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11월 29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신문 만평

세우실 조회수 : 1,266
작성일 : 2011-11-29 07:55:43

_:*:_:*:_:*:_:*:_:*:_:*:_:*:_:*:_:*:_:*:_:*:_:*:_:*:_:*:_:*:_:*:_:*:_:*:_:*:_:*:_:*:_:*:_:*:_

그녀의 본적은 산이다
골짜기 박차고 나와
강의 이름으로 들과 도시 가로질러
장단완급으로 걷다가 마침내 생이 끝날 때
바다로 열리는 그녀의 생은 뫼비우스 띠처럼
처음과 끝이 없어 유장하구나
물고기들 밥이 되고 집이 되어 살다가 다시
하늘의 부름을 받고 산으로 가서 신생을 사는
그녀는 거듭 순환과 부활을 반복하는 영원히 죽지 않는 여자다
태어난 이래 늙을 줄 모르는
하늘이 목숨 점지한 이래
이 나라 대지의 통 큰 어머니로 살면서
뭇 생명들 주린 입에 젖 물리는 것을
은근한 자랑과 소명으로 여겨온 그녀
낮에는 산과 마을 으스러지게 끌어안고
밤이면 별과 달 담아 흐르면서
출렁출렁, 한결 같은 보폭으로
유사 이래 이 나라가 걸어온 그 많은,
파란만장과 우여곡절과 요철의 세월
만백성과 더불어 울고 웃었다
오, 그녀의 사랑하는 자식들아,
그녀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해다오
멀쩡히 살아있는 육신
수술대에 올려놓고 함부로 재어 절단하지 말아다오
그녀는 가봉하기 위해 세탁소에 맡긴 옷이 아니다
책상에 놓인 공작의 도구가 아니다
그녀가 앓으면 우리가 앓고 그녀가 죽으면 우리가 함께 죽는다
지난 80년대 시멘트 댐으로
사족 묶어놓은 이래
그녀는 갖은 질병 앓아왔다
관절염 앓으며 절뚝거렸고
폐결핵으로 붉은 피 쏟기도 했다
오, 그녀의 사랑하는 자식들아,
그녀의 몸에 함부로 칼 대지 말아다오
자궁 드러내고 팔다리 잘라내고
얼굴 깔아뭉개 어찌 살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그런 날이 온다면 그녀는 이미 죽은 목숨이다
죽은 몸으로 어찌 우리들 주린 입에
젖 물릴 수 있겠느냐
그녀로 하여금 구리 빛 근육으로 싱싱하게 노동하게 해다오
그녀는 그냥 홀몸이 아니다
물이 죽고 땅이 죽고 하늘이 죽어
죄 없는 그녀의 자식들 ― 새와 꽃과 풀과 나무와 구름과 달과 바람과 벌레와 물고기와 소와 염소와 영희와 철수 등속
죽어가는 것 차마 어미로서 어찌 눈 뜨고 볼 수 있겠느냐
운하 건설은 온갖 쇠붙이 불러들여
그녀의 몸 파헤쳐 찢고
더럽고 무거운 기름때 끌고 와 오장육부 마구 휘저어
그녀의 몸은 안팎으로 검퍼렇게 녹슬 것이다
그녀를 더 이상 슬프게 하거나 노엽게 하지 말아다오
그녀가 우리를 버리지 않게 해다오
하늘이 분노하지 않도록 해다오
하늘이 우리를 떠나지 않게 해다오
사랑으로 세상을 흐르게 하고
풍요로 세상을 넉넉히 적시게 해다오
오, 그녀의 사랑하는 자식들아
그녀의 몸에 함부로 칼 대지 말아다오
고통으로 그녀를 울리지 말아다오
참다 참다 못 견뎌
그녀가 목숨 끊는 날이 오지 않게 해다오
치수가 나라의 살림이다
우리 살림을 우리 스스로 거덜 내지 말아다오


   - 이재무, ≪오, 그녀의 자식들아, 그녀를 죽이지 말아다오≫ -

_:*:_:*:_:*:_:*:_:*:_:*:_:*:_:*:_:*:_:*:_:*:_:*:_:*:_:*:_:*:_:*:_:*:_:*:_:*:_:*:_:*:_:*:_:*:_

※ 대운하(이름만 바뀐) 반대와 생명의 강을 모시기 위한 시인 203인의 공동시집
   "그냥 놔두라, 쓰라린 백년 소원 이것이다"에서 발췌했습니다.

 

 

 


 

 

2011년 11월 29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1/11/28/20111129_20p_kimmadang.jpg

2011년 11월 29일 경향장도리
[아직도 화백 휴가]

2011년 11월 29일 한겨레
http://img.hani.co.kr/imgdb/resize/2011/1129/132247944657_20111129.JPG

2011년 11월 29일 한국일보
http://photo.hankooki.com/newsphoto/2011/11/28/alba02201111282028550.jpg

2011년 11월 29일 서울신문
http://www.seoul.co.kr/cartoon/manpyung/2011/11/20111129.jpg

 

 

 

 


역사가 아무리 돌고 돈다지만 2008년에 써먹었던 코멘트와 댓글을 처음부터 다시 쓰게 생겼네. 젠장~

 

 

 

 

 
 

―――――――――――――――――――――――――――――――――――――――――――――――――――――――――――――――――――――――――――――――――――――
왕은 배, 민중은 물이다. 물은 큰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엎기도 한다.
                                                                                                                                                        - 순자 -
―――――――――――――――――――――――――――――――――――――――――――――――――――――――――――――――――――――――――――――――――――――

IP : 202.76.xxx.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50415 저녁마다 아파트 베란다쪽 배수관에서 화장실냄새가 나요 ㅠㅠ 6 ㅠㅠ 2011/12/15 6,324
    50414 공부의 왕도 라는 학원 보내보신 분~ 석봉맘 2011/12/15 1,694
    50413 건투를 빈다라는 책... 7 .... 2011/12/15 2,895
    50412 진중권 독해법(讀解法) 29 파리82의여.. 2011/12/15 3,261
    50411 이혼후 면접교섭시 상대방이 전가족 출동하는데요..무슨의도일까요?.. 15 ... 2011/12/15 5,488
    50410 대문을 두드리는 2인 1조 아주머니들 9 킁킁 2011/12/15 3,219
    50409 12월 15일 [손석희의 시선집중] "말과 말" 1 세우실 2011/12/15 2,049
    50408 건조기 대신 오븐 사용하려고.. 8 ㅋㅋ 2011/12/15 3,387
    50407 어린이집 선생님 결혼. 부조해도 괜찮을까요? 2 조언 2011/12/15 5,268
    50406 다이어트중 매일 김치야채부침개,,괜찮을까요? 15 정말 이럴래.. 2011/12/15 8,442
    50405 보일러 고장 수리비 집주인에게 청구할수 있나요? 5 전세 2011/12/15 2,659
    50404 예비 고3 엄마예요..다들 저녁 간식을 어떤 메뉴로 해서 주는지.. 4 스프링 2011/12/15 5,355
    50403 [펌] 곽노현 교육감 재판을 다녀와서 2 납작공주 2011/12/15 1,880
    50402 이번 기말에서 영어를 완전 망쳤네요 9 도와주세요 .. 2011/12/15 2,442
    50401 lg드럼세탁기 구입후 2달만에 고장시 1 교환어렵나요.. 2011/12/15 2,216
    50400 나이 40에 수학을 다시 처음부터 공부하고 싶은데..방법 있을까.. 6 다늦게 수학.. 2011/12/15 3,947
    50399 김장을 못했어요. 절임배추 어디에 신청하면 좋을까요 3 아직입니다... 2011/12/15 2,265
    50398 특목고 합격 후.. 29 학부모 2011/12/15 4,553
    50397 단체들, MB 정부의 자금지원 받아 가스통 든다 3 바람의이야기.. 2011/12/15 1,754
    50396 패딩이랑..야상 중에서요.. 5 둘중 뭐가더.. 2011/12/15 2,178
    50395 중학교 역사 시험문제입니다. 여러분도 함께 풀어보시죠^^ 7 사랑이여 2011/12/15 3,112
    50394 커피 완전히 끊은지 6일째에요. 5 ..... 2011/12/15 3,290
    50393 구찌 반달크로스백 괜찮을까요? 2 커피가좋아 2011/12/15 3,321
    50392 압력밥솥으로 콩나물밥하는 방법 좀 알려주세용.... 14 손님 오는 .. 2011/12/15 10,292
    50391 나를 아이팟, 곰인형과 함께 묻어주세요.. 생각해볼문제.. 2011/12/15 2,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