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이를 돈 앞에 주눅 들지 않게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러면 조회수 : 2,087
작성일 : 2012-03-08 13:29:55
지난 글에 고급식당 모시고 가면 어머니께서 어색해 하신다는 얘기 원글이며 댓글들 모두 따뜻하네요.
그 글을 읽다 보니, 좀 다른 쪽으로 생각이 가지를 치는군요.

전 어릴때부터 돈을 좀 경시하는 풍조랄까, 얕잡아 보는 풍조랄까 그런 분위기에서 자랐습니다.
돈을 좇거나 쫓아 다니는 걸 살짝 천박하게 생각하는 집안분위기였거든요.

그러다 보니, 아버지께서 조금만 비겁하셨으면(^^;)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살 수 있었는데도 딱 중산층 수준에서 컸습니다.
아니, 경제적면에서만 보면 중산층 이하일수도 있었겠네요.
단, 문화적 혜택은 보통의 집들 이상 받고 자랐다고 생각하기에 그냥저냥 중산층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요...
그런 분위기에서 컸지만, 불행히도 전 돈 앞에서 항상 주눅 드는 아이였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고급문화도 향유한 편이고, 부모님께서 고급식당에서 정기적으로 외식도 시켜주고 하셨지만, 그런 심리적 부분은 전혀 나아지지가 않았습니다.

대학 다닐 때, 고등학교 동창이 우연히 연락이 돼 집에 초대를 받아 갔습니다.
가 보니, 강남의 대저택이 눈 앞에 펼쳐지더군요.

지방출신이라 언니와 둘이서 가정부 두 명과 함께 그 큰 저택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당시 전 학교 앞에서 하숙을 하고 있던 시절이었고요.

그 친구 아버지가 지방조직폭력배라는 건 그 지방 사람들이라면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전 소위 말하는 명문대를 다니고 있었고, 그 아이는 재수인지 삼수인지 해서 겨우 수도권대학을 들어가 다니고 있었고요.
굳이 말하자면, 제가 그 친구에게 꿀릴 게 하나도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그 날 전 한없이 주눅 들고, 초라해졌던 저 자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친구가 유럽 다녀온 감흥을 말해 주고 있는데,...
외출준비를 끝낸 대학생 언니가 모피 입고, 샤넬백을 들고, bmw를 타고 나가는데...
한없이 초라해지더군요.

그 날뿐 아니라 그 이전부터도 우리 집보다 잘 사는 친구네 가면 기가 죽어 얼굴이 상기된 것이 확 느껴지곤 했습니다.
나름 돈에 관한 윤리교육(?)을 받고 컸는데도 항상 돈 앞에선 기가 죽는 아이였던 겁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지금의 전 딱 부모님만큼 살고 있습니다.

그 시절치고 문화생활 많이 누리게 해 준 부모님 영향인지...
저희 아이에게 경제적으로 풍요롭게는 못 해 줘도 문화적 소양만큼은 길러줘야 겠다 생각해서 많이 데리고 다닙니다.

그 글 원글님 어머니처럼 전 아직까지도 비까번쩍한 곳에 가면 계속 주눅들어 있습니다.
대신 절대 밖으로 티는 내지 않지요. 최대한 여유로운 척, 최대한 즐기는 척...그러나, 속마음은 좌불안석...ㅜ.ㅜ

저보다 훨씬 더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란 남편 역시 어색하긴 마찬가지입니다. 
하는 일때문에 저보다 훨씬 더 상류문화(?)를 많이 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요.

가족 중 유일하게 우리 아이만 제일 자연스럽게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아직까지는요.
그런데, 이제 사춘기라서인지 조금 눈치 보는 모습이 슬슬 나타나서 속상합니다.

어떻게 하면 돈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당당한 아이로 기를 수 있을까요?
아이만큼은 저같이 불편해 하는 사람으로 자라지 않았으면 하거든요.ㅜ.ㅜ
IP : 111.118.xxx.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부모님이
    '12.3.8 1:36 PM (14.52.xxx.59)

    돈을 천대하셨다는 것 자체가 돈앞에 주눅 든것 같은데요
    돈을 쫒아도 돈을 가질수 없으면 차라리 무시해 버리는 사람들이 분명 있죠
    정말 돈이 많은 사람들은 절대 돈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금전 만능주의에 젖어있는것도 아니지만 돈의 귀중함은 알죠
    가진게 별로 없는데 너무 문화쪽에 치중하면서 우리는 소양은 풍부해,,이것도 부작용이 있어요
    경제관념을 잘 심어주세요

  • 2. 12
    '12.3.8 2:10 PM (59.2.xxx.198)

    돈을 써봐야 알지요,,돈을 가져봐야 알구요,,
    가졌다가 놓은것도 아니고
    가질기회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돈이라는게 어떤건지 몰라요,,
    돈의 위력 돈의 부작용 돈의 기타등등,.,
    그러니 실제로 돈의 위력을 보게 되면 주눅이 들죠,,
    그리고 위의 예를 드신 조폭딸의 경우는 그 당시에 그정도면 주눅들수밖에 없겠네요,,,더구나 어린대학생때였는데,,워낙 엄청난 부의 전시였으니까요,,경로야 어떻든지간에,

    아이한테 돈을 무시하라고 가르치지 마세요,
    돈을 무시하고 천대했는데 돈의 위력을 보게되면 혼란이 오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83802 과외비 봐주세요. 2 초짜선생 2012/03/13 1,306
83801 어정쩡하게 막힌 변기 질문입니다 8 뚜러펑 2012/03/13 1,627
83800 싸이즈문의. 1 몰라요.. 2012/03/13 694
83799 할아버지선생님 3 한숨 못자고.. 2012/03/13 1,345
83798 급대기중) 2절지 규격 문의 2 훈맘 2012/03/13 1,536
83797 부산역에서 김해공항 가는 법 5 출장 2012/03/13 5,085
83796 인터넷 마트쇼핑 괜찮나요? 7 ... 2012/03/13 1,362
83795 차인표 힐링캠프 재밌게 봤어요.. 13 인표 2012/03/13 3,178
83794 김어준 8 대통령 2012/03/13 1,897
83793 한국통신 이라고 보이스 피싱 전화가 왔어요 5 피싱 2012/03/13 2,013
83792 헉!!! 저 어떡해요?! 동네피부과서 비립종 제거했는데 8 망했다 2012/03/13 21,310
83791 시판팩 꾸준히 쓰면 피부톤 좋아질까요? 1 도자기 2012/03/13 1,139
83790 3월 13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신문 만평 1 세우실 2012/03/13 576
83789 화차 ,, 러브 픽션 중에 하나만 골라 주세요 17 띵이 2012/03/13 2,350
83788 초등1학년 몇시에 일어나고, 아침밥은 어느정도 먹이세요? 19 초등맘.. 2012/03/13 4,054
83787 소고기 불고기감에 대한 고찰 6 요리초보 2012/03/13 3,314
83786 다이어트 비디오중에 ~~마일 걷기인가 하는 거 4 ~~ 2012/03/13 2,047
83785 이 곳 82사이트 수질개선 좀 해야되는 거 아닌가요? 흠.. 2012/03/13 814
83784 그무엇을해도 상상초월...........ㅠ,ㅜ 뷸상 2012/03/13 993
83783 급 질문이요. 1 제주도 2012/03/13 663
83782 제가 좀 비뚤어진 시각인지 2 민트커피 2012/03/13 1,383
83781 재테크 알려주세요 3 재테크 2012/03/13 2,042
83780 검은 소복을 입고 얼굴이 검으스름해져서 나온 작은 엄마 6 해몽 좀 2012/03/13 3,544
83779 모발이식 해보신 분 계신가요 1 모발이식 2012/03/13 1,880
83778 애엄마가 노랑머리면 좀 그런가요?? 12 라이나 2012/03/13 2,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