ 세우실 2012/08/22 1,221
144780 초 4 여학생이 할만한 자원봉사활동이 뭐가 있을까요 어디서 알아.. 초등4 2012/08/22 1,200
144779 나이 50에 라미네이트 한다면 미쳤다 하겠죠?... 23 용기를내어 2012/08/22 5,830
144778 글내렸어요 26 나님 2012/08/22 3,436
144777 층내고 일반파마 촌스러울까요? 17 급해서죄송 2012/08/22 5,539
144776 오리온tv? 궁금해요 혹 아시거나 써보신분.. 1 꿈꾸는날개 2012/08/22 2,284
144775 박종우 선수 독도 세리머니 관련 대한체육회와 축구협회의 무능함을.. 햇뜰날 2012/08/22 1,235
144774 안 읽은 이메일 한번에 왕창 정리하는 법 없나요? 2 이멜정리 2012/08/22 1,304
144773 수지 신봉동 동부센트레빌 살기 어떤가요?? 1 2012/08/22 3,064
144772 보이로 전기장판 사용후기가 궁금해요. 4 전기장판 2012/08/22 3,250
144771 중1 아들 영어공부 어떻게 영어학원 2012/08/22 1,231
144770 뿔테로 바꾸신 분들 불편하지 않으세요? 8 안경고민 2012/08/22 2,062
144769 영어 리딩을 잘하면 대화도 잘하게 될까요? 12 조언 2012/08/22 2,730
144768 유럽여행상품소개해주세요 3 배낭아니고 2012/08/22 1,5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