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도 그렇지만, 결혼할 때 저희 부부는 정말 돈이 없었어요.
집도 원룸으로 겨우겨우 구했고, 가구도 무조건 싼 거, 작은 거, 돈 적게 드는 것만 찾아서 샀죠.
그래도 오래 쓸 거라고 브랜드 제품을 샀지만, 선택을 잘못해서 늘 수납공간이 모자랐어요.
정리하기를 좋아하는 남편은 집안에 쌓여가는 물건들을 보면서 짜증을 내고,
그런 남편을 보면서 저도 짜증이 났구요.
그러던 중에 올 초에 아기가 생겨서 이제 10월 중순이면 우리 부부의 미니어쳐가 태어난답니다.^^
계속 가족계획을 하다가 가지자고 하니 뿅! 하고 바로 아기가 바로 생겨버렸지만, 그때부터 덜컥 걱정이 되더군요.
방은 하나이고, 수납할 가구는 없고, 아기 태어나면 아기이불 하나 넣을 가구 없는데, 이를 어찌하나 싶더군요.
왠만한 베이비장을 하나 마련하려면 20만원은 줘야 하는데, 딱히 제 맘에 드는게 없더라구요.
좀 괜찮다 싶은 건 거의 MDF에 도장을 한거구요.
고심 끝에 집에 있던 3단 서랍장과 TV장을 처치해버리고, 직접 가구를 짜자고 마음먹었답니다.
남편은 회사일로 바쁘고, 미술이나 창작 쪽으로는 잼병이라 가구 짜는 건 제 몫이 되었답니다.
저도 뭐 그렇게 딱히 창의적이거나 꼼꼼한 건 아니지만,
다행히 손으로 조물락 거리는 걸 좋아해서 태어날 아기를 위해 과감히 도전해보기로 했지요.
목공 초보라 설계부터 조립까지 공방장에게 무쟈게 잔소리를 들어야 했답니다.
서랍구조부터 시작해서 서랍레일을 달 때 여유분 주는거, 아래서랍과 윗서랍의 간격하며,
무게중심을 어디로 잡아야 하는지, 샌딩은 또 얼마나 열심히 해야 했는지요...ㅠㅠ
임신 7개월의 몸으로 한여름에 목공 작업을 한다는 거 정말 쉽지 않더군요.
만삭엄마도 와서 작업했었다며, 화이팅을 외치는 공방장과 남편 덕에 어찌 어찌 작업을 진행해 나갔답니다.
샌딩하고, 조립하고, 다시 샌딩하고 마감재 칠하고, 또 샌딩하고 마감재 칠하고.....
끝이 없을 거 같던 작업은 서서히 마무리 되어가고, 어느날 가구가 집으로 실려왔습니다.
방에 들여와서 셋팅하던 그 날의 감격은 정말 잊을 수 없을 거에요.
서랍도 옆에서 보면 삐뚤빼뚤, 뺐다 넣을 때마다 조금씩 뻑뻑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바라던 내 아기를 위한 넉넉한 수납공간이 생겼다 생각하니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아기가 여자아기라서 꽃무늬 손잡이를 달고 싶었지만, 재미있는 쪽으로 가자는 남편의 말에 따라
손잡이는 귀여운 꿀꿀이로 낙찰을 보았습니다.
나중에 아기가 태어나서 말을 알아들을 나이가 되면 그때 얘기해줄 거에요.
엄마가 얼마나 너를 생각하면서 이 옷장을 만들었는지, 아빠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조그마한 너의 옷들이 여기에 얼마나 가득 담겼었는지...
어떤가요? 아기가 이 옷장키만큼 자랄 때까지 넉넉히 쓰고도 남을 만한 멋진 옷장이지 않나요? ^^
*덧 : 외출했다 돌아와서 제가 짠 다른 가구들도 올려볼게요.^^