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소녀의 기도'를 쳐달라던 암투병 친구 어머니.. 후회스러워요.

피돌이 조회수 : 2,395
작성일 : 2012-07-06 14:16:33

벌써 20년이 넘은 일이네요.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아주 친한 친구는 아니었지만 다른반 친구네 집에 놀러 갔었어요.

친구 어머니가 아프셔서 누워계시더라구요...
삭발에 모자를 쓰시고... 암투병 중이시라고 들었던 거 같아요.

그 당시에는 전 너무 어리고 철도 없었고
암이 얼마나 무서운 병이신지도 몰랐었고
그냥 머리카락이 없는 친구 엄마가 낯설고 생소했어요.

갑자기 친구가.. '엄마.. 00(저)는 소녀의 기도 칠줄 안다~' 라고 말하더라구요. 

그랬더니, 친구 어머님이..
그래..? 엄마는 소녀의 기도를 듣는 것이 소원인데.. 아직 우리 00(친구)가 피아노 진도가 안나가서 못치는 곡인데...
네가 한번 쳐줄수 있겠니? ' 이렇게 저에게 말씀하셨었어요..
 
그 당시
소녀의 기도는 두 버전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소나티네 버전으로 쉽게 나온 거랑,
두 손을 벌려 옥타브로 쳐야하는 어려운 버전... 그 중 전 어려운 버전은 칠수가 없었거든요.
어린 마음에 쉬운 소나티네 버전을 치는 것은 없어보인다고 생각을 했어요.
참 우습죠.. 어린 애의 치기란... 그리고 어린마음에 왠지 남의 집에서 피아노를 치는게 쑥스럽기도 했었고요.

여하간 전 잘 못쳐서요... 라고 거절을 했어요.

그리고 어린 마음에 다른 집에 가면 엄마들이 간식이나 맛있는 거 마구마구 주는데..
쟤네 엄마는 아무것도 안주고.. 좀 이상해.. 이런 생각까지 했었어요.
얼마나 편찮으셨을텐데.. 그것조차도 몰랐을 정도로 철이 없었던 거죠.

하여간 그 친구는
아주 친한 친구가 아니라서 그 후 친구어머님에 대한 소식은 듣지 못했구요...

그치만 지금에야 암 생존률이 높지만,
당시였다면... 게다가 항암치료로 머리가 다 빠져계셨던 친구 어머님을 생각해보면
거의 모든 치료를 포기하고 집에서 마지막을 정리하고 계셨던게 아닐까 싶어요..

제가 요즘 아이를 낳고 보니까.. (아기가 4개월 되었어요)
왜 그렇게 그때 친구 어머님께 피아노를 못쳐드린게 후회가 될까요...
생각만해도 막 눈물이 날거 같고요.

다른 곡도 아니고 소녀의 기도인데...
친구 어머님은 소녀가 기도한다는 내용의 그 곡을 통해서 기쁨을 얻고 싶으셨을텐데..
너무 마음이 아파요.

그 때 일만 생각하면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는데..
제 4개월된 아기를 보면서  
제가 아픈데없이 건강해야겠다고 다짐 또 다짐하네요..


 

IP : 124.243.xxx.151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요
    '12.7.6 2:34 PM (116.37.xxx.141)

    누구나 살면서 후회되는 일이 한두가지쯤 있겠죠
    그 대상이 가족이면 더 가슴 아프고.

    님이 아이 낳고 어른되서 철 드나봐요 ^^

    저는 신세 지거나 미안함을 꼭 그 사람이 아닌 주변에서 맘을 쓰려 해요
    그렇게 돌고 돌고.... 세상사가 그렇더라구요
    너무 자책 마세요
    그땐 너무 어렸잖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44342 남들눈엔 잘나가는 전문직남편… 그치만 실상은 우울해요 46 opus 2012/08/21 21,324
144341 비오니 꽂힌 노래~~~ 1 멀시 2012/08/21 1,306
144340 채소가 뭔가요? 8 채소 2012/08/21 1,886
144339 집 구할 때 여자 혼자 다니면 그렇게 위험한가요? 6 33살 2012/08/21 2,632
144338 홈플러스 15% 할인방법 공유합니다 :) 5 다니엘허니 2012/08/21 3,494
144337 급)엑셀궁금한거 있어요 2 미네랄 2012/08/21 1,340
144336 애견이 죽으면 그렇게 정신이 없나요? 9 그녀 좋아하.. 2012/08/21 3,531
144335 한때 얼짱 아나운서라고 4 강수정 2012/08/21 3,270
144334 우드블라인드 곰팡이청소 어떻게 하시나요? 3 팡이0 2012/08/21 2,634
144333 집에서 식구들 x 못누게 하는 여자가 다 있네요... 30 헐... 2012/08/21 5,227
144332 낼 롯데월드 사람 많을까요? 8 궁금.. 2012/08/21 1,397
144331 화장품회사 영양제 어떤가요? 1 고민아짐 2012/08/21 1,132
144330 초등학생사용 전자사전추천해주세요. 2 알려주세요 2012/08/21 1,869
144329 "야당에 안 들키게…" 충격 문건 나왔다 3 세우실 2012/08/21 1,734
144328 일산에 피아노학원(전공자) 웃자 2012/08/21 1,270
144327 독도표지석이 남의 작품 무단철거하고 세운거라네요. 참나... 9 쥐랄도풍년 2012/08/21 1,563
144326 우리나라 왜 이러죠 정말..? 또 흉기난동.... 흠... 2012/08/21 1,185
144325 19금 낮에 너무 소리가나서... 30 두통이야 2012/08/21 23,370
144324 서신 피자집 여대생 성폭행 사건 범인 16 서산 피자집.. 2012/08/21 9,000
144323 40중반 다이어트 나의 방법 질문요 10 아이구 2012/08/21 3,671
144322 애하나 키우는 것도 왜이리 힘들까요... 18 워킹맘 2012/08/21 3,465
144321 전입신고에 필요한 서류? 무었인가요? 4 전입신고 2012/08/21 1,893
144320 맨 끝집 결로(?) 안생기게 하려면?? 1 ... 2012/08/21 1,941
144319 숲유치원이나 대안어린이집 보내시는 분 계세요? 5 궁금 2012/08/21 1,650
144318 연로한 아버지들, "친구" 있으세요? 6 우잉 2012/08/21 1,6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